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9일
트럼프가 당선되었습니다. 저는 초긍정주의자이므로 이 당선 결과로 인한 좋은 부분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 6월 24일 아침, 브렉시트 투표 결과를 보고 총체적 멘붕이 왔던 저의 심정을 미국 1억 5천 명, 전 세계 2억 정도의 인구와 공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이후로 심한 우울증에 걸렸었거든요. 우리 이제 같이 같이 약 먹어요.
- 전 미국인들의 멘붕이 어떤 루트를 탈 것인지도 말 해 줄 수 있습니다. 처음엔 쇼크, 분노, 그리고 아니 이거 어떻게 물릴 수 없나요란 발악, CIA 요원들로 암살 안 되나 뭐 그런 부도덕한 상상, 전 세계 사람들을 향한 딥하고도 와이드한 쪽팔림, 그리고 동족 혐오까지 갑니다. 내가 이러려고 미국 시민권 땄나 자괴감 느끼고 괴롭... 이런 여론이 넘쳐나겠죠. 그러면서 "어차피 망할 건데 모아둬서 뭐해" 라는 바람직한 소비자 심리와 함께 지름신이 클릭 하나하나를 인도하십니다. 그래서 오히려 잠깐이나마 경제지표가 올라갑니다. 모아둬 봐야 똥이다 다 쓰자라는 사람들이 지갑을 엽니다.
- 전 세계적으로 멘붕과 우울증, 분노장애가 흔해지면서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이 옅어집니다.
- 달러가 얼마나 떨어질지 모르겠으나, 떨어지지 않더라도 해외 나가기 창피해서라도 국내 여행과 국내 소비가 늘어납니다. 그러면서 역시 트럼프가 이겨서 좋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신문에 실리기 시작하면서 뉴스도 끊게 됩니다. SNS 사용도 줍니다. 전에는 말 안 하고 조용히 트럼프 지지했던 놈들도 이젠 아주 당당하게 나와서 말 할 거에요. 다 꼴 보기 싫어집니다. 인터넷 중독을 이렇게 끊을 수 있습니다.
- 영국은 이것으로 2016년 왓더뻑 상을 미국에게 양보하게 되었습니다. 내년 초 프랑스 선거와 그 후 독일 선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 한국 기준으로도 바닥인, 저딴 초극혐 여혐러가 미국 대통령이 되면서, 그리고 그 찌질이가 버릇 못 고치고 백악관 여기자를 성희롱/추행하면서, 전 세계 언니들이 분노로 뭉쳐 2017 페미니스트 대혁명 뭐 이런 거 이루어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혹은, 트럼프를 보고 중도 여혐러들까지 "아우 그래도 저건 아니다", "나도 저 정도는 안 한다"라고 창피함에 등을 돌리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있습니다.
- 전에 "지랄 총량 법칙"이 있고 "개새끼 머릿수 법칙"도 있다고 했었는데요, 미국도 아마 오바마 대통령으로 좋은 기운을 다 써먹어 버려서 트럼프 정도로 밸런스를 잡아야 하나 봅니다. 옴창 망하는 액땜일지도 모르죠. 2020 미쉘 오바마 밀어봅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늘은 수요일. 쇼핑왕 루이 하는 날입니다. 여러분 아직도 희망은 있... 아씨 곧 끝나네 ㅠ0ㅠ
오늘은 인국이로 버티고, 내일부터는 우리 같이 약 먹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