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7일
거듭 말하지만, 나 자신을 포함해서 여혐 전혀 안 하는 사람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해당되는 혐오에 더 예민하다. 한국인은 어딜 가든지 내가 인종차별 당하지 않나 촉을 세우고 있다. 흑인들은 운전할 때 더 예민하고 (DWB, Driving While Black!), 무슬림 들은 비행기 탈 때 그렇다(FWM, Flying While Muslim).
내가 좀 감수성이 많이 떨어지는 부분이 장애인 비하 관련이다. 사실은 이 때문에 커뮤에서 징계 먹은 경력도 있다 (...). 셀프 디스 개그를 많이 하는 편인데 여성 커뮤에서 나 자신을 표현하면서 retard(저능아)라는 말을 썼다. 이 단어는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이는 단어고, 내가 그 말을 썼다고 해서 그 누구도 인사과에 고발하거나, 개인적으로라도 나에게 뭐라 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여성 커뮤에서는 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다. 발달 장애 아이를 가진 엄마들이 많은데 그런 엄마들에게는 그 단어가 상처가 될 수 있단 이유였다. 솔직히 처음에는 황당하고, 좀 열 받기도 했다. 몰상식한 장애인 비하인이 된 거 같잖소.
그 이후에 한 포스팅이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남편이 직장에서 fucktard 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인사과에서 잘리네 마네 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Fucktard.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진짜 입에 쫙쫙 붙는 욕이다. Fuck + retard) 의 조합. 이 욕이 정말 징계를 받을 만한 말인가, 그렇다면 f***king slut, bitch 이런 욕도 그런 거냐, 당연히 그런 거 아니었냐, 너는 어디서 일하냐, 우리 직장에선 그보다 훨씬 심한 욕도 보스한테 한다, 너는 그렇겠지만 우린 안 그렇다 등등의 의견이 엄청나게 오갔다. 하지만 난 분명히 배웠다. 아, retard란 단어 쓰면 예민해지는 사람 꽤 있구나.
배우고 나서 보니까 난 전에 냈던 책에서도 "병신" "저능아" 이런 단어 엄청 썼더라. 반성 반성. 그래도 고백하자면 아직도 사적인 대화에서는 retard 란 욕 쓰고, 그게 그렇게 나쁘다는 본능적인 거부감은 들지 않는다. 내 가까운 가족 중에서도 발달 장애 있는 사람 있어도 그렇다. 발달 장애나 지능이 낮은 사람을 욕하는 말보다는 멍청한 짓을 하는 사람을 통칭하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 때문이다. 그래도 싫어하는 사람 있다는데 웬만하면 조심하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예민한 욕을 생각해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누가 나에게 c 단어로 욕했다면 너 오늘 나랑 인사과에서 끝장 보자 하겠지. 그리고 흑인 동료에게 n 단어를 어떤 상황이든 절대 쓰지 않을 거고 (남아공이면 k 단어), 인도계 동료에게 p 단어를 쓰지 않을 거다. (유명인사가 저런 단어 쓴다면 신문에 난다. 해리 왕자도 p 단어로 한 번 났던 걸로 기억).
꼭 안 해도 되는 거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기분 나쁘다고 하면, 지적질 당하는 걸로 나부터 기분 나쁠 수 있지만, 그래도 이해는 해 보려 노력해보자.
반전.
주위에 똑똑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보니 가끔가다 혼잣말로 "I'm such a retard!!" 하고 문득 이게 셀프디스/과장/자학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달음과 동시에 슬퍼지고 기죽고 슬퍼지고 기죽고 그럴 때 있다. 그래, 쟤에 비하면 나 발달장애, 저능아 맞긴 맞지.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