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2일
https://twitter.com/londonyangpa/status/683054828503875585
난 역사덕후다. 블로그 십 년 하면서 맨날 염불 외듯이 했던 말이지만 또 반복하자면, 난 돈 많고 일 안 해도 되면 그냥 계속 공부할 거다. 사학, 언어, 인류학, 뭐 이런 인문계 과목 주루루루루루루룩.
남아공에서 20년 모은 짐 다 정리하고 영국으로 이민 오면서 책 정말 많이 갖다 버렸다. IT 쪽에서 계속 일해 왔지만 인문학 쪽에 미련이 많았던 터라 그쪽 관련 책이 아주 산을 이루었다.
거의 다 버렸고, 그리 감성적이진 않은 편이라 물건(이나 책)에 그리 애착을 가지진 않지만 그래도 아 이건 못 버리겠다 싶었던 책 세 박스는 나중에 영국으로 들고 왔는데 -
그중에 한 권이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불어판이었다. 불어 배울 때 한창 읽던 소설 중 정말 좋아했던 책이어서 그랬다. 그리고 웬만한 역사책은 다 버렸지만, 너무 재밌게 읽었던 책 몇 권은 꼬불쳐 왔다. A History of the American People 이런 거.
남초 직장에서 일하면서 남녀 편견에 예민하면서도 나 자신도 편견이 정말 많은 데에 깜짝 깜짝 놀란다. 이번 시공사 병크가 그렇다.
(시공사 병크 간단 요약: 설마 여자가 중세 역사 관련 책을 사고 그러겠냐? 남자만 대상으로 이벤트 하겠다!! 역사에 대한 글 올라오는 거 보니까 방대한 지식은 다 남자더라)
삼천포. 나 시공사에서 책 냈는데 ㅎㅎ
어쨌든.
내 편견은 이렇다. 역사는 여자들이 거의 다 전공하며,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책을 사는 이들도 거의 여자다. 남자들은 좀 좁은 분야 - 세계 대전이나 무기 정도? 에 관심을 보이긴 하더라. 정치 쪽으로 보는 역사는 아무래도 나이 드신 교수님들 많고, 그때야 남자들이 다 잡고 있던 시대니까 그렇지만 "젊은 층에는 거의 다 여자인가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제 편견일 수도 있습니다" (시공사 버전 ㅋ)
무기는 남자가 관심이 좀 있나 하지만 사실 내 전 직장 동료 여친은 중세 무기 전공 박사 학위 끝내고 대영 박물관 큐레이터로 일했다(하지만 난 얘 만나기 전에도 박물관 가면 다 박사 학위 여자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편견이 있다.).
뭐 교수가 남자랄 거라고 생각할 순 있지만, 무려 출판사 사람이, 역사책 구매층에 여자가 없다고 어떻게 생각할 수가 있지?? 하고 무척 놀랐다 그리고 내 자신의 편견에도 놀랐다. 난 남편이나 내 주위 친구들, 동료에 비해서 여성스러운 취미가 많다고 늘 느꼈고, 그런 취미는 공유할 수 없어서 좀 소외감 자주 느꼈거든. 역사라든지, 글쓰기, 언어, 음악, 미술, 인류학, 사회 전반 뉴스 이런 거는 내가 재미있어하는 거지 신랑이나 내 주위 사람들/ 동료들은 전혀 1그램도 관심 안 보이는 분야... ㅠ.ㅠ 생각해 보니 그저 이과/문과 취향 차이일 수도 있는 건데 난 남자/여자 차이로 느꼈던 것 같다. 보통 나 혼자 여자니까;;; 그런 거 좋아하고 전자기기, 수학, 하드웨어 등에는 그들만큼 깊은 관심을 안 보이니까(나 그래도 로보틱스 장난감도 만들고 하는데 얘네들한테는 뭐 비교가 안 됨). 아 스포츠 이런 데에도 관심 없구나.
시공사 까는 글 써도 되지만 내 페이지니까 내 얘기로 돌리자면 - 이과/문과형 인간 식으로 봐도 되는데, 난 확고하게 남자/여자 차이로 보고 있었다는, 나도 참 편견 많은 인간이라는 얘깁니다.
(그 외 남아공에서 끌고 온 책 박스에는 -
중학교 때 내 돈으로 산 쇼팽 연습곡집
Wheelock's Latin 라틴어 교과서, 고등학교 때 배우던 라틴어 책들. 시저의 갈리아 전기 포함.
A. G. Visser 의 아프리칸스 시집. 아프리칸스 단편 모음.
고등학교 시절 영어 시집
Camus 의 책 - La Peste, L'Etranger, Les Justes.
프랑스어 고전 다수 - les liaisons dangereuses, La Fleur du mal 이런 거 ㅋㅋㅋ
프랑스어로 읽었던 Orson Scott Card 전집
등등.
영어 책은 역사책 다수 - 설탕의 역사 감자의 역사 커피의 역사 수학의 역사 ..
...IT 관련 책: 0권
나 뼛속까지 인문계 취향이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