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7월 27일
미셸 오바마가 "나는 매일 아침 노예들이 지은 백악관에서 잠을 깬다"라고 하자 미국 극우파는 "노예들만이 지은 거 아니고 다른 노동자들도 있었거든!?? 그리고 그때 그 노예들 돈도 받았거든!!?" ... 이런 식으로 답했다. 할 말 없군. 그래. 돈도 주고 밥도 주고 했을 텐데 뭐 그런 거 가지고. 그래서 포인트가 뭔데??
미셸의 포인트. 흑인 노예가 지은 백악관에 이젠 흑인 대통령이 살고 있고, 힐러리 클린턴 덕에 내 두 딸은 여자도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미국은 다시 위대해질 필요가 없다. 이 정도로 엄청나게 변화하면서 이전보다 더 위대하고 좋은 나라가 되었다.
트럼프의 모토는 "Make America Great Again" 이다. 예전에는 대단했는데 이제는 안 대단하니까 다시 예전처럼 대단하게 만들겠다 정도.
아마 내가 이민자라서, 여자라서, 소수 인종/그룹이라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나도 미셸 오바마와 마음을 같이 할 수밖에 없다. 사오십 년 전의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나는 취업은 언감생심이고 온갖 차별에 시달렸을 거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때의 영국과 미국이 그리운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고 나와 비슷한 입장의 수많은 사람들에겐, 지난 몇십 년의 정치/사회적인 변화가 말할 수 없는 혜택을 주었고, 내가 감히 꿈꾸지 못했을 삶을 살게 해 주었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대단하다. 공개적으로 동성애인 국회의원이 많고 이슬람 유색인종이 무려 런던 시장. 미국 대통령이 흑인. 독일과 영국의 총리가 여자 등등.
내가 어릴 때 우리 친할머니가 엄마에게, 딸애에게 치즈와 고기 우유 이런 거 자꾸 먹인다고 "기집애한테 왜 그런 걸 먹이냐"하셨다고 했다. 난 그걸 단순히 차별 발언으로 알아들었으나, 나중에 알고 보니까 어차피 딸애는 키워서 시집보내면 그곳에서 눈치밥 먹으며 그런 좋은 음식 못 먹을 텐데, 쓸데없이 어릴 때 그렇게 잘 먹이면 시집간 후 상실감 때문에 더 서럽게 살 수 있다는, 나름대로 마음 쓰신 말씀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좋아져서 난 기집애인데도, 시집가서 애 낳았는데도 마음대로 치즈와 고기, 우유를 먹고 있고, 할머니가 걱정하셨던 상실감은 전혀 느끼지 않고 산다. 그러나 안 그런 사람도 있는 거 안다. 현대의 아프가니스탄 여자들은 1960년의 여자들보다 훨씬 더 못한 삶을 살고 있다. 그래서 트럼프를 반대한다. 당신에게는 이전이 더 좋았는지 모르지만, 소수자들에게는, 이민자들에게는, 여자들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그때로 돌아갈 생각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