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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8. 2018

유럽 언어 배우기와 문학 소설의 수준 잡담

2017년 2월 20일

지금 읽고 있는 책 - Le problem final. 셜록 홈즈의 The Final Problem 불어본.


저번 주에 남편에게 '와 이 책 작가 정말 표현 대단한 거 같아' 했다가 '네가 소설을 안 읽으니까 그렇지 그거 되게 흔한 표현이야'를 듣고 '야 이 정서 메마른 여자야 소설 좀 읽어라'란 비난으로 받아들인 양파, 불어 공부 놓은 지도 오래됐다는 데에 더블 불안함을 느껴 예전에 읽었던 책 다시 집었다. 한참 불어 공부할 때, 영어 소설을 불어로 번역한 책을 곧잘 읽었다. 그런 책은 불어로 원래 쓰인 책보다 읽기가 쉽다. 영어에서 불어로 번역한 거라서,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때려 맞추기 난도가 확 내려간다. 영어 편하게 하는 사람이 다른 언어 배울 때는 이 방법 추천한다. 아주 쉬운 대중 소설, 깊이 있는 문학 말고 그냥 재미로 읽을 수 있을 만한 소설을 타깃 언어로 번역한 책을 읽기.     


문제는 셜록 홈즈 자체가 좀 옛날 글이라, 파리까지 가서 사 온 bilingue 책이어서 아깝다고 읽긴 했지만, 나중에 산 현대 대중 소설 번역판이 훨씬 쉬웠다. 그래도 취향에는 조금은 맞아야 한다. 내가 아무리 로맨스 좋아하고 이 정도면 쉽게 읽히겠지 했는데 Twilight 시리즈는 불어로도 첫 권만 읽고 포기. 참고로 유치한 영화나 드라마는 3/4 정도 알아듣는 외국어로 보면 훨씬 더 그럴듯하게 보인다. 내가 정말 로맨틱하다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읽은 로맨스 소설 중에 소피 킨셀라 소설이 있는데 이건 순전히 안 되는 독일어로 읽다 보니까 좀 이해 안 가는 부분은 상상으로 채워 넣어서 그렇다. Twilight도 독일어로 읽었어야 했... 음.     


언어 여러 개 배우기의 단점이 읽기의 수준이 확 떨어진다는 데에 있다. 언어 많이 배웠다고 하는 사람들도 이거에 대해서는 말 안 하더라. 어차피 인생에 시간은 정해져 있고, 넓게 배우면 얕게 읽을 수밖에. 난 백설공주를 한국어로 읽고, 영어 배우면서 읽고, 불어 배우면서 읽고, 아프리칸스로도 읽었다. 근데 그게 뭐 문학의 정수 이런 건 아니잖소. 신데렐라도 그렇게 몇 번 읽고, 셜록 홈즈도 한국어, 영어, 불어로 읽었다. 한국 소설은 십 대 초반에 이민 나오고 나서 수준 있는 건 거의 못 읽었고, 영어도 논픽션에만 치중하다 보니 별로 읽지도 않지만 그나마 읽는 소설 수준은 추리나 스릴러. 그나마 불어는 고등/대학교 때 French Lit 택해서 고전은 아아아주 기본만 읽었다. 그래 봤자 다 잊어버렸고;; 아프리칸스도 고등학교 때야 Kringe in 'n Bos 재밌게 읽고 했지만 이젠 그저 가십 잡지 읽을 정도밖에 안 된다. 잡다하게 배운 언어는 많은데 읽기 수준이 폭망.

     

어쨌든. 유럽 언어는 공부할 때 번역책 보면 도움 되던데 한국어-영어는 전혀, 네버, 아무런 도움 안 되더라. 호환성 제로, 케미 제로의 두 언어. 불어와 영어는 워낙 번역가가 많아서 그런지 분위기까지 잘 번역된 책 많은데, 한국어-영어는 그냥 다른 글로 읽혔다.     


마지막으로. 읽어서 익숙해지는 건 다 좋고 한데, 쓰고 말하는 수준이 딱 내 수준이더라. 읽고 들을 때는 대강 이해 가니까 오오 나 괜찮게 하는 거 같아... 하지만, 써봐야 실력 제대로 뽀록난다. 특히 불어 ㅜ.ㅠ 그 엄청나고 복잡한 문법. 향학열 사라진 지금은 포기했으나 한 때 참 열심히 공부했는데, 그래봤자 이 나이에 예전에 이미 읽은, 애들용 셜록 홈즈나 읽고 있... 하아.     


그래도 시작했으니 끝냅니다. 그나저나, 셜록 홈즈 시리즈 쓴 코난 도일이 귀신이나 유령이 있다 믿고 교령회(séance)를 자주 주도해서 열었다는 사실. 뭐야, 소설에서는 완전 논리적 과학적인 척 다하더니. 하기야 뉴튼도 연금술 덕후였다고 하니까. 사람은 참 알기 힘든 존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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