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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스텔라 Dec 29. 2020

Unchanging Melody 마무리

한창 청춘인 딸이 스트레스 받을 때면 "Endless story"라고 한다.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면서 속으로 ' 그것보다 더 힘든 건 Unchanging melody야'라는 말을 삼킨다.

끝없는 이야기는 대하소설이 되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이야기는 망가진 레코드판을 듣는 것처럼 괴롭다.


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아직도 끝나지 않는 이야기가 어디 코로나 사태뿐이겠나... 싶다.

대학에 들어가면, 취직하면, 결혼하면, 집을 사면, 아이들 다 크면, 은퇴 준비가 끝나면 하면서 달려 가지만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고 이어지기만 하는 이야기이다.

양적인 면에서는 과거보다 더 나은 생활을 하는지 몰라도 

질적으로 보면 사람은 어느 세대에서나 같은 욕구를 가지고 충족되지 못한 채 죽는 순간까지

Endless story 속에서 사는 것 같다.


그런데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Meody는 달라진다.

예측할 수 없고 컨트롤할 수 없이 다양하게 닥쳐오는 상황에 똑같이 반응하면

튀는 레코드판처럼 제자리걸음만 하고 앞으로 나갈 수 없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Keys View 석양


코로나 사태가 다가왔을 때 

'여기는 괜찮겠지,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겠지' 했는데

예상대로 나아지지 않으니까 당황하고 이 참에 쉬는 것도 좋지... 라며 마음을 달래다가 

악화되는 상황에 실망하고 받아들이며 이 시간까지 왔다.


스트레스 수치가 가장 높다는 상실의 단계와 같다.

* 퀴블러 로스의 상실 5단계 ; 부정-분노-타협-우울- 수용

 이 단계를 거치는 것은 자연스럽고 상한 감정이 치유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끊임없이 닥쳐오는 삶의 스트레스마다 자연스러운 감정의 단계에 머무른다면

Unchanging Melody로 자신과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지 않겠는가?


이 한 해 동안 우리는 '일상'이라는 기본 권리를 상실했다.

같은 상황에서 각자에게 다가오는 이야기는 다르지만 지금처럼 세계가 운명 공동체였던 적은 없다.

상실을 서로 공감하고 애도하며 극복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한 해를 보내며 자연스러운 우울에 오래 머물지 않고 

현실을 직면하면서 Unchanging Melody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코로나 사태는 새로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지금껏 인류가 겪었던 팬데믹 이야기 중의 하나이고,

내년에도 우리 각자의 삶에서 다가오는 도전은 여전히 있을 것이고  동시에 인생 전반에 걸쳐 극복한 이야기 중의 하나로 남을 것이다.


Endless Story? OK.

그러나 Unchanging Melody는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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