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0월 24일
양파의 육아 비법은 주제파악입니다.
혹시 미혼이신 분들, 아이 없으신 분들, 나도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을까 궁금하시죠.
생물학적인 문제가 없다면 누구든지 가능합니다. 정말 출산 육아가 싫다 하면 대리모 플러스 낳자마자 바로 입양시키면 되지요. 물론 말이 안 되지만 하여튼 요구조건을 만족시키면서 나에게 제일 부담이 안 가는 방법입니다(남자는 훨씬 더 간단하군요. 정자 기증. 끝.). 자, 이게 최고 쉬운 방법이라면 최고 어려운 방법은 아무 도움 없이 독박육아겠지요.
24시간 풀가동 독박육아와 출산 즉시 입양 사이에 당신의 '육아 가능성'이 있습니다.
풀가동 독박 육아 |----------------당신-------------------------------| 즉시 입양
뭐 이런 거죠.
여기에서 "닥치면 어떻게든 방법은 생각해 낸다" 버프 한 50% 더하고
"내 새끼는 그래도 이쁘다" 버프 2x 를 더합니다.
그 다음에 주제파악으로 들어갑니다.
지나가는 예쁜 애들 보면 아아~ 예쁘다 생각 드시죠. 얼마나 봐주실 수 있으세요? 저는 글쎄 진짜 이쁘고 귀여우면 30분? 네. 여기에서 "내새끼 버프" 2x 넣고, "닥치면 한다" 버프 50%, 그 다음에 "낳았는데 어쩔 거야" 포기 버프를 좀 더 넣으면 대략 값이 나옵니다.
저는 하루에 내 아이들과 같이 즐겁게 즐겁게 놀면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세 시간입니다. 직장 안 나가면 행복도가 확 떨어지고, 세 시간 이상 보면 애들이 훨 덜 이뻐 보입니다.
여기에서 죄책감 없이, 도덕적인 판단 없이,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를 알고 받아들여야 성공적인 육아가 가능합니다.
세 시간만 버틸 수 있는데 어쩔 수 없이 독박육아 하면 엄마가 이상해지거나 애가 이상해지거나 둘 다 같이 이상해지거나 친정/시어머니/주위 사람들이 뒤집어쓰거나 하는 부작용이 일어납니다. 참을성에 따라서 다른데, 저는 참을성이 아주 낮은 편입니다. 그렇지만 낮은 참을성 덕분에 제때제때 쉬어 주기 때문에 폭발할 일은 별로 없습니다.
딴 사람들은 다 잘 하는데 뭐가 문제냐고요. 애 봐줄 거 아닌 사람들 말은 무시하시면 됩니다. 일 년에 스카이 입학생이 몇 천 명인데 왜 넌 못 들어갔냐 하면 얄밉죠. 공부가 제일 쉬웠어요 이런 애들도 얄밉죠. 애 보는 게 그냥 좋은 사람 있고 안 그런 사람 있습니다. 그리고 좋다고 해서 하루 24시간 내내 좋다는 건 아니죠. 아무리 치맥 맛있어도 하루 삼시 세끼 먹....을 수 있겠구나 음 이건 아니고 하여튼.
낳아보면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캐파 늘어납니다. 맞습니다. 낳아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정말 이쁜 것도 맞습니다. 천천히 엄마가 되어 가면서 난 정말 못할 것 같았던 것도 합니다. (토사물/그 외 드러운 것에 대한 예민도도 현저히 낮아진다던가) 하지만 그래도 개인차가 크고 한계도 있습니다. 이거에 죄책감 느끼지 않고, 그냥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는 게 중요합니다. 테트리스도 처음부터 끝판 레벨이면 누가 하겠습니까. 천천히 레벨 올라가는 거죠. 처음부터 다 완벽하게 잘 하려고 하면 힘듭니다. 글구요...
...애들 쉽게 안 죽어요 (쿨럭)
잘 데 있고 안 춥고 배 안 곯으면 우선 미션 달성. 그 다음은 다 보너스.
그리고 비교하는 거 나쁘지 않습니다. 저도 늘 비교합니다. 대신에 비교함으로써 나에게 감정적으로 이득이 되는 쪽으로 비교하는 쪽을 추천합니다.
"옆집 엄마는 유기농 이유식을 직접 만들어 먹인다더라" (X)
"네가 현대의학의 위대함을 아는 깨인 엄마를 만나서 무려 돌은 넘기고 살아 있구나" (O)
"옆집 엄마는 엄마표 영어/수학을 시켜서 다섯 살에 무슨무슨 기능 자격증도 땄다더라" (X)
"네가 엄마를 잘 만나서 세 돌까지 기저귀 스트레스 안 받고 마음대로 똥을 쌌구나. 얼마나 행복하냐." (O)
...더 하면 제가 좀 비참해질 것 같아서 여기서 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