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먼 훗날 우리>
사랑을 잃고 난 후의 말들은 언제나 조금 늦다.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늘 있었지만, 우리는 그 마음을 말로 꺼내기 전에 먼저 등을 돌리곤 한다. 10년 뒤, 다시 마주쳤을 때에도 그 마음은 여전히 우리에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우리는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마주친 두 사람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며 인사를 한다. 낯설 만큼 자연스럽게, 한 때 함께 살았던 사람처럼. 아니, 여전히 함께인 것처럼.
영화 속 샤오샤오가 조용히 말한다.
"I miss you."
마치 그리움이라는 단어가 이국의 언어를 입어야만 조금 덜 아플 수 있다는 것처럼.
젠칭이 답한다.
"나도 보고 싶었어."
그 말은 오래된 편지를 뜯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그 순간까지는 마치 모든 것이 돌아올 것만 같았다.
그리고 잠시 후, 샤오샤오는 끝내 말한다.
"내가 너를 놓쳤다고."
그 말은 한 사람의 후회이자, 두 사람의 지난 시간을 인정하는 고백이었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사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문장.
영화 속 젠칭은 말한다.
"이언이 꼭 붙잡으면 헤어질 리 없지."
사랑은 붙잡지 않으면 저절로 흘러가 버린다. 우리는 붙잡아야 할 순간을 너무 쉽게 놓친다. 손끝까지 다다른 마음을 끝내 말하지 못하고 사랑보다는 자존심을, 두려움보다 안전함을 선택한다.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면 한 발짝 물러서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자리에는 영영 되돌아올 수 없을만큼 빈틈이 없다. 젠칭의 대사는 그가 끝내 샤오샤오를 붙잡지 못하게 될 거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정하게 될 거라는 암시처럼 들렸다.
영화 <먼 훗날 우리>의 현재는 흑백이고, 과거는 컬러다. 두 사람이 함께 꿈꾸던 시간은 선명하고 뜨거웠지만, 다시 만난 지금의 그들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빛이 바랬다. 영화가 끝날 무렵, 스크린에 남아 있는 건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랑을 기억하는 두 사람뿐이다.
결국 우리는 사랑을 완성하지 못할지 모른다. 다만 그 사랑이 있었음을, 그리고 그것이 한때 우리의 전부였음을. 우리의 삶을 선명하게 해 주던 소재였음을 기억할 뿐이다. 붙잡을 용기가 없을 때야 비로소 사람은 후회 속에서 어른이 되는 걸까? 사랑은 결국 붙잡는 일일까? 여전히 질문하고 답한다.
집으로 다시 돌아온 누군가를 꼭 지키겠다는 결심을 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