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모든 것들

2-정류장이 미치는 영향

by 양양

내가 사는 동네는 버스 배차 간격이 긴 편이고 환승을 해야만 갈 수 있는 곳이다.

나는 하루에 적게는 두 번, 많게는 네 번 정류장에 서게 된다.

일주일에 스무 번쯤은 기다리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정류장에서의 시간은 일상의 시간보다 느리게 간다.

버스가 오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니 집중해서 무언가를 할 수도 없고 고작 해봐야 음악을 듣거나 메뉴를 고민하는 것뿐이다.


여느 날처럼 원하지 않는 숫자의 버스들이 오고 가는 걸 바라보고 있을 때, 문득 정류장에서의 시간이 꼭 글과 삶에도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글을 써 내려가다 보면 중간에 멈춰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게 되는 문장이 있다.

그리고 나는 그 문장을 ‘정류장 문장’이라고 이름 붙였다.

무언가 어색하고 거슬리는 문장.

그런 문장을 발견하면 다듬고 깎아내고 만족스러울 때까지 반복한다. 어떤 때는 마땅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 가만히 문장을 머금고 기다려본다.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다음 문장으로 넘어갈 수 있는 길이 이어진다.

그렇게 몇 개의 정류장을 지나고 나면 꽤 만족스러운 글이 완성된다.


삶도 마찬가지다. 어떤 목표를 이루는 데까지 어떤 때는 한 개의 정류장에서만 시간을 보내면 되지만, 어떤 때는 수십 개의 정류장에서 인내의 시간을 겪기도 한다. 잘못 서있는 게 아닌가, 허둥대기도 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 생각보다 시간을 더 흘려보내기도 한다.


그럴 때는 삶의 정류장을 쉼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조금의 쉬어가는 공간이자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라고.

조급함을 내려놓고 기다리면 버스는 오기 마련이니까.


인생이 버거울 때는 지나온 정류장을 돌아보며 힘을 얻고 인생이 행복할 때는 앞으로의 정류장을 미리 준비해 보자고 다짐하면서 -


나는 오늘도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