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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5. 2018

버블의 벽 안쪽의 사람들

2016년 7월 28일

오랜만에 잘 안 쓰는 브라우저를 열었다. 무언가를 검색했는데 미국 사이트 결과가 나온다. 뭐야? 란 반응이 곧바로 나왔다. 보통 구글 계정으로 들어가니까 검색하면 다 영국 결과 나오고, 하이드 파크 치면 당연하게 런던의 하이드 파크가 나오는 데에 익숙해져 있었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 삶이 다 이렇게 우리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검색 창에서 날씨를 검색하면 바로 런던 날씨가 뜬다. 아마존에서 찾는 걸 치면, 내 소비 패턴을 고려하고 나와 비슷한 소비 패턴을 가진 사람들의 자료를 바탕으로 해서, 정말 그럴듯한 결과가 뜬다. 페북 피드에는 내가 읽고 싶은 뉴스로 가득하다.     

싫은 말은 안 들어도 되고, 차단하면 되고, 구독 끊으면 된다. 블로그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누군가의 댓글을 지운다거나 차단한다는 건 상당히 큰 결정이었는데 요즘엔 별생각 없다. 이 페이지 역시, 첫 4개월 동안 차단한 사람 하나도 없다가, 지금은 얼추 스무 명 다 되어 간다. 그렇게 내 입맛에 맞는 청중을 찾아간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내 페이지를 찾는 사람들도 뭐 하나 거슬리면 아주 쉽게 구독 끊을 수 있고.       

그러면서 점점 더 참을성이 줄어든다. 트럼프 편드는 칼럼은 정말 읽기 괴롭다. 영상은 끝까지 볼 수가 없다. 내가 읽고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은 훨씬 편하다. 예전 초등학교 때에 교장 선생님이 중얼 중얼 웅얼 웅얼 하는 걸 삼십 분씩 들을 수 있었던 거 같은데 요즘엔 오 초 지나면 뮤트 버튼 누르지 싶다. 폰을 들면 내가 원하는, 내가 관심 있어 할 만한 내용이 주루룩 나오는데 내가 왜 이딴 걸 듣고 있어야 하나 싶다.


그렇게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고, 비슷한 의견만 듣고, 나에게 맞춰진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버블의 벽이 좀 더 견고해진다. 버블 안에서 내 밖의 사람들은 동물원 원숭이 같다. 아니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내 옆에서 나를 편드는 사람이 있으면 더 신나고 쉽다. 와! 일베를 지지한대!! 저렇게 여혐발언을 해!!? 미친 거 아냐?? 그리고 반대편의 사람들은 같은 편끼리 버블 안에 모여서 내 편을 보고 똑같은 말 하겠지.  

             

1차 세계대전 전의 유럽도 그랬다고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다른 세계와 비교할 수 없는 부와 편의를 누리면서, 신도 어찌할 수 없을 거란 타이타닉이 가라앉아도 그 자신감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작은 도화선 –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트의 암살로 확 터졌을 때 양쪽 팀 다 순식간에 이길 거라 자신하고 덤벼들었다.     


보리스 존슨의 야망으로 브렉시트 캠프가 갑자기 힘을 얻고, 투표에서 이겼다. 트럼프가 미국을 차지하고, 경제는 계속 거지 같고, 유럽 연합이 쪼개져도 사람들은 다들 자기 편한 글을 읽으며 자기 편한 사람들과 상대방 사람들이 이길 일 없다 자신하며 ‘덤벼봐’를 외치지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한다. 난 벌써 그러고 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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