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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7. 2018

둘째가 또 아팠다

2017년 1월 31일

둘째가 또 아팠다. 

주말 내내 찡찡거렸다. 

난 프로젝트 마감이 밀려 있어서 일주일 내내 스트레스받았더니 안 자는 낮잠까지 퍼 자면서 주말에 완전히 폐인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남편이 애들 둘 다 봤다. 일요일 밤에는 내가 둘째를 데리고 잠들었는데 둘째가 새벽 네 시까지 찡찡거리는 바람에 아침에 일어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

출근은 했다. 많이 피곤하더라. 레드먼드에서 보스 날아와 계시고, 무려 보스의 보스의 보스의 보스님이 오시는 미팅에 들어가야 해서 바짝 긴장했다. 오후 다섯 시에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둘째가 열은 없는데 하루 종일 아프고 방금은 토했단다. 늦게 전화해서 다행이었다. ㅡ.ㅜ 오페어 아가씨가 데리러 오는 길에 또 토를 했는데 아가씨 머리에다 했단다 (...) 일곱 시 반에 집에 들어오니 목욕 끝내고 둘째는 뻗어 있었고 나보다 십분 빨리 퇴근한 남편이 애들 밥 먹이고 있었다.     


남편도 지난주부터 골골하던 차인데 내일 중요한 미팅 있어서 난 죽어도 출근해야겠다 하니까 둘째 맡아 누웠다. 그래도 둘째 기침 소리에 나도 잠을 자꾸 깼다. 새벽 세시인가 정도에 교대하자 하고 내가 맡았다. 둘째는 오늘 새벽도 잠 안 자고 계속 찡얼거렸다. 아침에 일어나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어쨌든 난 출근해야 한다. 남편이 재택하겠단다. 남편 연봉이 나보다 약 20% 정도 더 많다. 둘 다 만만한 직장은 아니다. 어쨌든, 오늘 난 출근해야 한다.

     

육아 얘기하면 난 복 받은 년이라는 소리 자주 듣는다. 애들이 이젠 아주 어리진 않고, 큰애는 학교 다니고 둘째는 가까이 있는 어린이집에 풀타임으로 다닌다. 등하교를 책임져주는 오페어 아가씨가 있다. 영국에서는 유럽에서 오는 오페어아가씨를 구하기 쉽다. 내니보다 부담이 덜하다. 그러니까 나는 등하교 신경 안 쓰고 저녁 해주는 것도 일주일에 두 번 정도만 신경 쓰면 된다. 육아비로 한 달에 2-300만 원 깨지지만, 그래도 나 정도면 정말 편하게 애 키우는 편인 거 안다.     

비교적으로 편하다 해도 닐리리야 꽃놀이는 아니다. 지난 주 금요일은 큰애 학교 소풍이었는데 학부모 지원봉사자 찾더라. 큰애는 와줬으면 했지만 나나 남편 둘 다 시간 낼 수가 없었다. 미안했다. 그나마 샌드위치 싸줘야 하는 것도 잊어버려서 밤 열두 시에 브레드 메이커 꺼내 빵을 구웠다(...). 정말 쉽게 육아하는 편이라는데, 그래도 힘들다. 서너 시간 자고 나와서 커피 부어 마시고 이번 분기 우리 팀 미팅, 내 프로토타입 프레젠테이션, 리뷰 준비해야 하(...는데 점심시간에 이런 거나 쓰고 있다 ㅋㅋㅋ).     

아이 넷을 원했었는데 지금은 셋째도 엄두가 안 난다. 주위에서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맞벌이 친구들 많은데 낳으라고 말도 못하겠다. 아이 정말 예쁘다. 안 예뻤으면 새벽에 그렇게 잠 못 자게 찡찡거렸는데 한 대 치고도 남았지. 아파하는 게 안쓰럽고, 못 자고 못 먹는 게 가슴 아프지 밉지는 않다. 그래도 힘들다.     

여자 인생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제일 큰 계기라면 주저 없이 출산을 꼽겠다. 가정폭력 피해자 중 임신하고 나서 폭력이 시작되었다는 이들이 1/6 에서 1/3까지 된다(연구/설문에 따라 다르다). 임신 전에도 폭력이 있을 수도 있고, 폭력적이었으나 임신 출산 없이 헤어졌을 수도 있겠으나, 임신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가정폭력이 시작되었다는 여자가 여섯 명 중에 하나, 혹은 세 명 중 하나(총 임산부 중 폭력을 경험했다는 통계는 나라와 연령대 등등에 따라 3-4% 에서 십대 빈곤층 임산부는 거의 50% 까지). 소위 "임신공격"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여자를 임신 시키면 어찌 할 수 없게 된다는 사고방식은 충분히 흔하다. 안정된 결혼생활에서 아이를 낳은 여자도 많이 다르지 않다. 배우자의 병이나 실직, 혹은 이혼을 거치면서 아이가 있다면 빈곤층으로 내려가기가 훨씬 쉽다. 정말 내 아이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여자에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엄청난 큰 결심이다.     

낳으면 다 알아서 큰다고? 개소리. 자기 밥그릇 다 챙겨서 태어난다고? ㅈㄹ.     


내 아이들만 보면 너무 미친 듯이 이뻐서 물고 빠는 엄마로서 말인데 돈으로 쳐 바르고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찬스 다 쓰고 직장에서 많이 봐줘도, 남편이 흠잡을 데 없이 분담해도, 사정이 어떻든 아이 낳기 전보다 편하진 않다. 쉽지 않다. 내가 그리 좋은 엄마가 아니라서,비교적으로 편하다 해도 닐리리야 꽃놀이는 아니다. 지난주 금요일은 큰애 학교 소풍이었는데 학부모 지원봉사자 찾더라. 큰애는 와줬으면 했지만 나나 남편 둘 다 시간 낼 수가 없었다. 미안했다. 그나마 샌드위치 싸줘야 하는 것도 잊어버려서 밤 열두 시에 브레드 메이커 꺼내 빵을 구웠다 (...). 정말 쉽게 육아하는 편이라는데, 그래도 힘들다. 서너 시간 자고 나와서 커피 부어 마시고 이번 분기 우리 팀 미팅, 내 프로토타입 프레젠테이션, 리뷰 준비해야 하(...는데 점심시간에 이런 거나 쓰고 있다 ㅋㅋㅋ).     

아이 넷을 원했었는데 지금은 셋째도 엄두가 안 난다. 주위에서 아이 낳기를 망설이는 맞벌이 친구들 많은데 낳으라고 말도 못 하겠다. 아이 정말 예쁘다. 안 예뻤으면 새벽에 그렇게 잠 못 자게 찡찡거렸는데 한 대 치고도 남았지. 아파하는 게 안쓰럽고, 못 자고 못 먹는 게 가슴 아프지 밉지는 않다. 그래도 힘들다.     


여자 인생에 빈곤층으로 떨어질 수 있는 제일 큰 계기라면 주저 없이 출산을 꼽겠다. 가정폭력 피해자 중 임신하고 나서 폭력이 시작되었다는 이들이 1/6 에서 1/3까지 된다(연구/설문에 따라 다르다). 임신 전에도 폭력이 있을 수도 있고, 폭력적이었으나 임신 출산 없이 헤어졌을 수도 있겠으나, 임신 하고 나서 본격적으로 가정폭력이 시작되었다는 여자가 여섯 명 중에 하나, 혹은 세 명 중 하나(총 임산부 중 폭력을 경험했다는 통계는 나라와 연령대 등등에 따라 3-4% 에서 십대 빈곤층 임산부는 거의 50% 까지). 소위 "임신공격"은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여자를 임신시키면 어찌 할 수 없게 된다는 사고방식은 충분히 흔하다. 안정된 결혼생활에서 아이를 낳은 여자도 많이 다르지 않다. 배우자의 병이나 실직, 혹은 이혼을 거치면서 아이가 있다면 빈곤층으로 내려가기가 훨씬 쉽다. 정말 내 아이는 예쁘고 사랑스럽지만, 여자에게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엄청난 큰 결심이다. 


훌륭한 여자가 아니라서, 모성애가 부족해서, 철이 안 들어서 그럴 수도 있지만, *공식적으로* 세상에서 제일 이쁜 (...) 아이들을 낳고 키우는 지금도 나는 여자 인생의 가장 위험한 도박이 출산 육아라고 믿는다.     


- 오늘 특히나 더 피곤해서 하는 말은 아니고요. 

- 애들이 조금 더 크면 편해지겠지 하는 게 이제 7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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