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8일
지난 며칠간 있었던 일 중에서, 댓글을 읽다보니 내가 뭔가 맥락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갑자기 왔다. 그리고 한국 분들 몇 분에게 자세히 물어본 결과 - 역시. 한국말 잘 한다고 한국 정서를 다 이해하는 건 아니더라. 환경과 문화 차이가 확실히 있다.
나, 내 주변인, 그리고 오늘 만난 해외 거주 한국인들에게도 페이스북은 그야말로 민증/이력서다. 친지 직장동료 고등학교 동창 대학교동창 에블바디 다 페이스북에 있다. 그러므로 페북에 뭘 올리는 건 그야말로 민증 확대 프린트해서 목에 걸고 공중파 TV에서 광고하기와 같다.
그에 비해 인스타는, 그냥 사진 서비스다. 쓰는 사람은 쓰지만 내 주위 사람은 하나도 안 쓰고, 사실 난 페북 페이지 시작하고 나서 몇 달 전에 인스타 계정 열었다. 순전히 모바일에서 사진 올리기 좀 더 쉬울까 싶어서. 그래서 나에게 인스타는 flickr 정도의, 그냥 한 번 써보는 앱의 의미다. 트위터보다도 훨씬 덜 개인적이고, 닉넴만 있으니 언제라도 버릴 수 있는, 워드프레스 테스트 블로그, 구글 블로그, 폰에 한 번 깔아본 앱 정도.
누가 나에게 페북으로 댓글을 단다면, 그리고 자신의 페북 포스팅을 전체 공개로 둔다면, 나에게는 내가 핸드폰으로 비디오 찍고 있는 거 알면서 민증 까고 본명 세 자 똑바로 말하고 소속까지 다 깐 다음에 자기 동창 가족 직장 사람들까지 비디오 피드 초대하고 말하기 시작한 걸로 본다. 실 계정이고 오프라인 동창과 친구들도 데리고 온다면 그야말로. 그런데 한국 분들의 의견은 - 페북은 그리 개인적이지 않으나 인스타 계정은 아주아주 개인적인 정보가 많이 올라오므로 그게 훨씬 더 데미지가 크다는 의견을 듣고 깜짝 놀랐다.
진짜? 정말?? 그냥 사진이잖아??? 보통은 자기 얼굴도 잘 안 올리고. 페북에는 개인 정보 정말 싸그리 다 뜨는데?? 출신 학교, 동창, 최근 움직임, 위치, 직장, 거주지, 지난 거주지, 방문한 곳, 뭐 등등. 페북에서 실명으로 그렇게 페북에서, 지인들 보는 앞에서 나댄 사람이 인스타에 예민해?? 그게 어찌 가능함??
답.
한국에선 페북 계정 만들 때 영어 이름이 가능하고, 폰번호 없이 그냥 이메일로도 가입 가능하므로 익명 보호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는 것. 그에 비해 인스타는 아니라는 것(어떻게?? 폰으로 깔아야 하니까 그런가?? 인스타는 그냥 앱이잖아?? 이것도 이멜만 있으면 가입되지 않나??) 그러므로 페북 포스팅 캡쳐는 사생활 침해로 생각 안 할지 몰라도 인스타에서 댓글 다는 것은 상당한 침해로 볼 수 있다는 것. 비슷한 의미로 자신의 페북 포스팅에 댓글 다는 건, 자기가 다른 포스팅에 욕 댓글 다는 것 (그러면 지인들 타임라인에 다 뜬다) 은 괜찮지만, 인스타에 안 좋은 댓글 몇 개 달리는 것은 동네 망신이라는 것.
오. 이런 인식 차이가 있나... 했는데, 아직 제가 뭘 잘못 이해한 거면 조언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