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니언 Aug 31. 2021

나타샤 로마노프가 이런 대접을 받다니

블랙 위도우

이 글은 스포일러가 포함되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으면 먼저 작품을 감상하고 보기 바랍니다.


코로나 19 유행으로 한동안 극장에서 볼 수 없던 대작 영화들 중에서도 기대가 많았던 영화이다.

액션 장면

액션씬도 정말 좋게 나왔는데 중반부의 오토바이 씬은 평범하게 뽑혔지만 그건 후반부의 위한 빌드업이라는 것을 느끼게 하는데 후반부의 공중 액션씬은 4D나 IMAX로 보지 못한 게 아쉽다고 정말 느끼게 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가지고 있던 아쉬움이 사라지지 않아서 높게 평가하지가 그렇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장례식

엔드게임에서 블랙 위도우의 역할을 맡은 스칼렛 요한슨과 안 좋은 일이 있나 싶었을 정도로(현재 디즈니와 스칼렛 요한슨은 지금 법정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영화 내적 문제가 아닌 영화 외적 즉 영화 개봉 방식의 문제로 인해 발생함) 극 중에서 블랙 위도우의 역할은 정말 실망이 많았다. 먼저 소울 스톤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희생하는 씬은 조금 초라해 보일 수는 있지만 큰 문제는 없게 보인다. 하지만 최후반부에 나오는 장례식 씬에서 오직 토니 스타크만을 조명해주는 것은 블랙 위도우를 너무 초라하게 보이게 한다. 들리는 말로는 그 장례식에 블랙 위도우를 조명하는 건 그이 스파이라는 정체성에 맞지 않아서 그렇다는데 차라리 장례식에 토니의 화환 옆에 작게라도 그녀의 이름을 올려 두거나 아니면 타노스와의 전투에서 희생된 희생자들을 다 조명하면서 작게 표시라도 해주면 좋았을 것인데 너무 무성의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블랙 위도우 단독 영화도 정말 블랙 위도우가 돋보이는 건지가 애매한데


알렉세이 쇼스타코프=레드 가디언

레드 가디언(데이비드 위버)의 극 중 역할은 단순 무식한 나이 든 아저씨에 나타샤의 버린 양아빠(?)라는 역할인데 이 설정으로 영화는 확실히 잡아서 진행하지만 이 캐릭터가 의미심장한 떡밥을 남겨서 그러한 특징을 잊게 만들게 한다. 레드 가디언이 감옥에서 허세를 부리면서 언급한 자신이 80년대에 캡틴 아메리카와 싸웠다고 하는데 80년대에 캡틴 아메리카는 얼음 속에 있었기에 레드 가디언의 말은 허풍처럼 들리지만 MCU를 좀 아는 필자는 오묘하게 들리는 말이다.  엔드게임에서 스티브 로저스는 1940년대로 돌아가 페기 카터와 같이 지내는 것을 보여주고 늙은 모습이 될 때까지 살았다는 것이고 그 사이에 만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MCU가 아직 평행세계를 어떻게 다루는지는 확실히 밝혀진 부분은 없기에 확답은 할 수가 없다. 아직 국내에는 정식으로 들어오지 못한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팔콘 앤 윈터 솔저의 줄거리를 보면 스티브 로저스 이외에도 캡틴 아메리카가 존재했다고 하니 레드 가디언이 캡틴 아메리카를 보기는 봤지만 그 캡틴은 스티브 로저스가 아닌 다른 사람인 것이게 된다.(그렇기에 필자는 빨리 디즈니 플러스를 보고 확인하고 싶다.) 즉 다음 영화를 위해 제작진이 떡밥을 던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레드 가디언이라는 캐릭터를 활용한 거와는 다르게 릭 메이슨(O. T. 패그 벤 레이)의 캐릭터는 캐릭터 낭비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정말 캐릭터를 활용하지 못한다. 나타샤의 뒷 세계 물주(?)와 인피니티 워에서 블랙 위도우가 가진 퀸젯의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장치로만 활용하고 영화 외적으로는 '릭 메이슨이 태스크 마스터다'라는 가짜 루머의 대상으로 활용해서 이 캐릭터는 왜 이런 식으로 활용했는지는 지금도 미스터리이다.


이 정도 떡밥만 있으면 그래도 그게 문제는 안 되지만 빌런인 태스크 마스터(올가 쿠릴렌코)와 드레이코프 장군(레이 원스턴)의 허접함이 결정적으로 이 영화를 실망하게 한다.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의 빌런 윈터 솔져와 알렉산더 피어스처럼 지략, 무력을 나눠서 나타샤 로마노프를 영화 내내 압박하지만 후반부 태스크 마스터는 레드 가디언+멜리나 보스토코프(레이첼 바이스)의 협공으로 인해 허무하게 감옥 안에 갇힌다. 윈터 솔저의 냉혹함의 반도 따라가지 못하는데 최후반부에 블랙 위도우의 도움으로 세뇌를 푸는 장면은 냉혹한 모습을 전혀 보여 주지 못한다.(아마 윈터 솔저와의 캐릭터성이 너무 겹치지 때문에 이도 저도 아니게 묘사된 것 같다.) 차라리 세뇌당해서 싸우는 태스크 마스터의 모습을 처절하게 묘사를 했으면 더 나았을 것 같다. 

드레이코프는 블랙 위도우의 작전에 넘어가 자신의 기지를 털리는데 그 모습이 '말 많은 악당'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며 알렉산더 피어스와는 다르게 내내 블랙 위도우에게 당하기만 하는 모습만 보여준다.


그나마 기대할 만한 부분은 엘레나 벨로바라는 캐릭터인데 위의 제목처럼 나타샤 로마노프의 푸대접으로 인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엘레나 벨로바=블랙 위도우

영화 내에서 설명하듯이 '블랙 위도우'라는 명칭은 레드 룸이라는 집단에서 만들어낸 여성 요원을 의미한다. 그렇기에 블랙 위도우라는 캐릭터를 활용하기 위해서 굳이 나타샤 로마노프만을 내세울 필요가 없기에 마블 스튜디오에게는 활용하기는 편한 것이다.

엘레나 벨로바는 어릴 때 나타샤의 동생(?), 레드 가디언과 멜리나의 딸(?)로서 유년기를 보냈기에 그 누구보다도 그 거짓된 가족을 소중히 생각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세뇌에 깨어나서 먼저 찾아간 사람도 나타샤이고 나중에 알렉세이와 만나서 그의 허풍 넘치는 말을 무시하는 나타샤와는 다르게 비록 핀잔에 가깝지만 알렉세이와 대화를 한다.

이 장면과 이어지는 부분에서 서로 허그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꽤 오래 안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나중에 멜리나까지 재회하고 4인이 모이고 나서 대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서 나타샤는 이 가족은 거짓된 가족임을 상기시키지만 엘레나는 그 누구보다도 그 사실을 부정한다.

이러한 가족애를 영화는 짤고 굵게 표현하기보다는 엘레나의 가족애를 통해 알렉세이의 회한 어린 고백(유쾌하게 표현된다), 멜리나의 전향, 나타샤의 어벤져스 재결성이라는 희망을 품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전체적으로 스칼렛 요한슨의 마지막 MCU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작품이다. 

곧 개봉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을 기대하며 이 아쉬움을 달래고자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많은 갈등 속에서 빛나는 인간존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