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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8. 2018

체벌, 양육 방식과 인종차별 잡담

2017년 3월 14일

사실 이야기가 복잡해질까 봐 섞진 않았다만, BBC 내니 논란에는 엄마가 어떻게 애를 저렇게 험하게 다루냐 이야기도 섞여있었다. '해외에서는..' 어쩌고 하는데, 애를 절대로 때리면 안 되고, 소리 질러도 안 되고 하는 건 정확하게 말하자면 영국/미국/그 외 영어권 몇 군데의 지난 2~30년간의 '유행'이다. 그리고 이건 거의 언제나 중산층 백인 가족에만 해당된다. 

내가 자란 남아공에서는 '남자애들은 패야 된다'는 의식이 아주 팽배했고, 90년대 중반 정도까지도 보통 학교에서는 남자애들 체벌했다 (여자애들은 안 했다! 남녀차별!). 그런 분위기였어서 궁디 팡팡 정도로 경찰 부르고 그럴 일은 없었다. 영국 와 보니 아이가 위혐한 거 만지려고 할 때 손 찰싹 하는 것도 '허걱 어떻게 그래요!' 한다. 물론 이건 말했듯이 백인 중산층 가정 얘기다.     


미국의 흑인 가족들은 분위기가 많이 다른 듯한데, Aries Spears 스탠드업[1] 보고 한참 웃었다. "울 엄마는 솔직히 좀 심했어. 새벽 세시에 두들겨 깨우니까 난 뭐야 뭐야 정신 못 차리는데 엄마는 '이눔이 내가 쌔빠지게 투잡 뛰어서 사립학교 보내놨더니 선생님한테 욕하고 정학을 먹어??' 그러면서 복싱할 때 쓰는 헬멧을 씌우더라고. '이게 뭐에요 엄마' 하니까, '내가 오늘 널 좀 본격적으로 팰 건데 그래도 머리는 다치면 안 되지 우리 이쁜 새끼 이제 좀 겁나 맞자'" (귀찮아서 생각나는 대로 요약에 발번역)     

물론 이런 얘기를 듣는 백인 중산층들은 쯧쯧쯧 역시 흑인들은... 이라고 하겠지. 모성신화 책에서도 상당히 깊게 나오는데, 흑인 엄마들이 생각 없이 아이 낳고 마약 하고 정부 보조금 받고 애들 막 키우고 어쩌고 하는 스테레오타입이 엄청나게 만연하게 퍼져있다. 그러므로 그런 나쁜 엄마들은 애도 막 팰 거야...가 추가된다.     


한참 '우리 아이 꽃으로도 때리지 말고 다 대화로 해결합시다' 양육방식이 인기더니, 최근엔 프랑스식으로 조금 매정하게, 혼낼 땐 혼내는 육아 방식이 또 유행이란다. 애 낳기 전에 육아 방식 역사에 대해서 좀 읽었었는데 (그냥 육아책은 못 읽고 꼭 역사책을...) 정말 육아는 유행이고 세대마다, 동네마다, 문화마다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도 아시아 타이거 엄마 어쩌고 하는 책으로 크게 논란이 됐었다. 미국/영국 엄마들 보면 참 이중성 돋고 일관성 없을 때 많은 게, 애들 영어/수학 과외 시키는 건 푸시한다고 욕하면서, 운동이나 음악 같은 건 또 엄청나게 데리고 다니면서 돈 퍼붓고 푸시한다. 이건 '꿈을 좇는 거'고, 공부를 시키는 건 부모의 욕심으로 애를 고생시킨다는 그런 인식이 좀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뒤로는 다 쉬쉬하며 과외 시킬 거 다 시킨다고. 특히 영국은 11+ 라고, 좋은 고등학교 보내기 위한 경쟁으로 11살 볼 시험 대비로 7-8세부터 과외 시작한단다. 우리 아들 이번 해에 만 7세다 ;ㅁ;     

그냥 가기 섭섭해서 하나 더. 부모가 해 줄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해악스러운 것이 아마도 특이한 이름 지어주기일듯.     


괴짜 경제학에도 나왔고 실제 여러 실험으로도 증명된 사실인데 이름은 엄청나게 큰 영향을 미친다. 영어권에서 좀 더 흔한 거 같다. 아래 링크 글타래[2] 보면 온갖 문화권에서 '이런 이름 가지고 살기 힘들다 부모로서 진짜 그러지 마라'는 내용이 강처럼 흐른다. 흑인들이 자주 쓰는 이름으로 이력서 보내면 될 확률이 훨씬 낮고, 백인 이름 중에서도 특이한 스펠링 (Taylor가 아니라 Tailah, Jazmyne 등등), 그리 어감이 좋지 않은 이름 (이름이 Tiffany인 여자랑 사귀지 마라!! 식의 농담 자주 보임 - 이건 미국)을 쓰면 취업 힘들단다. 영국에서도 세대마다 다르지만 중산층이 잘 쓰는 이름, 워킹 클래스가 쓰는 이름이 많이 다르다네. 케빈이라는 애들이랑 어울리지 말도 흔하고, 아주 대놓고 어떻게 애 이름을 타일러로 짓냐, 이름 타일러인 애랑 친구 하면 난리 칠 거라는 영국의 케이티 홉킨스도 있었다. 영국은 인종차별 문제도 크지만 사회 계급 간의 갈등도 엄청 많다 보니, 이름 하나 가지고도 저렇게 불꽃 튀기며 싸운다. Saskia는 중산층 이름. 그리고 사스키아는 타일러, 케빈이랑은 안 놀고 올리비아, 제임스랑 논다. 물론 이 이름 유행도 계속 바뀐다. 엄마들끼리 서로 평가도 엄청나서, 유기농 안 먹이는 몰상식한 엄마를 욕하기도 하고, 세 돌부터 피아노 시키는 극성 엄마를 욕하기도 한다. 옷도 너무 잘 입히면 욕먹고, 싼 거 입혀도 욕먹는다. 그래서 저는 아예 얼굴을 안 내밉니다 냐하하하. 어쩌다가 부딪히면 내가 자란 북한 시골에서는 이렇게 키워! 라고 우길까도 생각했다는. 진보 성향 영국 중산층 사람들이 설마 정치 망명 난민한테 욕할까??     


잡담 끝. 

링크 보세요 재밌습니다.     




[1] 아리스 스피어즈 스탠드업

https://www.youtube.com/watch?v=h_Uj1FRmLao

[2] 애한테 이상한 이름 붙여주지 마!!

https://www.quora.com/How-can-I-convince-my-husband-to-name-our-daughter-%E2%80%9CYunique%E2%80%9D-He-said-people-would-pick-on-her-But-if-somebody-picks-on-her-they-are-not-the-kind-of-people-she-would-want-to-be-friends-with-any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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