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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스텔라 Dec 20. 2020

안전한 모험

"우리는 언제나 쉬게 될까?"

자녀와 부모 세대 사이에서 낀세대로 사는 아줌마들이 모여 이야기하다 보면 나오는 소리다.

죽어야 쉰다는 둥, 그 틈새에 억지로라도 쉬어야 한다는 둥,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해서 잠수 타자 등등...

그중에 긍정 에너지가 남은 사람은 이렇게 한 번씩 모여서 수다 떨며 쉰다고 해서 모두의 동의를 얻어내기도 한다. 이제 팬데믹으로 이런 모임조차 가질 수 없는 때, 그 시절에 나눈 대화의 주제들이 하나씩 떠오른다.


누가 삶은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올라가고 내려가기를 반복하고 올라가면 떨어질까 긴장했다 정신없이 회전하기도 하다가 결국 제자리로 돌아오니까 힘들어도 흥미진진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인생은 어떤 걸로 표현될 수 있을까 하고 가까운 지인끼리 나눈 적이 있다.

한 사람은 우아해 보이는 백조 같다고 했다.

겉모습을 유지하느라 속으로 엄청난 움직임을 해야 하니 피곤한 인생이라고...^^

나는 고속도로에서 운전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이 밀려서 가야 하니 인생길에서 탈주하지 않는 한 움직여야 한다고, 역시 피곤하다.

또 한 사람은 자전거 타는 것과 같다고 했다.

힘들게 언덕을 오르면 좀 쉬기도 하고 덥고 비 올 때는 힘들어도 날씨 좋을 때는 구경도 하고 무엇보다 내려올 때 편하다고 했다.


롤러코스트는 떨어지면 흥미진진이라고 하고,

자전거는 내려오면 편하다고 한다.

사회에서 평가는 떨어지면 애써서 올려야 한다고 하고,

인생은 내리막 길이면 고통스럽다고 한다.

이 상반된 관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요세미티 마리포사 그로브 '무너진 군주 (The Fallen Monarch)' 나무


먼저는, 인생을 사람과 일 중에서 어디에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성취는 사람과 일을 다 포함하고 있지만 사람이 우선이 된다.

올라가기를 애쓰는 것도 일의 성취를 통해 자아성취를 맛보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이 우선되면 일의 성취 여부에 따라 인생이 평가되지 않고 성취 과정에 따라 결정된다.

내려가고 떨어져 보여도 사람은 망가지지 않고 보존된다.

오히려 때로는 롤러코스트를 타는 재미를 누리기도 한다.


다음은, 누구의 평가인가 하는 차이다. 평가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달라진다.

평가는 어떤 권위의 대상에 의해 내려지기 때문에

사회에 속한 개인으로서 사회가 평가의 주체가 될 수도 있고

개인으로 구성된 사회로서 개인이 평가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

혹은 사회와 개인 모두 인정하는 상위의 권위가 평가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

내가 권위를 인정한 대상이 무엇인가에 따라 내려오는 자유를 누리기도 한다.


한때 우리 아줌마들 사이에서 인생 패러디된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마지막 대사처럼

인생이 소풍까지는 아니어도

흥미진진한 재미까지 원하진 않아도

떠났다가 있던 곳으로 돌아올 수 있는 여행이기에

인생은 롤러코스트를 타는 것과 같다고  했나 보다.

예측 불가능한 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얻은 이야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인생은 안전한 모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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