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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26. 2018

남자가 이런다면 칭찬 듣겠죠?

2016년 7월 13일

만약 애 아빠가...


* 칼퇴근 가능한 곳으로 직장을 선택해서 저녁 일곱 시 전에 보통 집에 들어오며 
* 친구들 따로 만나거나 회식 가거나 그런 거 거의 없고
* 아이 아프면 곧바로 재택근무하고 병원 데리고 가고 밤에 애 달래 재우고
* 빨래는 도맡아서 하며 
* 마누라 다림질까지 다 해주고 
* 일주일에 서너 번은 요리 해서 애들 챙겨 먹이고 
* 애들 옷하고 신발도 분기마다 챙겨 사서 입히고 
* 주말이면 주방 욕실 락스 뿌려가면서 청소도 하고 
* 주말에 애들 하루 종일 보고 
* 게다가 장모님 여행 일정까지 챙겨서 뱅기 티켓 끊어 보낸다  


이러면 일등 신랑감!! 정말 그런 남자 없다고 칭송이 자자할 거란 말이지. 한국이든 영국이든 간에.

그런데, 왜 똑같은 돈 벌면서 애 엄마는 저게 기본이 되는 거임?? 우리집 남편이 정말 집안일 많이 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보면 우리집 빨래는 내가 다 도맡아서 하고 있음. 물론 남편도 요리 많이 하고, 뒷마무리까지 잔소리 안 해도 하지만 애가 아프면 보통 내가 재택근무, 어린이집 전달 사항도 내가 챙기고, 뭐 이래저래 따지면 무지 많이 하는 거 같은데...

단지 여자라는 것 때문에! 엄마라서!! 생색을 낼 수가 없어!! 글케 게을러 터져 친정 어무니한테 욕을 바가지로 먹던 내가 이렇게도 많이 일을 하는데!! 그렇게 드럽게 살던 내가 화장실에 무릎 꿇고 앉아서 변기도 닦는데!!! 왜 주위에서 기립박수를 쳐주지 않는 거임??!!! 난 칭송받고 싶어!! 생색내고 싶어!!


일주일에 최소한 이삼일은 집에 퇴근하자마자 아아 돈 버느라 피곤해 하면서 쓰러지고 이쁘게 차려진 밥 먹고 애기 머리 몇 번 쓰다듬어주고 뻗어 자고 싶어!! 밖에 나가서 기죽으면 안 된다고 칼날 세워 다린 옷 입고 나가고 싶어!!!! 이렇게 가정적이고 집에서 많이 도와주는 부인 만나서 남편은 좋겠다, 요즘에 그런 여자 없다, 돈도 벌어오는데 집안일을 그만큼이나 하고 육아도 도와주니 대단하다 이런 소리 듣고 싶어!!!

분하다 


포인트 -> 무지무지 게으르고 드럽고 매식 매니아던 양파도 나이 드니까 철 좀 들었는지 청소도 하고 밥도 하고 그러고 삽니다. 칭송받고 싶어요. 이거 읽는 어무니, 나 칭찬 좀 ㄱ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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