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멀리 돌아오더라도 결국 제자리라면, 역시 사랑

영화 <첨밀밀>

by 양맨

왕가위의 영화 <첨밀밀>은 언뜻 보면 방황하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지만, 나는 그 안에서 이교(장만옥)의 성장 이야기를 발견한다. 그녀에게 사랑은 순수한 감정이라기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랑을 통해 그녀는 세상을 배우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이교가 처음 홍콩에 도착했을 때, 그녀에게 홍콩은 생존의 전장이었다. 불법 체류자, 본토 출신이라는 낙인,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두려움. 그 속에서 그녀는 무엇보다 안정적인 자리를 원했다. 소군(여명)은 그런 그녀에게 따뜻한 휴식처였다. 같은 억양을 쓰고, 같은 고향을 가진 사람. 그와 함께 있을 때만큼은 이 낯선 도시가 잠시 고향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러나 그 마음은 그녀를 잡아두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이교는 알고 있었다. 사랑만으로는 내일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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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녀는 떠났다. 사랑을 남겨둔 채, 자신을 지킬 수 선택을 했다. 홍콩인이 되기 위해, 흔들리지 않은 삶을 위해. 그 과정에서 그녀의 사랑은 일종의 도구처럼 보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교는 한 걸음씩 단단해졌다. 어쩌면 그 길 끝에서 그녀는 깨달았을지 모른다. 사랑을 버린 것이 아니라, 사랑을 키워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영화 속에 흐르는 등려군의 노래 <첨밀밀>은 두 사람의 관계를 비추는 거울처럼 등장한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음률은 더욱 선명해진다. 사랑이 단지 불안한 삶을 지탱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면, 그 멜로디는 어느 순간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소군과 이교가 재회하는 순간, 그 노래는 마침내 완전한 형태로 울려 퍼진다. 그것은 두 사람이 끝내 서로를 잃지 않았다는 마음의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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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면에서 이교는 완벽한 홍콩인처럼 보인다. 그녀가 그토록 원하던 안정과 속할 자리를 마침내 손에 넣은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그녀는 깨달았을지 모른다. 자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속할 곳'은 한 장의 신분증이 필요한 물리적 국경이 아니라, 소군의 곁이었다는 것을.


그들의 재회는 단순한 사랑의 회복이 아니다. 이교가 세상과 타협하며 지켜온 생존의 언어가, 마침내 진정한 사랑의 언어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장면은 우리에게 말한다. 사랑이 때로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그 끝에서 사랑은 언제나 사람을 살리는 힘으로 돌아온다고.


영화는 절망의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다. 이교가 선택한 길은 그녀를 멀리 돌아가게 했지만, 그 길은 결국 소군에게 이어졌다. 그것은 시대가 강요한 생존의 본능을 넘어, 사랑이 결국 모든 것을 회복시키는 길이었다. 마지막 장면에서 흐르는 <첨밀밀>의 멜로디는, 두 사람이 마침내 서로의 '집'이 되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사랑은 때로 늦게 도착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마음에서 영원히 떠나는 일은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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