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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7. 2018

문재인 씨의 페미니즘 선언

2017년 2월 16일

문재인 씨의 페미니스트 선언 뉴스 보고 나도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했다. 

    

이유야 어쨌든 문재인 씨에게 감사했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선언으로 지금까지 페미니즘 밟던 이들 멘붕하기 시작하는 게 보이더라. 그 페미니스트가 그 페미니스트가 아니니까 괜찮아라는 정신 승리도 보고, 이제는 페미 우르르 푸닥푸닥 어쩌고 하던 이들까지 역시 이걸 받아들여야 할 테니 앞으로 너 페미??란 욕을 최소한 문재인 지지자들에게는 듣지 않을 듯하다. 내가 늘 남자 분들에게 딱 하나 부탁하던, 윗사람의 한 마디를 해주셨으니 그저 감사. 난 정치는 잘 모르고 문재인 씨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새누리당 반대 분위기가 이렇게 고조된 상황에서 대선 후보 선두주자가 저렇게 확실하게 말해 주는 것 자체가 한국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페미들의 우르르 푸닥푸닥이 쓸모없는 헛짓이 아니었음의 증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성소수자는?     


내가 성소수자라면 '아니 왜 거기까지 가고 말아? 왜? 우리는 사람이 아니야? 여자까지는 이제 사람으로 보인다니 그래 뭐 좋은데, 성소수자 차별 금지 법안은 왜 안 돼? 우리 차례는 언제 와?' 이런 서러운 마음이 훨씬 더 크게 들지 않았을까 싶다. 모르지. 난 이성애자라 비교적 편하게 사는 사람이라서.     

이 정도까지 했으면 됐지, 한국에서 존재조차도 인정받기 힘든 성소수자들까지 안고 가기를 바라기에는 무리일지도 모른다고 말하기엔,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지금 시국이 어떤 때인데 성차별 어쩌고 하고 있냐'라던 사람들의 말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전략적으로 보면 새누리당보다는 어느 진보정당이든 진보가 나으니까 안 그래도 모으기 힘든 표 흩지 말고 한데 뭉치자는 주장도 이해한다. 하지만 똑같은 논리로 여성 인권도 내내 무시당해왔다. '여성 문제로 따지다가 집권당한테 또 권력 내줄 거야?' 식의 논리 말이다. 그렇지만 소신대로 찍었다가 진보 표가 갈가리 찢어져 새누리가 또 집권한다는 건 아닌 것 같고. 아, 나도 잘 모르겠다. 내 의견 밝히는 것 외에는 뭐 따로 할 게 없구려.     


마냥 기뻐하기에는 성소수자분들께 너무 미안합니다. '지지하는 건 아니지만...' 이란 변명이 꼭 붙어야 하는 이런 한국 분위기. 너의 존재 자체를 지지 안 한다는 그런 잔인한 선언에 이성애자 저도 들으면서 움찔하는데 본인들은 어떨지 상상도 가지 않습니다.     


같이 연대하고 싸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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