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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맨 Nov 17. 2020

연필이 오던 날

2020년 11월 16일 낮 12시 28분

연필아, 안녕!

언젠가 네가 이 글을 보게 된다면 너의 이름은 연필이가 아닐 테지만, 엄마와 아빠 그리고 너의 존재를 축복하는 모든 사람은 너의 첫 이름을 연필이라고 알고 있기에 이곳에선 이렇게 너를 불러본다.


2020 11 16  12 28


10개월 동안 엄마는 너를 품었고, 사랑으로 너를 길렀단다. 이름처럼 흘러가는 대로 사는 엄마는 너를 꼭 자연분만으로 낳고 싶어 했어.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오기 훨씬 이전부터 열심히 운동을 시작하더구나. 비록 진통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분만실에서는 그리 오랜 시간을 끌지 않고 너를 낳았단다. 그 오랜 시간의 고통을 감수하고 너를 세상에 낳은 엄마를 보며 엄마가 아빠보다 위대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단다. 엄마와 함께 보낸 지 7년 만의 일이다.


너에게는 야속하지만, 아빠는 이런 걱정을 하기도 했어. 혹시 잘못돼서 너와 엄마 중에 누군가를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 물론 아빠는 고민 없이 엄마를 선택하겠지만. 혹시라도 네가 삐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는 본인이 살아서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겪고, 그 고통을 인내하며 너를 세상에 태어나게 했단다. 그 사실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엄마는 고통의 순간마저 ‘뱃속의 네가 잘못되거나, 고통스러워할 것을 염려했단다. 그런데 막상 네가 세상에 태어나니까, 엄마는 아빠와 잠시 떨어져 있던 20분 남짓 시간이 가장 무섭고 두려웠다며 울상이다. 엄마도 아빠와 같은 고민을 하게 된다면, 네가 섭섭했을 결정을 했겠지?


엄마와 아빠는 서로를 너무 사랑했고, 그래서 네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단다. 우리가 살면서 혹시 크게 다투게 된다면, 네가 엄마와 아빠를 부모로 선택하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연필이가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다고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생각할 거야. 왜냐면 연필이는 아주 저 머언 곳(엄마와 아빠도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곳에 있었겠지?)에서 엄마와 아빠가 사랑하는 모습을 보고, 네가 직접 우리를 부모로 선택해 준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너의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엄마와 아빠는 평생 우리 가족을 사랑하며 네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할게.


다시 한번 엄마와 아빠에게 와줘서 고마워, 사랑한다.



* 추신 : 엄마는 이 글을 읽고 또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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