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Jun 07. 2018

그런 당신도 이득볼 수 있는 게 페미니즘

2017년 2월 14일

같은 여자 공격하는 건 웬만하면 지양하지만 읽다가 체해서. 원글 링크 아래.     


맞는 말 아닌 말 헛소리를 1:1:1 로 섞어서 딱 페미니즘 싫어하는 사람들 좋아하게 버무려 놓았는데, 요약하자면 -     


'페미들은 모성애도 없고 밖에 나가서 일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하고 가사노동 혐오하고 엄마 미워하고 그러는 데 나는 안 그래 난 아이랑 더 시간 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니가 그걸 가지고 나를 무시하는 게 페미니즘 같아. 여성주의랍시고 남자처럼 나대는 거 보기 싫고, 난 여성여성스럽게 살 거야.'     


이봐요. 나도 애 똥 묻은 옷 꽤 빨고 화장실 변기 청소하고 부엌 바닥 박박 닦고 이불 빨래하고 하여튼 한 가사노동 하는 주부이고 

내 새끼 이뻐서 물고 빠는 주부 맞는데.     

딱 하나 질문합시다. 애 낳고 이뻐하고 여성여성스럽게 (집안 일이 왜 여성스러운지는 1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집안일 하고 사는 당신.     


남편이 바람피우면 어떻게 할 거에요? 갑자기 패기 시작하면? 이혼하자 하면?     

"우리 오빠는 안 그래요", "그러니 남자 보는 눈이 있어야죠" 이딴 헛소리 말고. 누군 '아싸 바람피우는 놈이다 결혼하자'고 하나? 아 뭐 어쨌든. 당신 오빠는 정말 좋은 오빠라서 그럴 일 없다 치고, 그런 오빠가 과로사하면? 갑자기 아프면? 일하기가 불가능하면? 아이 딸린 주부로서 혼자 먹고살아야 할 상황이 온다면?     


악담하는 거 아니고, 실제 나도 이런 생각 자주 한다. 오늘 밸런타인데이다. 15년째 남편과 한 번 안 싸우고 아주 잘 살고 있다. 바람, 폭력, 주사 뭐 그 어떤 문제도 없었다. 하지만 사람 일은 모르지. 두 사람 중 누구라도 나름 운명적인 사랑을 만날 수 있는 거고 아니면 중년의 위기로 갑자기 삶의 의미를 찾겠다며 직장 그만두고 휘리릭 떠날 수도 있는 거고, 지병이 생길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요즘 세상에 중산층의 안정과 행복이란 한끗 차이다. 사고 한 번, 큰 병 하나로 확 날아간다. 이혼율 높고, 병사 확률 높고, 돈 잘 벌어오는 남자 만나서 평생 룰루랄라 하는 여성은 정말정말 극소수다.     

중년의 싱글 애엄마한테 한국은 어떤 사회인가? 자아 실현하겠다고 직장 다니는 거야 재벌가 자제분들이 미술관 운영하는 거 말이고, 거의 대부분의 엄마들은 돈 벌러 나간다. 페미들이 가사노동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노동은 착취당하면서 경력 중단으로 인한 위험은 오롯이 다 안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 맞벌이라도 가사는 훨씬 더 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 우르르 푸닥푸닥하는 중이다.     


페미니즘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난 까고 싶다, 난 그런 여자 아니다로 보이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그런 당신도 이득을 볼 수 있을게 페미니즘. 

긴 인생 살다 이런저런 일이 생겨 직장에 나가야 한다면 취업이 더 쉽게 도와주는 것이 페미니즘. 

남편과 안 좋은 일 있어도 다른 남자에게 기댈 필요 없이 혼자 살아갈 수 있게 하자는 게 페미니즘. 

당신이 하는 가사노동은 확실히 가치가 있는 노동이고,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착취하는 게 나쁘다는 게 페미니즘. 

모성애를 신격화하면서 육아일을 다 여자에게 떠넘기고, 뭐가 잘못되면 무조건 엄마에게 잘못 전가하지 말라는 게 페미니즘. 

아이 키우는 엄마라도 여전히 한 인간이라는 게 페미니즘. 

아이를 키우는 게 행복하고 좋다면, 그리고 배우자와 합의가 되었다면 그렇게 할 수 있을게 페미니즘. 

대신에 경제적인 이유든 개인적인 이유든 일을 하고 싶다면 성차별 없이 그냥 한 사람으로 능력대로 일하고 보상받겠다는 게 페미니즘.     

간단하게, 여자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오빠'에게 기댈 필요 없이, 내 앞가림 내가 하게 좀 놔둬달라는, 방해만이라도 하지 말아달라는 게 페미니즘.     


깔려면 좀 알아보고 까던가. 어차피 이득은 같이 볼 거면서.


원글 링크:

http://www.justice21.org/86525


매거진의 이전글 이렇게 개념녀에서 페미니스트가 됩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