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스테리아']
스트레스 vs 히스테리

by 김 스텔라

히스테리는 여성 전용 신증증의 대명사처럼 쓰인다.

하지만 우리가 알거니와, 과거에 유행어였던 '노처녀 히스테리'에 질세라 '노총각 히스테리'도 등장했었다.

그러면 히스테리로 불려지는 신경증은 어떻게 진단이 내려지며 어떤 방법으로 치료할까?

'히스테리아'는 의학 용어로, 고대 그리스 학자 히포크라테스의 저서에서 처음 사용되었다고 한다.

그리스어로 '자궁'이라는 뜻이다 보니 여성에게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자궁의 뜨거운 기운이 분출될 때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지금 우리가 말하는 스트레스가 내면 깊숙한 곳에서 끓어오르다가 밖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 같다.


영화 '히스테리아'는 1883년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표출하고 유익하게 사용한 한 여성의 이야기가 돋보이는 영화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시대에 억눌려 있던 여성들의 심리 상태를 가져다 쓰면서 이와 대조되는 여성을 소개함으로써 히스테리라고 불렸던 (1952년 이후로 더 이상 히스테리 진단은 내리지 않게 되었다) 신체적 증상에 대한 본질적인 치료를 모색케 하는 수준 있는 코미디 영화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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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감독 작품으로 영화의 흥미를 위해서 역사적인 사건에서 발상을 얻었다.

1883년 영국의 죠세프 그랜빌이라는 의사가 치료용 진동기를 발명한 사건에 착상해서 실제 50대 의사를 젊은 닥터 그랜빌로 등장시켰다. ( 영화와는 달리 이 진동기는 치료에 사용된 적이 없다고 한다)

진동기의 발명이나 사용에 초점을 맞추면 주객이 전도되고 영화가 전달하는 내용을 놓치게 된다.

남성 중심 사회의 무지를 드러내는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영화는 일단 관객의 흥미를 끌어야 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감상)


내용은 젊은 의사 그랜빌이 근무하는 개인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과 맺어지는 관계 이야기이다.

병원 주인이자 상사인 닥터 달림플은 주로 귀족 여성들의 히스테리 증상을 치료하며 돈을 버는 속물 인텔리 의사이다. 그에게는 샬롯과 에밀리라는 두 딸이 있는데 샬롯은 여권운동가이며 빈민 구제 회관을 운영하고 있고 에밀리는 아버지를 도와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신념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큰딸과 정석대로 살아가는 작은딸이 대조된다. 젊은 의사는 먼저 상사의 뜻대로 작은딸 에밀리와 교제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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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민 구제 회관의 운영난에 허덕이는 샬롯은 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집으로 돌아오라고 거절당하고

닥터 그랜빌은 빈민 여성들에게 진심으로 재활의 기회를 주고자 하는 샬롯에게 감동하기 시작하는데...

그 사이 닥터 그랜빌은 진동기를 개발해서 병원에 떼돈을 벌게 해 주고 에밀리와 약혼하게 된다.

약혼식 날, 언니 샬롯이 평소와는 다른 드레스 차림으로 우아하게 등장, 여성미를 보여주는가 하더니

응급 상황으로 달려온 빈민구제관 여성을 경찰이 약혼식장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바람에 샬롯과 경찰 사이에 몸싸움이 일어나고 샬롯은 경찰 폭행죄로 연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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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에서 검사는 샬롯이 히스테리 증상이 있기 때문에 정신병원에 구금하고 자궁적출술을 받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때 닥터 그랜빌이 증인으로 나와서 "샬롯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여성이며 히스테리는 무능한 남자들이 만들어낸 병이지 실제 육체의 병이 아니다"라고 진술하자 판사는 샬롯에게 한 달 구금형을 내리고 재판을 종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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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는 약혼식이 엉망이 된 후에 언니의 신념과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다.

그동안 자신의 꿈과 욕구와는 상관없는 아버지가 정해준 삶을 살았고 그것이 맞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가겠노라고 약혼자였던 그랜빌에게 지지를 부탁한다. 그랜빌도 기꺼이 응원해 주고 파혼한다.

에밀리는 이제 정해진 틀을 넘어 자신의 인생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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샬롯의 감방 생활이 끝나는 날,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가장 인상에 남는다)

하얀 눈으로 덮힌 교도소 앞 광장에서 그랜빌은 샬롯에게 청혼한다.

신념이 강해서 공격적으로 보이던 여성 운동가는 남자가 조심스럽게 하는 청혼에 망설임 없이 "예스"한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신념대로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스트레스는 오겠지만 신경증적인 증상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밀리와 같이 교육으로 형성된 신념이든지 혹은 샬롯처럼 내면에서 우러나오게 된 신념이든지 마찬가지다. 자신 안으로 향하는 신념이든지 혹은 자기 밖으로 나가는 신념이든지 둘 다 히스테리라 불리는 증상은 없다.

그러나 기왕이면 진실에서 우러나온 신념이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오히려 에너지로 삼아 '히스테리아' 속에 있는 열정을 비전을 향해 달려 나가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쪽을 택하고 싶다.

이 영화는 샬롯과 새 출발을 하는 에밀리를 통해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여성 감독은 샬롯, 에밀리 이름을 브론테 자매에게서 따온 것인지도 모른다.

'제인 에어'를 쓴 샬롯 브론테에게서 주체적인 캐릭터를,

'폭풍의 언덕'을 쓴 에밀리 브론테에게서 내재되어 있는 야성과 열정을 투사시켰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사용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