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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5. 2018

Being mortal 독후감

2016년 7월 8일

Being mortal이라는 책을 작년에 읽었는데, 자신의 인생을 주체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 그냥 탁상공론 철학 토론이 아니고 정말 행복 레벨에 영향을 끼친다는 걸 배웠다. 아마도 그래서 군대가 더 힘들지 않나 생각했었다. 아래는 Being mortal 독후감.     


Being mortal - Atul Gawande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이 사람 글 진짜 정말 좋아한다. 이전까지는 아 재미있다, 아 그렇구나, 아 많이 배운다... 정도의 책이었지만 이번 책은.. 흑흑.     

성격 하자가 많이 있긴 하나 웬만하면 각 상황에 있는 사람의 입장을 열심히 알아보고 분석만 한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내 강점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그게 Being Mortal 읽고 완전히 무너졌다. 나 역시 한 그룹의 사람들에 대한 지독한 스테레오타입이 있더라.     

화장실에 혼자 갈 수 없는 노인, 치매가 오는 노인이 양로원에 가기 싫다고 하는 상황 아마 들어보았을 것이다. 자식이 모실 수 없는 상황이라 양로원에서는 간호사가 돌아가면서 약도 챙기고 목욕도 시켜주고 아침 점심 저녁 밥도 주며 모니터해준다는데도 싫다고 한다.  

더 이상 자기 앞가림을 잘 못 하는 노인은, 재정적으로 가능하다면 당연히 이런 시설에 있는 쪽이 낫지 않을까? 집에서 혼자 살면서 버티기보다 더 안전하고, 의료 진료도 받을 수 있고 한데.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이 많이 들어서 혼자 다 하기 힘들어지면 시설로 가는 쪽이 좋지 않나? 넘어질 위험 없고 간호사들이 늘 관리해주고 그런 곳으로.     

그 생각이 얼마나 틀렸는지 저 책 보고야 알았다.    


 

병원에 혹시 입원해보셨는지 모르겠지만, 멀쩡한 상태에서 입원해 있으면 미치게 답답하다. 왜? 못살게 굴어서? 가만있으면 밥도 주고 다 챙겨주는데 왜?     


당신이 교통사고를 당해 몇 달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고 하자.     


선택 1. 

원룸 같은 작은 공간에 룸메와 몇 달 들어간다. 7시 기상해서 밥 같이 먹는다. 늦잠 잘 수 없다. 어떤 간호사가 와서 목욕시킨다. 비누 냄새가 너무 싫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내 옷을 못 입고, 병원 옷을 대강 입혀준다. 아침 메뉴 선택 이런 거 없다. 아침 먹고는 강제로 그룹 노래방 참가해야 한다. 점심시간 12시. 메뉴 선택 없고, 끝나면 또 다른 그룹 모임 있다. 밖에 나가려면 누군가를 데리고 가야 한다. 주는 약이 세서 머리가 어지러운데 안 줄여준다. 자꾸 안 먹으려고 하니까 이젠 간호사가 옆에 서서 먹는 걸 감시한다. 룸메가 싫지만 이것 역시 선택 불가다. 간호사는 내 방에 아무 때나 들어올 수 있다. 컵라면 끓여먹는 것도 안 된다. 내 회복에 안 좋기 때문이다. 야행성이지만 밤 아홉시면 무조건 소등이다. 손님 초대도 맘대로 할 수 없다.     


선택 2. 

걍 내 집에서 편하게 퍼져서 있으면서, 간병인이 하루에 몇 시간 정도씩 와서 부탁하는 것을 해준다.     

치매가 오거나 정신적으로 문제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한다 해도, 그래도 자아가 있는 성인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런 이들을 더 이상 우리와 동급으로 보지 않는다.   

그 책에서 제일 남는 한 마디가 - we want autonomy for ourselves, but safety for those that we love. 맞는 말이다. 나도 내 아들은 안 다치는 게 최우선이지만, 신랑이 나보고 위험하니까 출퇴근할 때 대중교통 쓰지 말고, 요리하지 말고, 위험한 운동 하지 말라고 하면 짜증나겠지. 그러나 내 아들에게는 자유가 제한되더라도 안전한 쪽을 원할 거다. 아직 애니까 괜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완전한 성인인 노인들에게 우리는 몇 배로 심하게 그들의 자유를 박탈하고도, '혼자서 다 못하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     

사실 양로원이 다 나쁘다.. 이런 건 아니고, 노인들에게 최적인 환경은, 그들에게 자기 선택권을 최우선화 하고 디자인되어야 하는데, 보통은 '자식들이 안심되는 환경'이 최우선된다. 그러므로 의료인들이 노인들을 '관리'하기 편한 세팅이 되어간다. 작은 변화 - 사생활 존중, 의료진이 편리한 '관리'가 아닌 '관심', 안전이 아닌 삶의 질이 당연히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음.     

뭐 분석적이네 뭐네 하지만 결론은 나도 거동이 불편해지는 노인에 대해서는 아주 당연하게 나와는 다른 그룹으로 비인간화하고 있었음을 부끄럽게 깨달았다는.... 아주 자기중심적인 이야기 외에.     

책은 아주 훌륭합니다. 꼭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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