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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성희 Sep 30. 2024

엄마의 목소리가 주는 마법 같은 힘

아기에게 말하기/말 걸기 방법


누구나 처음은 어렵고 힘들다.

“우리 아기 일어났네. 잘 잤어?”

“ ... ”

“오~ 예쁜 우리 아기 지금 기분이 좋구나!”

“ ... ”

“ㅇㅇ이 기저귀 젖었어? 엄마가 뽀송뽀송하게 갈아줄게.”

“ ... ”

“우리 아기 배고프구나! 엄마가 맘마 줄게. 맘마 먹자.”

“ ... ”

“잠이 왔어요? 재워줄게. 자장자장 우리아기 잘도잔다 우리아기.”

“ ... ”


아기에게 엄마는 늘 혼자 말해야 한다. 말 못 하는 아기에게서 대답이 돌아올 리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아기가 너무 예뻐서, 귀여워서, 사랑스러워서 엄마는 자꾸 말을 건넨다. 

그러다 혹여 엄마의 말끝에 아기에게서 “어, 우, 아” 하는 의미 없는 옹알이 한자라도 듣게 되면 

“엄마가 하는 말에 대답했어? 알아들었구나. 그치? 와~ 우리 아기 말하네.”라며 기쁨과 감탄을 쏟아낸다. 



산후관리사로 만난 첫 번째 Y산모의 아기는 다섯 살 되는 오빠가 있었다. 

그런데 다섯 살짜리가 하는 말을 나는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엄마는 아들의 말을 대충 알아듣고 대답하는데 나와는 소통이 불가능했다. 

신이 나서 껑충 뛰며 노래를 불러도 무슨 노래를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었고, 내 앞에 와서 사랑스러운 표정 지으며 뭐라고 말을 건네는데도 무슨 말을 하는지 가늠조차 할 수 없어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에 그냥 고개를 끄덕여주거나 웃어주고 잘한다고 박수만 쳐주곤 했다. 

그 모습에 아기 엄마는 “우리 아이 말이 많이 늦죠? 그나마도 동생 태어난다고 3개월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늘어난 거예요.”라고 했다. 말 늦되는 거 말고는 특별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관리 첫날은 업무에 집중해야 했고 또 처음이라 혹여 실수라도 할까 봐 잔뜩 긴장해서인지 주변의 상황을 여유롭게 돌아볼 수 없었다. 

이틀째 되는 날 아기를 돌보며 말 한마디 하지 않는 산모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다섯 살짜리 큰아이가 말이 늦어졌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이 엄마는 젖을 먹이든 기저귀를 갈아주던 아기에게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그저 기계처럼 움직였다. 

큰아이가 말이 아주 늦은 것은 어린이집 가기 전까지 말을 별로 하지 않은 엄마와 단둘이 집에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말을 많이 들어야 언어구사력이 좋아질 텐데 아이에게 이 집 환경은 그렇지 못했다.

“원래 말씀이 없으신가요?” 하고 물으니 

“네, 저희 가족은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이 정한 벽을 보고 서로 등진 채 지내는 것 같아요.”라고 답했다. 

성품이 온화한 아빠도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란다. 아주 조용한 집안이었다. 


언어력이 떨어지는 큰애를 봤음에도 엄마는 여전히 둘째에게도 말 한마디 하지 않고 젖을 줬다. 

문제점을 인식한 나는 젖을 주려는 엄마에게 “산모님, 아기를 돌보면서 말을 많이 해줘야 아기도 말을 배웁니다.” 하고 “저 따라 해 보세요. 우리 아기 배고프지? 엄마가 맘마 줄게. 자 맘마 먹자.” 이렇게 선창했는데 아기 엄마는 어색하고 쑥스러운지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이 아기도 큰애처럼 말 못 해도 괜찮겠어요?”라고 용기 내 말했더니 그제야 아주 작은 목소리로 “ㅇㅇ이 맘마 잘 먹네.”라고 아기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여세를 몰아 “엄마가 유치원 선생님들 말하는 것처럼 한 톤 높여 말해야 아기가 잘 듣습니다.”라고 가르쳐 줬더니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나는 아기를 돌볼 때마다 시범을 보여주듯 엄마가 들을 수 있게 더 큰 목소리로 말하며 아기를 돌봤다. 

처음에 쑥스러워하던 아기 엄마도 점점 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말하는 횟수도 늘고 사용하는 단어도 늘었다.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났다. 엄마가 말하며 아기를 돌보니 큰아이도 팔짝팔짝 뛰며 한층 밝아지고 집안 분위기도 환해지고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렇게 아기에 대한 엄마들의 수다가 많은 역할을 한다. 


2주간의 일이 끝나갈 때쯤 출근을 했는데 아기 아빠가 그때까지 집에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관리사님 뵈려고 출근을 미루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라고 말하며 꾸벅 인사를 했다. “저를 보시려고 출근을 미뤘다고요?” 조금 의아해서 물었더니 

아기 아빠는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차 한 잔 대접해 드리겠습니다.”라며 직접 차를 끓여 내왔다. 이 부부와 함께 차를 마시는 내내 감사하다는 인사를 연거푸 건네받았다.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었다니 일하는 보람을 느낀 아침이었고, 내가 이 일을 계속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다.


나는 열 달 동안 뱃속에 담았던 아기를 낳고 병원에 있는 3일을 정신없이 보내다 집에 돌아오고서야 식구 하나가 늘었다는 실감을 했다. 

엄마가 되었는데도 “아가야, 엄마야.”라고 말하는 내가 나를 많이 어색해했다. 

그동안 '엄마'는 내가 늘 부르던 우리 친정엄마였지 나는 아니었다. 

아기를 낳았으니 엄마가 맞는데도 엄마라고 지칭하는 나 자신이 생소하고 쑥스럽기까지 했다. 

아기에게 “엄마.”, “엄마야.”라는 말을 자주 하고서야 어색함이 사라졌다. 

처음은 누구나 다 어렵다. 엄마라고 말하는 것도 어색하고, 듣는 것도 쑥스럽다. 

또 초보 엄마는 아기를 돌보며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른다. 

한마디씩 하다 보면 두 마디가 되고 자꾸 하다 보면 습관이 들고 안 하면 오히려 이상해지고 아기에게 말을 적게 하면 게을러진 것 같아 미안해지고 이렇게 수다쟁이 엄마가 된다. 습관이 무섭다. 엄마는 아기를 위해 수다쟁이가 돼라.




돈 한 푼 안 들이는 수다에 투자!

하루는 큰아들이 학교 앞에서 병아리를 사 왔다. 천 원에 다섯 마리 하는데 아주머니께서 한 마리 더 주셨다며 자랑했다. 생각지 않게 집안에서 여섯 마리 병아리를 키우기 시작했다. 

큰아들은 동생과 함께 매일 병아리에게 모이를 주고 쓰다듬어 주며 정성을 다해 키우는데 한 마리씩 죽어갔다. 그렇게 다섯 마리가 죽고 단 한 마리만 살아남았다. 살아남은 병아리의 이름은 두 아들이 지어준 ‘패돌이’였다. 왜 패돌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이 열심히 돌보며 관찰한 결과 다섯 마리를 패서 죽이고 혼자 살아남아서 붙여준 이름이란다. 

패돌이는 점점 커가며 노랗던 깃털도 하얀색으로 바뀌고 머리에는 붉은 볏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이 패돌이가 어느 날 아침에 이상한 소리를 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꼬끼오’ 소리가 아니었다. 

우리 가족은 패돌이 목에 이상이 생겼나? 꼬끼오 소리를 못 내나? 걱정하며 하루하루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는데, 패돌이가 울 때마다 조금씩 소리가 깊어지고 커지고 세련되어 가는 게 아닌가. 

그렇게 며칠 지나고 패돌이는 드디어 우리가 알던 “꼬끼오” 소리를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그때 알았다. 닭도 꼬끼오 소리를 처음부터 잘하는 게 아니라 거듭된 연습을 통해서 제대로 된 소리를 낸다는 것을. 


뭘 하든 처음 내딛는 발걸음은 무겁고 힘들다. 한발 한발 걷다 보면 자연스러워지고 잘 달릴 수 있게 된다. 

시작하는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다. 자신 있게 시작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냥 해보는 거다. 

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엄마도 처음부터 엄마는 아니었다. 아기와 함께 커간다.

엄마의 수다도 아기 사랑에 대한 노력이며 엄마의 수다를 먹고 자란 아기는 자기 의견과 감정을 효과적으로 잘 표현하게 된다.



아기들은 엄마 배에서 나오면서 모든 것을 갖추고 태어나지 않는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반드시 외부의 자극에 의해 하나씩 성장 발달해 간다. 

아기의 언어발달도 마찬가지로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할 수 있는 아기는 없다. 

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응애” 하고 울음소리만 낼뿐 “안녕.”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아기들이 말하려면 많이 들어야만 가능해진다. 

즉 엄마·아빠나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소리를 들어야 말을 할 수 있게 된다. 또 아기는 상냥하고 다정한 목소리를 계속 듣고 싶어 한다. 엄마·아빠의 따뜻한 목소리에 아기는 안정감을 느낀다. 

그래서 엄마·아빠는 아기를 낳는 순간부터 수다쟁이가 돼야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외국어를 배울 때에도 듣기부터 시작한다. 배우려는 나라의 말을 많이 들으면 귀가 열리기 시작하고 입도 열린다.

모든 엄마·아빠들은 자기 자녀가 표현력이 좋은 사람으로 자라길 원할 것이다. 

 표현력은 신생아 때부터 아기가 보내는 신호를 엄마·아빠가 잘 받아줌으로써 가능해지고 많은 말을 들려줌으로써 늘어나는 것이다. 

아기의 언어발달을 성장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엄마·아빠가 직접 들려주는 목소리이다. 

말을 통해 상호 간 소통이 이루어지고, 아이와 소통이 가능해야 옳고 그름을 가르치기도 하고, 하면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훈육도 하게 되며,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있다. 

또 아이가 말할 줄 알아야 또래와 어울리게 되고 자기의 요구사항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말이 늦어져 소통이 잘 안되면 아이는 원하는 것을 말로 표현하지 못해서 '몸의 언어'로 징징대고 짜증 내고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주의를 준다거나 훈육할 때도 알아듣지 못하니 막무가내 떼쟁이가 돼버리는 것이다. 이래서 부모와 아이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육아가 매우 어렵고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엄마·아빠는 수다쟁이가 돼야 하는 거다. 


요즘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어느 정도 익히고 간다. 

우리말을 잘하는 아이들은 한글을 익히는 데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아기의 언어발달에 필요한 자극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부모들이 비교적 정확한 발음으로 말을 많이 해줘야 한다. 엄마·아빠가 신생아 때부터 말을 많이 해준 아이들은 언어를 빨리 습득한다. 

아기들은 돌 무렵부터 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이 생기고, 모국어에 대해 특별하게 반응하는 변별력이 생긴다고 한다. 아기가 말을 배우고 소통하고 한글을 잘 깨치기 위해서는 엄마·아빠의 언어적 자극이 꼭 필요하다.


디지털 세상,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네이버 블로그나 유튜브 등 SNS의 활동을 통해서 경제적 부를 이룬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보여줘야 하는 시대다. 

TV 출연, 유튜브 제작, 화상회의 등을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고 자신을 알리는 것이다. 

또 SNS 등을 활용해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 레퍼런스를 구축하고 지적 자산(IP)을 만든다. 

화상으로 자기를 보여주거나 자신을 잘 표현해야 먹고사는 데에 유리한 시대인 만큼 말의 중요성이 더 크게 느껴지는 요즘 엄마·아빠는 자녀의 미래를 위해 적금을 넣고 보험을 들기도 하지만 돈 한 푼 들이지 않는 수다에 더 많이 투자하라. 


【 아기에게 말 건네는 방법과 옹알이 발달 과정 】
아기에게 말을 건넬 때는 구체적인 피드백으로 하는 것이 좋다. 보이는 그대로를 잘 설명해 주면 된다.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며, 말에 의성어와 의태어가 들어가면 언어는 더 풍부해진다. 
예) 귀여워→오물오물거리는 입이 너무 귀여워!
     예쁘다→깜빡깜빡하는 눈이 참 예쁘구나! 
➀ 생후 1~2개월 : 의도적인 언어가 아닌 생리현상(울음, 딸꾹질, 기침, 재채기 등)이나 
    생물학적(“아”,“어”,“우”등) 반사에 의해 나오는 소리를 낸다. 
➁ 생후 2~3개월 : 울음소리가 크고 다양해지며, 배고플 때와 졸릴 때, 축축할 때의 울음소리가 
    각기 다르게 표현된다. 자신이 내는 소리를 듣고 흥미와 재미를 느껴 계속 소리를 낸다. 
➂ 생후 4~6개월 : 혀를 이용해 어느 정도 소리를 조절할 수 있게 되어 자신의 특정한 상태를 
   나타내는 목적으로 울기도 한다. 
♠ TIP: 아기가 내는 옹알이를 ‘발성 연습한다.’라고 생각하고 엄마가 메아리처럼 그대로 따라 해 
주고, 대답하고, 호응해 주면 옹알이를 더 잘하게 된다. 또 부모가 칭찬과 함께 말을 많이 해주면 
정서발달은 물론 청각이 자극되어 두뇌와 언어발달에 도움이 된다. 




https://brunch.co.kr/@yangmama/27

사진 출처 : Can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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