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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공간이 주는 위로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친다.

by 밝을 명 가르칠 훈 Feb 15. 2025

2장. 빛과 공간, 그리고 머무름의 낭만


어떤 공간은 우리를 감싸 안는다.

지친 몸을 눕히듯,

어느새 그 안에서 우리는 긴장을 풀고

조용히 숨을 돌린다.


도쿄라는 새로운 도시에 왔지만,

내가 가장 자주 찾게 되는 공간은

전혀 낯선 곳이 아니다.

오히려 어디서든 만날 수 있는,

언제나 변함없이 존재하는

보편적인 안정감을 가진 공간들이다.


오늘도 나는 그런 공간을 찾아 걸었다.

어깨가 무거워질 때면,

마음이 흔들릴 때면,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향하는 곳이 있다.


공간이 내어주는 작은 쉼표


도쿄의 어느 공원,

익숙해보이는 건물,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카페가 있다.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올라

문을 열면

은은한 커피 향이 맞이해준다.


구석의 창가 자리,

그곳은 마치 나만을 위해 비워둔 것처럼

늘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창밖으로는 분주한 거리가 보이지만

유리창이 마치 필터가 되어

모든 소음을 잠재워준다.


나무 테이블 위로 드리우는 오후의 햇살,

시원한 커피잔을 감싸쥔 손,

책을 읽다 잠시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

그때 나는 문득

이 도시에서도 편안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창가에 앉아 있으면

마치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가끔 한두 명씩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이 보인다.

그들도 나처럼

잠시 숨을 고르는 걸까.


조용한 위로를 건네는 시간


이곳에서는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다.

책을 읽어도 좋고,

음악을 들어도 좋고,

그냥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어도 좋다.


나는 주로 노트북을 펴두고

창밖을 바라본다.

화면 속 깜빡이는 커서는

나의 생각을 기다려주고

나는 그렇게 천천히

하루를 정리한다.


때로는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마저도 괜찮다.

이 공간은 그런 나를

가만히 받아들여주니까.


창가에 비치는 햇살이

조금씩 자리를 옮기고

커피잔의 얼음이 녹아갈 때쯤

나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본다.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들,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기엔

너무 사소한 고민들을

나는 이 공간에 맡긴다.


그러면 공간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묵묵히 귀 기울여준다.


일상이 선물하는 안식처


이런 공간들은

도시 곳곳에 숨어있다.

서점의 구석 자리,

미술관의 벤치,

공원의 그늘진 곳.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휴식을 건넨다.

책장을 넘기는 소리,

그림자가 드리운 벽,

나뭇잎 사이로 스미는 바람.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 위로를 받아들인다.


나는 이제 알고 있다.

힘들 때마다

이 도시의 어딘가에

나를 기다리는 공간이 있다는 것을.


그래서 나는 계속 걸어다닌다.

새로운 위로를 주는 공간을 찾아,

아직 만나지 못한 안식처를 찾아 방황해본다.


시간이 만들어주는 위로


가끔은 시간이 필요할 때가 있다.

아무리 좋은 말도,

따뜻한 위로도

마음에 닿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오래된 공간을 찾아간다.

시간의 흔적이 쌓인 곳,

많은 이야기를 품은 곳.


도쿄의 어느 오래된 도서관,

높은 천장과 긴 창,

나무 의자가 늘어선 열람실.

그곳에 앉아있으면

마치 시간이 나를 감싸안는 것 같다.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것 같은 고요함,

수많은 사람들이 남긴 생각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이 자리에 앉아있는 나.


그렇게 나는

시간이 쌓인 공간 속에서

천천히 나를 찾아간다.


당신의 위로가 되는 공간


우리는 모두

저마다의 방식으로 지친다.

그리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위로받는다.


어떤 이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에서,

어떤 이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각자에게 맞는 위로를 발견한다.


나는 도쿄에서

나만의 위로가 되는 공간들을 만나는 중이다.

그리고 그 공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안아주는 듯 했다.


당신에게도 그런 공간이 있기를.

지친 하루 끝에 찾아갈 수 있는 곳,

아무 말 없이도 위로받을 수 있는 곳,

그저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


그리고 그 공간들이

당신만의 특별한 쉼표가 되어주기를.

잠시 멈추어 숨을 고르고

다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작은 안식처가 되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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