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7일
고학력 여성들이 고학력 고소득 남자와 결혼을 더 하면서 파워 커플이 생겨나고 빈부격차가 심해진다는 뉴욕타임즈의 글을 얼마 전에 읽었다.]
http://www.nytimes.com/2015/12/27/upshot/marriages-of-power-couples-reinforce-income-inequality.html
한국은 상당히 다른 분위기라 흥미롭게 읽은 글.
홍춘욱 님의 글 '한국의 고학력 여성들은 왜 결혼하지 않을까?'
글을 보다보니 한국에서는 다들 자신보다 좀 더 나은 남자를 바라기 때문에 고학력 여성들은 파트너를 찾기가 힘들다던 얘기가 생각났다. 결혼하고 임신 출산할 경우 고용 유지가 힘들고 보통은 남자의 경제력에 기대야 한다면, 남자가 아주 경제력이 좋지 않는 이상은, 지금 벌고 있는 여성들에게 결혼이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닐 것이다. 그렇지만 미국에서는 고학력 여성들이 결혼을 더 하고, 이혼을 덜 한다는 통계가 나온다.
그렇다면 그 모델이 한국의 미래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되는데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281299988939419&id=100011782614236
60년, 70년대에는 고학력 여성이 별로 없었다. 꼭 남자가 자기보다 못한 여자를 고른다기보다, 남자 변호사라면 여자 변호사 자체가 극소수니까 직장에서 자주 마주치는 비서, 그 외 보조 사무직과 결혼하는 경우가 흔했을 것이다. 남자 의사 경우에도 여자 의사가 거의 없으니 직장에서 접하기 쉬운 간호사와 결혼이 잦았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사짜 신랑감이라 모셔갔겠으나 해외를 기준으로...) 그렇지만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남자 변호사는 여자 변호사를 더 쉽게 접하고,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남자들의 젠더 감수성이 발전하면서 잘난 여자도 받아들인다 보다는, 그저 더 동료 숫자가 많아졌다 정도의 논리도 설득력이 있다. 잘난 여자에 대한 편견이야 당연히 그때는 더 심했고 지금도 있지만
똑똑한 여자는 피곤하다는 예전 편견 얘기:
http://www.nytimes.com/2012/02/12/opinion/sunday/marriage-suits-educated-women.html
동등한 여자가 많이 생긴 것만으로도 차이가 생겼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노동환경의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복지는 나아졌고 여자들도 직장과 가정을 (힘들게나마)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남자들도 가정에서의 역할이 중요시되면서, 미친 듯이 일만 하고 가정은 부인에게 맡기는 모델이 많이 부식되었다. 그러니까 전문가 부부도 더 가능해진 것. 꼭 '내조'해주는 아내가 없어도 되는 셈이다(위의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ㅎㄷㄷ한 통계 하나. 2007년 기대되는 경제학자 13명을 꼽았는데 그중에 세 부부가 포함되었다고. 그중 다른 한 명은 역시 아주 유명한 경제학자와 동거하고, 같은 대학의 교수. 13명 중에 7명이 경제학 파워커플!).
그렇다면 뉴욕타임스 기사로 돌아와서. 고학력의 고소득 여자가 고학력 고소득 남자와 결혼하면 빈부의 격차가 커진다. 어떻게 보면 잘 나가는 여자가 핍박받지 않고 비슷한 수준의 남자와 결혼하는 현상은 페미니즘의 승리로도 볼 수 있는데, 또 다르게 보면 고소득인이 저소득인과 결혼할 때 사회의 빈부차가 줄어든다고 할 수 있는데 고소득자끼리 결혼하면 빈부격차가 훨씬 더 드라마틱하게 나타난다. 예로, 각각 20만 달러 버는 의사 둘이 결혼해버리면 총 가정소득 40만. 좀 더 나아진 고용환경으로 임신 출산으로 고용에 영향 안 받고 남자도 가사 육아를 상당히 부담한다면, 이 그룹은 이혼율도 낮아서 쭈우욱 자산 쌓고 잘 나간다(이혼은 자산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친다. 여자가 보통 훨씬 더 손해 본다.).
http://journals.sagepub.com/doi/abs/10.1177/1440783305058478
https://www.theguardian.com/lifeandstyle/2009/jan/25/divorce-women-research
https://www.huffingtonpost.com/brendan-lyle/after-divorce-women-rebou_1_b_1970733.html
각각 3만 버는 커플은 결혼하면 6만. 파워커플에 비교할 수가 없고, 아이들의 학업 성적은 부모의 소득을 따라간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한국이 어떤 모델로 갈지는 모르겠다만, 고용 환경의 개선 없이는 고학력 고소득 여성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은 없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이건 여자가 눈이 높은 게 아니라,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다.
덧:
뉴욕타임스 글 찾다가 이코노미스트의 비슷한 글도 찾았다:
http://www.economist.com/node/17929013
The rise and rise of the cognitive e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