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 14일
페미니즘을 알고 난 뒤의 세상은 완전히 달랐다. 상대가 데이트 비용을 전부 다 냈다고 해서 내가 무조건 섹스해 주어야 할 의무도 없었고, 내 돈을 쓰면서도 된장녀 소리를 들을까봐 전전긍긍해 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치페이는 더 이상 당연한 개념이 아니었고, 콘돔을 사용하지 않거나 내가 원치 않으면 섹스를 거부할 수 있게 되었다. 원치 않는 섹스는 연인 사이라 하더라도 강간이라는 것, 내 자존감을 깎아내리며 자기 마음대로 다루려 하는 것도 데이트 폭력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를 옭아매는 그 수많은 족쇄들을 거부할 권리가 나에게 있었다. 한 번 새로운 세상의 맛을 본 나는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개념녀를 벗어 던질 수 있었다.
http://thepin.ch/life/mo7gru/story-of-three-hann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