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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나는 다이어트 하다가 남자를 미워하게 되었다

2016년 10월 28일

지금 난 키 163에 몸무게 62이고 남편은 키 183에 몸무게 90 이다.     


아침형 인간인 내가 주말 아침 일곱 시부터 일어나 밥하고 청소하고 장 봐오고 아침 해서 애들 깨우고 같이 놀고 뭐 어쩌고 해도 남편이 일어나는 열한시 정도까지 칼로리 소모 천을 못 찍는다. 남편님은 일어나서 보면 천이백 찍었다 (...) 오후에는 내가 늘어지고 남편에게 바톤 터치 하는데, 둘이 똑같이 그냥 슬슬 공원이나 다녀왔어도 나는 그 날 하루 1700 찍기 힘들고 남편은 2200 가비얍게 찍는다. 좀 뛰었다 하면 3천도 곧잘 찍더라.     


남편이 키가 크고 덩치가 더 크기도 하지만, 그렇다면 같은 몸무게와 키의 여자와 남자는?     


키 165에 몸무게 60인 남녀를 보자. BMR, 그러니까 숨만 쉬어도 소비하는 칼로리가 남자는 1486kcal, 여자는 1320kcal. 같은 키에 같은 몸무게다. 적당히 활동하는 경우 남자는 2044kcal, 여자는 1815kcal.     

그런데 운동을 하면? 남자는 여자보다 근육이 더 많고, 소모 열량도 아무래도 더 많겠죠? 거듭 말하지만 이건 키가 똑같이 165에 몸무게 60인 남자와 여자 얘기다.     

여자가 지방이 더 많은데, 지방은 근육보다 더 부피가 크다. 그러므로 같은 몸무게라도 여자가 더 쪄 보인다.

내 몸무게가 한국 기준으로 뚱띵이라는 거 아는데 그건 미용 기준으로 그렇고, 내 BMI는 23. 과체중도 비만도 아니다. 하지만 한국 있었으면 살 빼라는 소리 엄청 들었을 것이다. 똑같은 BMI의 남자는 평균키 175에 71킬로인데, 이런 남자보고 살 빼라고 오지랖 부리진 않겠지. 안 빼면 부인이 싫어할 거란 소리도 덜 할 걸.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 30살의 163센티 여자가 정상 생활 하면서 하루에 1900kcal 정도 소모를 한다 치자. 그런데 일주일에 0.5킬로 빼려면 3500kcal 마이너스 돼야 한다가 정석이니까 그걸로 가면 하루에 500kcal를 덜 먹어야 한다. 그럼 1400을 먹어야 하잖소.     


우리 주위의 식당이나 먹을거리를 보자. 평균이 500~800 정도다. 햄버거가 오륙백. 비빔밥도 그 정도. 물론 훨씬 높은 음식이 더 많지만 한 600 정도로 치자. 세 끼 먹으면 1800. 다이어트는 망했다.  

   

키 175에 71킬로 나가는 남자를 보자. 하루 소비 칼로리가 2461. 살빼기 위해서 500을 제하면 1900. 세 끼 먹어도 다이어트 된다.     


두 사람이 각각 한 시간 정도 뛴다고 하자. 남자로 키가 크면 보폭도 넓고, 근육량도 많으니 소비 열량도 높다. 여자가 한 시간 운동해서 400~500 태우는 거 쉽지 않다. 나랑 남편이랑 같이 조깅 가면, 난 뒤질 거 같은데 한 350, 남편은 별로 힘 안 들이고 550 이러는 경우 아주 흔하다.     

물론 남자는 덩치가 더 크니까 음식도 더 필요하다고 하자. 그렇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남자는 일상생활이나 매식습관에 아주 큰 변화를 주지 않아도 살 빼는 게 가능한데, 여자는 훨씬 힘들다"이다. 여자들 솔직히 다 알걸. 하루 1200kcal 다이어트는 그렇게 빡센 편엔 속하지 않고, 800 정도는 해야 다이어트 좀 빡세게 한다 얘기 들을 거다. 특히나 30 넘으면 1200kcal 지켜도 일주일에 0.5킬로 빠질까 말까 한데, 한 끼에 500~800 하는 음식을 제대로 먹으면서 다이어트는 불가능이다. 그러므로 *일상생활* 에 *지장*이 가고, *식단 계획* 이 필요하다. 점심을 싸오거나, 같이 먹는데 빠지거나, 같이 먹을 땐 먹고 다른 끼니를 거르거나 해야 한다.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수가 없거나, 반만 먹거나 (이게 얼마나 힘든데!!!) 해야 한다. 한 시간 조깅, 웨이트해도 덩치 작은 여자가 400 태우기 힘들다.     

이에 비해 남자. 기본이 2400kcal니까, 식단 계획 머 이딴 거 필요 없이 하루에 열량 600짜리 햄버거 세 개만 먹어도 다이어트 가능하다. 똑같이 한 시간 뛰어도 소모 칼로리가 높으니 또 한 끼 먹어도 된다. 매식해도 다이어트가 가능하다는 말. 다른 사람들과 같이 점심 먹어도 된다는 말.     

그리고 또, 살 빼는 건 정상 체중일 때가 훨씬 더 힘들다. 과체중일 때는 더 쉽다. 다이어트 해본 여자들은 해외 다이어트 팁 이딴 거 보면 픽 웃을 때 많을 텐데, "콜라를 끊으니 일주일에 1킬로씩 빠졌어요", "커피에 설탕 크림 넣던 거 끊으니까 곧바로 2킬로 빠졌어요" 이런 애들은 과체중 애들이다. 정상 체중 내에서 절대로 그 정도로 안 빠진다. 정상 체중에서 미용 체중으로 내려가는 건 애들 장난이 아니다. "아직도 생리를 한다면 다이어트 강도를 높여라"가 농담이 아니다 (If you are still menstruating, you're not dieting hard enough!")     

하지만 아직도 생리를 하고 있다면 (...) 생리 주기에 따라서 몸이 붓고 빠지고, 식욕이 미쳤다가 없어졌다가 하다 보니까 식단 더 조절하기 힘든 문제도 있다. 아이 낳고 나서 몸이 바뀌기도 하고, 가족들 밥 챙겨야 하면 더 빼기 힘들다.     


내가 한국이었으면 '자기 관리 좀 하지' 소리 들었을 거 안다. 난 평생 몸무게가 58이었는데 다이어트 인생 20년이다. 2킬로 찌고 또 2킬로 빼고 뭐 그런 식이다가 두 번 임신 때마다 20킬로씩 확 찌고, 낳고 뺐다. 내 몸무게는 그냥 58~60이 보통인지, 거기까지는 노력하면 빠지는데 그 이상은 잘 안 빠지더라. 하지만 그거야 딴 사람들이 알 바 아니고, 어쨌든 난 결혼해서 애 낳았다고 퍼진 여자 소리 들을 거 안다.     


그래서 '자기관리' 소리에 예민하다. 왜 살만 자기관리 소리 듣지? 난 평소에 언어 공부 꽤 해서 외국어 몇 개 더하는데 못하는 당신에게 자기관리 안 하냐고 따지지 않잖아. 그리고 체중 관리가 자기관리라면, 근육량 높고 그냥 보통 음식점 매식으로도 다이어트 가능하고 운동하면 훨씬 더 칼로리 소모 높은 당신에 비해서, 난 그보다 많이 힘들게 빼야 하는데, 그거 좀 불공평하지 않소?  


뭐 어쨌든. 전 작년에 4킬로 찐 후로 지금 62킬로여서 PT 받고 있고 고단백질 또 시작했습니다만 잘 안 빠져서 히스테리 부리고 있다는 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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