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Jun 08. 2018

크리스마스 연애 특집. 아시아계 여성에 대한 편견

2016년 12월 24일

몇 년 전에 신문 기사에서 "와 이게 아시아 여자에 대한 편견이구나"했던 게 있었다. 잘 나가는 직장의 남자가 성추행으로 고소를 당했는데, 고발한 사람은 그의 (백인 여자) 비서였다. 남자가 자신에게 성희롱을 계속했다고 주장. 그 증거 중 하나가 "회사 파티에 아시아계 창녀를 데리고 왔다"였다.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젊은 아시아계 여자였던 모양인데 그 고소녀의 실수는 원조교제 내지는 성노동자로 생각했다는 것. 알고 보니 그녀는 싱가폴 INSEAD에서 MBA 받고 무슨 은행에서 일하는 엘리트였다던가 해서 흠좀무였다고. 

   

나도 (주로 남아공에서) 그런 반응을 몇 번 접했다. 외부 컨설턴트로 다닐 시절 남편이 내 사진을 직장 책상에 뒀다. 사람들이 흔하지 않은 아시아계랑 어떻게 만나고 결혼했냐 물어보면 말하기 귀찮아서 몇 번 "인터넷에서 주문했지"했다고. 난 되게 웃겼는데, 회사 사람들 만나니까 한 백인 여자가 나한테 말을 아주 천천히 하는 거다. 헤엘로오오우. 영어 못 하는 걸로 생각했나보다. 내가 한국에서나 살 빼란 소리 듣지 남아공 사람들이 키가 크다 보니 내 키 163, 55~66 사이즈로도 남편 옆에서는 작고 쪼끄맣고 얼굴 동그랗고 하니 순한 아시아계 여자로 보는 이들 자주 접한다. 10초면 환상 깨서 미안하지만. 영국 와서도 안경 쓰고 수수하고 순해 보이는 아시아계 생각했다가 이 생물은 무엇인고 할 때 있었다. 냥파입니다 냥파. 똥글똥글 양파.   

  

요즘 아시아계가 어디 가나 넘쳐나니까 신비함 이런 건 개소리고, 대강 생각나는 스테레오타입만 늘어놔도 십 초 안에 열 개는 나온다. 나처럼 안경 쓰고 안 꾸미는 공대 스탈 여자, 여리여리하고 순하고 머리 길고 부모님 말 잘 듣고 목소리 안 높이는 여자 (영화에 자주 나온다), 좀 호들갑 심하고 전화에 붙어서 살고 콧소리 심하게 내는 여자, 도도가 콘셉트인 쇼핑녀, 코스프레 좋아하고 패션 특이한 소녀, 뿔테 안경 쓰고 공부만 열심히 하고 삶의 낙이란 없는 심심녀, 춤 겁나게 잘 추는 섹스매니아 혹은 도미나트릭스 뭐 등등 아시아계 여자 스테레오타입만 해도 지역별, 인종별, 수십 수백 수천이다. 그리고 그런 여자를 사귀는 사람들 타입도 수백 수천이다. 그러므로 아시아계는 쉬워서 좋아한다라고 하면, 그런 남자들이 없는 건 아닌데 (특히나 태국 등 동남아에서, 나이 많은 남자들) 대표적이라고 보긴 힘들고, 전체적으로는 정말 각양각색이다. 내가 주로 보는 타입은 공대녀들이다.     


이공계에 진학하는 여자들 중에 인도계/아시아계가 상당히 많다. 그리고 가까이 있는 사람들과 연애하기 마련이니까 내 주위 IT 남자들 중에서도 인도나 아시아계 부인 있는 사람 많다. 이런 사람들까지 백인 여자 못 사귀어서 아시아계 여자 찾는다고 욕할 거면, 우리 제일 성공한 IT 너드 마크 저커버그를 보자. 부인이 중국인인데, 설마 여자 못 사귀어서 그랬겠소. 루퍼트 머독이 돈 없어서 중국인 부인 들였겠소. 뭐 그 외에도 아시아계 여자들이 공부 잘 하는 남자를 선호해서, 아시아계 여자들이 순종적이진 않더라도 나긋나긋해서 뭐 어쩌고 많으나 세계 대도시에서 심할 때는 인구 반 이상이 아시아계고 그의 반이 여잔데 하나로 퉁치는 무식한 짓 하지 맙시다.     

그치만 편견 스페셜이니까 재미있는 편견 주어들은 것 나열하자면 - 백인 여자들이 백인 남자를 뺏어가는 아시아계 여자를 싫어한다는 것. 아시아계 여자가 더 천천히 늙고 몸매도 관리해서 남자들이 선호한다는 얘기. 아시아계 여자가 남자에게 잘 보이려고 비굴하게 굴어서 백인 여자들이 싫어한다는 얘기. 실제로 한국 여자들이 보통 남자에게 맞춰주는 정도면 그렇게 볼 수도 있다. 특히 애교. 그 외에 '남자는 이런 거 하면 안 돼 내가 해 줄 거야' 혹은 '내 남편 이렇게 섬길 거야'는 식으로 남편 챙기는 것을 '와 저 정도로까지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해야 하나'로 경악하며 비난하기도 한다. 아, 그래서 몇몇 루저들은 교포나 외국에서 태어나 자란 아시아계 여자보다 '본토' 아시아계 여자를 선호한다는 얘기도 들었다 (...) 아직 남편 제대로 섬길 줄 아는 곳에서 자라서 좋다는 게 천박한 버전이고, '전통적인 문화'가 있기 때문에 '가정의 평화와 행복을 중요시한다'라는 게 좀 더 순화한 버전. 그런데 이런 것들은 정말 그리 잘 띄는 편견은 아니고 (난 미디어에서만 아주 가끔 접했다), 보편적인 편견이라면 아시아계 여자가 인기가 많다는 것. 내 주변의 편견이라면 교육 수준이 높은 아시아계 여자가 공대나 IT에 많다는 것 정도.     


하지만 외국 나갈 분들을 위한 


리빙 포인트1. Exotic 이란 단어를 외모 묘사에 쓰는 남자는 만나지 맙시다. 아시아계 여자만 사귄다는 남자도 피하는 쪽이 좋습니다. 

리빙 포인트2. 한국식 애교 좋아하는 외국 남자 피하세요. 그거 절대 정상으로 안 보입니다.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거에요. 

리빙 포인트3. 남자의 문화 내의 여권을 꼭 확인하세요. 여성 권리가 낮은 나라일수록 결혼도 쉽게 생각합니다. 결혼해서 바람피워도 되니까 (..).     


여러분 크리스마스 이브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8년 전 이 날 영국엔 눈이 아주 많이 내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