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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Dec 31. 2017

양파에 대한 흔한 오해 (뻘글 경고)

2016년 12월 15일

제가 자주 듣는 소리가 "글을 쉽게 쓰시는 것 같아요"인데 솔직히 이런 말 들을 때마다 이럴려고 글을 썼나 자괴감 들고 괴롭...


저도 어렵게, 있어 보이게 쓰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한국 교육이 초등학교 졸업장이 다입니다. 해외 나가서도 한국 책 많이 읽긴 했지만 많이 모자랍니다. 그래서 저는 컴플렉스가 있다 보니 사자성어 섞어 쓰는 걸 좋아합니다. 말이 빠른 편인데 어려운 단어 쓸 때면 좀 천천히 또박또박 말합니다. 상대방이 좀 알아주었으면 해서요. "토사구...팽 당 할 수도 있겠지요" (자뻑 가득한 미소). 글 쓸 때도 그 상황에 딱 맞는 어려운 단어 찾았다 싶으면 상당히 뿌듯합니다. IT에서 쓰는 '구현' 이런 단어 좋아합니다.  


사실 제 국어 실력은 다른 사람 글 읽을 때 딱 뽀록나는데요, 어려운 공부는 한국어로 안 해서 좀 어렵게 쓴 글은 제가 이해력이 많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가끔 아주 잘 쓰신다는 분들 글 읽고 나서 유일한 감상이 '뭔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사람 국어 점수가 나보다 높았다는 건 알겠다...' 밖에 안 들 때가 꽤 있습니다. 진짜 솔직히는 가끔가다가 댓글 전쟁 나거나 제 글 공유해 가시면서 길게 덧붙이신 거 보면 헉, 꿈보다 해몽이 더 좋다. 내가 한 말이 저건가?? 혹은 "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사람 국어 점수가 나보다 높았다는 건 알겠다...2222"

물론 이것 하나만으로 제 글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제 초등학교 때의 가슴 아픈 추억을 말씀드릴게요.


부모님은 어렸을 때부터 제가 글을 아주 잘 쓴다고 생각하시고 무슨무슨 초등 백일장인가에 저를 참가시키셨습니다. 무슨무슨 경기장 내의 큰 찬디밭에 앉아 글짓기를 하게 되었는데 주제가 "하늘"이었습니다. 저는 곧바로 일필휘...지의 기세로 써 내려갔습니다. 하늘이 왜 파란가에 대해서. 하늘의 구름의 종류에 관해서. 뭐 주루룩 다 쓰고 자랑스럽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백일장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신문에 발표가 났습니다. 1등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2등도 아니었고, 장려상도 못 탔습니다. 1등한 친구의 글은 "하늘이 너무 파래서 면도칼로 자르면 파란 물이 쏟아져나올 거 같다"뭐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어린 마음에 느꼈습니다. 아이 돈 해버 핀트. 난 분위기 파악도 못 했구나. 하지만 그때부터 제 아이덴티티는 분명했습니다. 설명충.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씁니다. 감성적으로 유려한 문장은 도전도 안 합니다. 뼛속까지 공대녀라 주제 파악 애저녁에 끝났습니다. 최대한 짧게. 내용 전달을 우선으로, 그냥 내 수준에 맞게. 


"양파님 글을 읽으면 뭔가 알 수 없는 아련함이 있어요" <- 한 번도 못 들어봤음 

"양파님 글은 좀 어려워서 천천히 곱씹어 읽어야 해요" <- 역시 못 들어봤음 

"양파님 글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양파님 국어 점수가 저보다 높았다는 건 알겠어요..." <- 이 말도 못 들어봤음.


물론 사람들은 얘기합니다. "쉽게 쓰시는 게 잘 쓰시는 거에요!" 하지만 이 말을 듣는 초딩졸업생 양파는 "저렴하고 입을 만하면 좋지!" 정도의 칭찬이 아닌가 의심이 됩니다. 나는 절대로 죽어도 명품관의 비싼 시계는 될 수 없을 거 같은 그런 위기감 있죠. 아 나도 뭔가 깊이 있고 싶다. 있어 보이고 싶다.


또 하나의 오해. 양파님 의견 확실하시고 (좋게 말해주기 버전) 성격 강하시고 (조금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고집도 있으시고 (느낌이 좋지 않다) 되게 쎈 분 같아요...란 말도 자주 듣습니다. 글이 좀 차갑다, 단호하다 이런 말도 듣는데요.


여러분 이건 순전히 제 표현력과 전달력이 떨어져서 그렇습니다. 전 아직도 사형제도가 옳은지 판단 못 내린 결정장애자입니다. 특히 일상 생활에서는 심각할 정도로 따라쟁이 및 "아무거나 니가 골라" 신봉자입니다. 특히 패션에 지조나 소신이 없어서 누가 같이 쇼핑가느냐에 따라 쇼핑백이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완전 팔랑귀입니다. 말이 센 걸로 보이신다면 이건 순전히 제 페친 중에 뭐라 해 줄 사람이 없어서 막 질러도 되서 그렇습니다. 결론. 저 무지 친절하지만 눈치는 조금 없는 공대녀입니다. 글은 엄청 빨리, 많이 써요.


뭐 그냥 그렇다고요. 글 자주 올라갑니다. 원래 좀 산만한 애라서 주제도 이것저것 중구난방입니다. 전생에 캐나다인이었는지 맨날 사과하고 죄송합니다 합니다. 정말 미안해서 그럴 때도 있는데 말버릇이에요. "양파님 죄송해하지 마세요" 안 하셔도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밀린 글 계속 몰아 올려 죄송합니다.


(뻘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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