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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니언 Mar 17. 2021

수작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심심함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코로나 19가 유행하는 중인 현재 극장은 초토화 상태인 것이다. 그나마 선방하고 있는 것은 애니메이션과 같은 고정적 소비층이 있는 장르를 제외하면 영화는 어느 장르 할 것 없이 망하거나 개봉이 미뤄 지는 경우가 대다수 이다. 그런 상황에서 흥행한 영화가 바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이다. 아쉽게도 필자는 영화관에서 보지 못하고 스트리밍 서비스인 '티빙'에서 감상하였다.


살인청부업자로 살아가던 김인남(황정민)은 태국에 있던 자신의 애인과 아이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태국에서 애인과 아이를 찾고자 고분분투하는 중에 과거 자신이 죽인 야쿠자의 동생인 레이(이정재)가 인남을 추격하게 되는데.. 어디서 많이 본 플롯이라고 생각이 드신다면 당신은 아저씨,테이큰을 이미 보신 것이다.

즉 흔하다면 흔한 그런 장르의 영화이고 크게 차이나는 부분이 없는 영화이다. 하지만 아저씨, 테이큰과 같은 느낌을 보여 주는데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만한 것은 위의 작품과는 다르게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김인남이 사기캐 같이 느껴지지 않고 어딘가 세상사에 찌든 느낌이 나는 후줄그레한 중년의 모습을 보여 준다.

이 작품의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레이는 이야기 상의 위치는 다소 독특한데

인남에 의해 자신의 형이 암살 당하여 그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캐릭터이다.  가벼운 분위기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아저씨,테이큰은 어쩌다 휘말린 주인공에 해당한다면 김인남은 자신의 직업으로 인해 불러온 재앙과 같은 존재와 싸우게 된 것이다. 즉 '우연히'라는 클리셰를 벗어난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잘 만든 수작이라고 할수 있지만 주인공인 인남이라는 캐릭터가 단점으로 다가오게 한다.

인남은 설정상으로 국가기관에서 토사구팽 당하여 원치 않게 청부업을 했다는 설정이 존재 하기에 선악이 공존하는 인상을 줘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캐릭터가 정적으로만 다가오게 한다. 납치범들에게 행하는 폭력이나 자신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대상에게도 억울함과 선을 넘지 않겠다는 느낌만을 강하게 풍긴다.

황정민이라는 배우 자체의 문제라기도 어려운 것이 황정민이 연기한 '신세계'의 정청을 보이는 의리있고 어딘가 어수룩한 모습과 조폭 보스다운 잔인함과 치밀함이 공존하는 인물상을 맞갈나게 연기하였기에 전적으로 감독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감독의 역량이 낮다고 치부하고 보기에는 레이(이정재),유이(박정민)의 캐릭터가 꽤 괜찮게 나와서 또 아리송하게 느껴지게 한다.

이정재

레이의 경우 작중에 인남을 압박하는 존재인데 단순한 악역을 넘어 물불 안 가린다는 표현이 적절한 캐릭터로 묘사된다. 복수의 이유인 자신의 형에 대한 애정은 작중에는 전혀 묘사 되지 않으며 오직 자신의 쾌감을 위해인남에게 청부를 의뢰한 브로커,인남이 요원 시절 상관,태국의 범죄자들 등 수많은 사람들을 거리낌없이 살해하여 영화 내내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보여주는며 정적인 모습보다는 상당히 유동적으로 캐릭터를 움직이는 느낌을 주는데 이 캐릭터의 유동적인 느낌은

동일 배우가 연기한 '관상'이 수양대군이 더 막나가면 딱 이렇게 표현 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준다.


유이라는 성소수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국산 블록버스터에서 성소수자 캐릭터는 찾기가 힘든데 그 이유가 아무래도 비주류에도 속하기 힘든 국내의 상황과 대부분의 캐릭터가 차라리 독립 영화에서 더 풍부하게 다뤄지기에 굳이 쓸 필요가 없는 상황이 클 것이다.

영화내에서도 스테레오 타입의 트랜스젠더를 전형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좀 더 깊이가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박정민의 성숙한 연기력으로 인해 정적이고 시니컬한 영화 내 캐릭터들 중에 레이와 더불어 유동적인 느낌을 준다. 레이와의 차별점이라면 상당히 잔인하고 무서운 느낌의 레이와는 다르게 무언가 의지 할 수 있는 느낌(?)의 캐릭터를 보여준다.


P.S : 티빙에서는 파이널 컷 버전이 있는데 원본에서 슥 지나간 부분을 보충하고 고어한 장면이 더 많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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