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6일
삼성의 이부진 사장이 왔다고 하자. 당신은 그를 뭐라고 부를 것인가? 미쓰리? 아가씨? 아줌마? 여기요? 아마도 이 사장님으로 부르겠지? 만약 내가 LG 회장이고 이부진 사장과 비슷한 연배라면? 미쓰리? 아줌마?
아마도 이사장. 만약 직함 모른다면 이부진 씨.
미쓰박이 진실로 괜찮다면 왜 이번 최순실 논란 전에는 너도나도 박근혜 씨를 미쓰박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아가씨/아줌마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비하라는 거 인정은 하죠? 여기다가 "미스터 피자"는 그럼 남혐이냐는 무뇌아적인 질문은 치우고.
내가 한국에 갔다고 하자. 결혼 안 했다고 하자. 날 처음 만나는 당신, 날 미쓰양이라고 부를 건가? 아가씨라 부를 건가? 아줌마라 부를 건가?
당신 상사가 여자다. 미쓰박이라 부를 건가? 당신 어머니 친구는 결혼을 안 하셨다. 미쓰리라 부를 건가?
당신은 이번에 박근혜 씨 까다 보니 별생각 없이 나오는 말에 "미쓰박"이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수많은 여자들은 미쓰x 로 불리는 상황을 수없이 겪었고, 그 상황이 어떤 분위기인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걸 모른다는 거 자체가 당신 정말 인생 편하게 살았다는 증거다.
진짜 모르겠다면 한 번 실험해 보길 권한다. 형수님, 상사 부인, 여자 선배, 아님 그냥 식당 서빙하시는 분에게 "미쓰x" 라고 불러보삼. 그리고 예민하게 굴거든 "너 메갈 뚱땡이냐?" 꼭 물어보시길.
덧.
스무 살 근처에 유엔 회의에 통역 나갔다 (통역사들이 없어서 남아공 현지에서 대학생들 차출했다). 그때 온 40대 아저씨들, 날 미쓰x 로 부르더라. 어깨 툭툭 치면서. 한 명은 엉덩이도 툭툭 치면서. "잘 해, 미쓰x." 통역사고 지랄이고 난 그저 어린 여대생이었으니까.
그 후로 난 그런 개 같은 상황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