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2일
8년 전 이 날 영국엔 눈이 아주 많이 내렸다. 오늘 페북이 그때 업데이트를 보여줘서 알았다. 그 날 면접날이었는데 눈이 심하게 오는 바람에 며칠 미뤄졌었다.
2009년 1월 중순에 남편과 함께 수트케이스 하나씩 들고 영국에 입국했다. 남아공의 살림은 다 처리했다. 그리고 방 하나 빌려서 들어갔다. 다행히 면접 스케줄이 곧바로 잡혔고, 난 2월 말부터 출근했다.
수트케이스 두 개에서 지금은 살림이 엄청나게 늘었다. 아이가 둘 생겼다. 집을 샀다. 직장도 두 번 옮겼다. 석사도 끝냈다. 큰 아이는 벌써 학교에 다니니까 난 학부모다. 남편은 40대 아저씨가 되었다.
Vienne la nuit sonne l'heure. Les jours s'en vont je demeure.
고등학교 때 배웠던 아폴리네어 시다. 밤이여 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Except that I didn't 하지만 난 머무르지 않았다. 나름 무지 열심히 살았다. 세월이 흘렀고 but I didn't stay. 영국 올 때 고등학교 때 배우던 프랑스어 시 모음, Les Fleurs du Mal, 라틴어 교과서, 아프리칸스 단편집 버리지 못하고 들고 왔는데 먹고 사느라 바빠 몇 번 펼쳐볼 새도 없이 8년이 지났구나. 나름 문학소녀였는데.
정신 차리고 출근해야지.
Time flies like an arrow, fruit flies like a banana.
시간은 화살처럼 날아가지만 초파리는 바나나를 좋아합니다.
네. 그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