신생아 방탈출 가이드
엄마의 무식이 아기 잡네
우리가 키우는 식물이 좋은 열매를 맺어 준다면 식물집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
튼튼하게 뿌리내리고, 싹을 틔워 푸릇 생기 가득한 잎이 되고, 어여쁜 꽃을 피워내는 순간들을 지켜보는 행복감은 매우 크다. 식물이 튼튼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햇빛, 물, 공기, 적정한 온도와 영양이 필요하다.
뜨거운 태양빛만 내리쬐면 잎부터 타들어 가고, 그늘진 곳에서는 부실하게 웃자라버린다.
화분에 물을 많이 주면 뿌리가 썩어버리고 너무 적게 주면 잎이 시든다. 또 화분 속 흙의 영양이 다하면 초록초록했던 잎의 윤기가 사라진다. 너무 더워도 너무 추워도 식물은 잘 자라지 못한다.
이처럼 집안에서 키우는 작은 화분 하나도 정성을 들여 햇빛과 물, 온도를 맞춰줘야 한다.
"산모님, 방 안 온도가 아기에게는 너무 높습니다."
"아기 괜찮은데요."
"아기는 23~24도가 좋은데 지금 이 방에서는 더워 힘들 겁니다. 산모님 조리를 위해서라면 제가 아기를 데리고 거실로 나갈게요."
"아니요. 제가 그냥 방에서 애 볼게요."
"그럼 산모님이 겉옷 하나 더 걸치고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조금 열어 방 안 온도를 좀 낮추는 건 어때요?"
“아니요. 괜찮아요."
“낮만이라도 밝고 시원한 거실에서 돌보면 좋을 텐데요.”
"나가면 아기 추워서 안 돼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사람은 무식한데 신념까지 투철한 사람.’이라고 했던가.
산후조리 하는 엄마와 신생아의 실내 적정온도는 다르다. 그것을 모르는 G산모가 고집을 부리니 아주 난감했다. 어두컴컴하고 더운 방에서 생후 20일 정도 된 아기를 꽁꽁 싸매고 나오지 않으려는 산모를 3일 동안 설득해도 허사였다.
초겨울에 출산했는데 온 집안이 너무 뜨끈했다. 보일러 온도를 많이 높인 상태라 반소매 입고 있는데도 땀이 났다. 게다가 엄마와 아기가 머무는 방은 더했다. 배내옷을 입히고 싸개로 꽁꽁 싼 아기에게는 방이 찜통이었다. 그런데 엄마는 한술 더 떠 방문 창틀에서 바람 한 점 못 들어오게 암막커튼을 치고 범퍼침대 안에 아기와 함께 누워있었다. 야간근무하고 낮에 쉬는 남편이 설득해 봤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관리사님, 아기 얼굴에 올라온 이것은 뭐예요?”라고 물었다.
"아기가 더워서 열꽃이 올라왔네요. 창문을 열어 방 안 온도를 낮추던가 아기를 거실로 데리고 나가서 시원하게 해 줘야겠어요."라고 설득했지만 방에서 나가면 큰일이라도 날것처럼 "그냥 여기 있을게요."라며 쇠심줄 같은 고집을 꺾지 않았다. '아기를 자기와 분리하는 게 불안한 걸까?' 더 이상 어쩌지 못하고 수유하는 산모를 지켜보다가 그 방에서 나왔다.
그런데 갑자기 아주 크게 “악~” 하는 아기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뛰어 들어가 보니 젖 먹던 아기는 수유패드에 누워 울고 있었다. 놀란 엄마는 토끼 눈을 하고 "젖 먹다 갑자기 악쓰네요. 우리 아기 왜 이래요?"라며 울음 직전의 표정을 지었다.
방 안이 더운 데다가 엄마 젖을 먹으니 체온이 더 올라가서 아기 온몸이 빨개져 있었다.
"아기가 너무 더워서 힘들다고 살려달라고 소리 지른 것 같네요."라고 말하고
아기 몸에 꽁꽁 매여있던 싸개를 풀어주고, 암막커튼을 젖히고, 방문도 조금 열었더니 햇살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조금 있다가 체온이 떨어지면 다시 천천히 수유해 보세요."라고 말하고 진정되어 가는 아기를 지켜봤다.
아기의 몸이 식고 기분도 괜찮은듯하여 수유를 지시했는데 다행히 아이는 잘 먹고 잠들었다.
이 초보 엄마의 고집은 아기가 덥다고 악을 써서 온몸으로 표현한 다음에야 수긍하기 시작했다.
그 후로 집안을 적정온도로 낮추고 환기도 매일 시켰다. 아기도 거실로 데리고 나왔다.
밤에 아기를 돌보느라 수면이 부족한 엄마는 낮에 수면 보충을 해줘야 빨리 지치지 않는다.
낮에 내가 거실에서 아기를 돌보는 동안 엄마는 따뜻한 안방에서 편히 쉴 수 있게 됐다.
'누이 좋고 매부 좋다.'는 속담처럼 아기도 좋고 엄마도 좋았다.
초보 엄마들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만 표현할 줄 알았지 아기의 마음이나 상태는 헤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위와 같은 일들이 생기는 이유는 첫째도 몰라서고 둘째도 몰라서다.
신생아의 기초체온이 엄마보다 0.5~1도 더 높은 37~37.5도인 것을 알았다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다.
사랑은 무조건 주는 게 아니라 아기가 원하는 만큼 아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황에 맞게 줘야 엄마와 아기가 모두 행복하다. 이 부부는 일이 끝나는 날 각각이 진심이 담긴 장문의 감사편지를 내게 선물했다.
우리 육남매는 모두 집에서 태어났다. 그 시절 시골에 살았던 대부분의 사람은 진통이 시작되면 산파를 모셔다 집에서 출산했다. 12살 나이 차이가 나는 막내 남동생이 태어날 때가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때 산파는 부르지 않았고 아버지께서 출산을 도우셨다.
어머니의 진통이 시작되자 태어날 아기와 출산할 어머니를 위해 아버지는 부엌에 있는 무쇠 가마솥에 물을 붓고 아궁이에 불을 지피셨다. 웃풍이 심했던 방에 모처럼 후끈후끈한 열기가 돌았다.
남동생이 태어나자 사각진 조그마한 이불에 꽁꽁 싸맨 아기를 눕히고 뜨끈한 아랫목에 머무르게 했다.
연이어 네 딸을 낳으셨던 어머니의 목소리는 당당함이 묻어 있었고, 금줄을 치기 위해 숯, 한지, 솔가지와 고추까지 끼워 새끼줄을 직접 꼬시던 아버지께서는 싱글벙글이셨다.
그때는 어머니가 아들을 더 원했다. 내게 오빠인 큰아들이 있는데도 아들 하나를 더 낳아야 한다더니 기어코 성공하셨다. 어머니는 그 막내아들을 우리 남매 중 유일하게 병설유치원에도 보내셨다.
비가 오거나 조금만 날이 궂어도 막내아들을 등에 업고 등하교를 시키셨다.
요즘 남매들이 만나면 남동생은 그때를 회상하며
“나처럼 궁중 부양해서 학교 다닌 사람 있으면 나와 보소.” 이렇게 엄마의 사랑을 자랑한다.
그렇게 늘그막에 얻은 막내아들이 가까이서 제일 효자 노릇을 했다.
시절은 지나가고 시대는 달라진다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아기를 꽁꽁 싸매던 시절은 지나갔다.
옛날 주택은 아랫목은 쩔쩔 끓어도 웃풍이 심해 두꺼운 이불을 얼굴까지 덮고 자야 했지만 요즘 아파트는 베란다가 있어 찬바람이나 더운 바람을 막아주고 냉난방시설까지 잘 갖추어져 버튼만 누르면 아주 춥거나 몹시 덥지 않게 지낼 수 있다.
아기는 체온조절 능력이 미숙하다.
방안을 너무 덥게 하면 아기 얼굴에 열꽃이 올라오고, 땀이 났다 식으면서 체온이 뚝 떨어져 감기에 걸릴 수 있다. 게다가 너무 덥거나 너무 추우면 아기도 스트레스를 받아 자꾸 칭얼댄다.
아기의 적정한 실내 온도는 23~24도이고, 어혈을 풀어주고 산후풍 등을 예방하기 위한 엄마의 적정온도는 25~27도 정도가 좋다.
한 공간에 머물러야 하는 엄마와 아기의 적정온도가 다르므로 아기는 꽁꽁 싸매지 말고, 엄마는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어야 한다.
신생아는 집안 온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유는 체내 온도조절장치인 갑상샘이 덜 자라서 땀샘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내가 너무 덥거나 너무 춥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써줘야 한다.
이외에도 더운 여름철에는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은 산모나 신생아에게 간접적으로 닿게 해야 하고,
겨울철에는 습도에 각별히 신경 써줘야 아기가 감기에 걸리지 않고 코막힘이 덜 하다.
실내가 건조할 때 가습기나 젖은 수건, 빨래 등을 널어 습도를 조절해 준다.
병원과 산후조리원을 거쳐 온 신생아들은 이미 삼칠일이 지난다.
산후조리원에서 나오면 아기의 옷을 조금 더 가볍게 입히고 속싸개에 갇혔던 팔도 내어주고 손 싸개도 풀어 자유를 줘라. 많이 움직여야 두뇌발달은 물론 근육도 튼튼하고 건강하게 잘 자란다.
아기는 세상에 하나뿐인 인격체로 태어났다. 아기를 존중해 줘야 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꽁꽁 싸매고 암막 커튼까지 치고 범퍼침대로 아기를 보호한다고 좋아하지 않는다.
부모가 육아 공부를 해서 아기의 특징에 맞게, 아기가 원하는 대로, 아기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고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를 둔 집이라면 집안 적정온도와 환경에 더욱더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하는 때이다. 공기 질을 바꾸고자 창문을 열 때는 핸드폰 등으로 날씨를 검색하면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지역별 시간대별로 자세히 나와 있으니 참작하여 공기질이 좋은 시간대에 집 안 환기를 시켜준다.
공기청정기가 필수인 시대인 만큼 잘 활용하여 집안의 쾌적함도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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