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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7. 2018

기준이 낮아지기 시작하면 동화되어 버린다

2017년 1월 26일

운전할 때 보면 모든 운전자들은 세 그룹으로 나눠진단다. 나보다 더 빨리 가는 미친놈들, 나보다 더 천천히 가는 답답한 놈들, 그리고 나. 그런데 인생 거의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나보다 더 애 챙기는 극성 부모들, 나보다 덜 챙기는 무책임 방임 부모들, 그리고 아주 적당한 나. 여혐도 그러하다. 나보다 훨씬 더 심한 말 하는, 타도해야 하는 극악 일베 여혐러. 진짜 아무것도 아닌 거 가지고 여혐이라고 하는 프로 예민러, 프로 불편러. 그리고 아주 상식적인 나.     


그렇게 보면 내 기준이라는 게 큰 의미는 없다는 게 내 보통 철학이긴 한데...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요새는 이건 진짜 아니지 않나 하는 게 트럼프 취임식 이후로 너무 쏟아져 나오니까 전의 상실 직전. 상식적으로 grab by the p*ssy라는 말을 하는 남자를 대통령으로 찍을 수 있다는 것이 이해가지가 않고, 미국에서 여자들이 이 정도면 누릴 거 다 누리는데 뭐가 더 필요하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같은 여자들의 글을 보면 기가 쭉 빠진다. 거짓말하는 게 아니라 alternative fact를 말한 거라는, 무려 백악관 관계자 말을 들으니까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들에게는 자신이 정상적이고 내가 오바질하는 거 알지만 - 아 분위기가 이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내 기준을 낮추기 시작하면 아차 하는 순간에 나도 동화된다. 아, 방송에서는 저렇게 외모 비하하는 게 정상이구나, 하고 넘어가게 된다. 저렇게 우겨도 되는구나 하게 된다. 싸우기 피곤해서, 저런 애들이랑 상대할 필요 없다 생각해서, 내 에너지가 소중해서 조금씩 피하게 된다. 어쨌든 나도 바쁜 사람이고 할 일은 많고 그럴 시간에 운동이나 하고 집 청소나 하는 게 이득이니까.     


글쓰기 리듬이 조금 느슨해지기를 목뼈고 기다리곤 했는데, 이번에는 글 안 쓰는 덕에 일을 엄청나게 열심히 하게 됨에도 불구하고 덕담 남겨주신 악플러 님 때문에 억지로라도 기어 나왔다. 나보고 너무 나댄다는데 다들 조금씩 덜 나대면 저런 애들이 상대적으로 더 편해진단 말이지. 그 꼬라지 보기 싫어서라도 쓴다. 너 거슬리라고 더 나댈 테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됐는데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어째 알겠소. 상실한 전의 다시 두들겨 패서 장착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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