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1월 3일
최소한 2010 전후만 해도 "페미니스트"라는 단어는 어감이 상당히 과격했다. 여자가 "나는 페미니스트다" 라고 선언하는 건, 무슬림인 사람이 "나는 테러리스트다" 선언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이런 기사는 좀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메릴 스트립도 이 시절에 자기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휴머니스트라고 했다며 까이던데, 분위기가 그렇게 말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니깐. 보통은 "여성은 강하다고 믿고, 여성 인권의 신장이 필요하고 (그 외 구구절절 설명) 그러나 그 단어는 보통 전투적이고 과격한 이들을 칭하기 때문에 저는 제 자신을 휴머니스트라 부르겠습니다" 버전이다.
그런데 불과 몇 년 사이에 이게 많이 변했다. 비욘세가 당당하게 자기는 페미니스트라고 하고, 레이디 가가도 몇 년 만에 말을 바꿨다. 요즘에는 자기가 페미니스트라고 하지 않는 여배우가 좀 치졸해 보일 정도다. "논리 안 먹히고 공격적이기만 한 못생긴 노처녀들의 발광" 에서, "남녀차별을 인식하고 여권신장을 위해서 노력하는, 그리고 그로 인해 남자들이 좀 싫어한다 해도 신경쓰지 않고 같은 여자들을 위해 자기 할 말 하는" 여자로 변했다. (에마 왓슨이 좋은 예. 제일 최근의 예로는 제니퍼 로렌스가 있다.)
난 이게 트위터/SNS 덕이라고 본다. 온라인에서의 분위기가 지속적으로 현실 사회까지 퍼져나갔다. 여혐논란이 공론화 되고 #yesallwomen, #everydaysexism 등의 여혐고발과 #distractinglysexy #ilooklikeanengineer 등의 조금 더 가벼운 캠페인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 자기는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했더라도 메릴 스트립 씨는 좋은 페미니스트의 예라고 본다.
http://www.huffingtonpost.com/2013/12/17/feminist-celebrities_n_446041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