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달력에 집착한다.
요즘은 종이 달력이 필수품이 아니라서 마음에 드는 달력 구하기가 힘들어지니 새해가 가까워 오면 초조해지기까지 한다. 작년에는 결국 못 찾고 날짜만 있는 달력을 걸면서 한 해를 숫자로 때우면 어쩌나... 했는데 코로나 사태가 생기면서 실제 상황이 될 뻔 했다.
그래서 만약 올해도 못 구하면 직접 만들려고 했다.
그러다 뜻밖에, 그것도 $1에 눈에 번쩍 띄는 달력을 샀다
별 변화도 기대할 일도 없이 생존이 목표가 되는 듯한 새해가 시작되는 첫날,
지난해 달력을 버리면서 새해를 맞이하곤 했던 나만의 신년 의식을 바꾸어 보기로 한다.
못생긴 지난해 달력에 어느 해보다 빼곡히 쓰인 하루하루의 계획을 처음 겪어보는 팬데믹의 인생 기록으로 간직하기로 한다.
다시 보니 예측할 수 없는 나날과 활동이 정지된 시간 속에서 생명체로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흔적들이 소중해진다. 무미건조한 달력에 담긴 숫자들이 하나씩 이름표를 달고 있다.기록이 기억으로, 기억이 추억이 되는 날, 꺼내 보려고 내 사물함에 넣어 둔다.
좋은 그림도 아니고 무엇보다 안되는데 억지로 '... 하라'고 하는 뉘앙스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새삼 눈길이 꽂힌 이유는 권위를 나타내는 강한 뿔과 향기로운 여린 꽃이 용기를 상징하는 이미지 때문이었다.
어느 때 보다 힘이 필요한 시기에 권위에서 오는 힘이 현실을 마주할 용기를 준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인성을 추구해야 각박해지지 않는다.
마치 전장에 나가는 장수의 투구와도 같고 결혼식 신부의 화관 같기도 하다.
단순한 이미지에서 바이러스와 같이 공격해 오는 어려움을 물풍선 터트리듯 하고 싶은 내 마음을 보았나 보다.
용기는 의지인 동시에, 내재된 열망이기도 하다.
그래서 올 한 해, 어쩌면 평생에 간직하고 갈 Everlasting Image 가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