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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9. 2018

지난 며칠 간의 댓글을 보고

2017년 3월 8일

나에게 '원래 말투가 이랬어?', '이 사람 꼬인 사람이네', '실망했습니다' 하는 댓글 지난 며칠 보고. 

    

최근에 이랑 씨가 한국대중음악상 받으시면서 한 퍼포먼스가 이슈가 됐었다. 한 달 수입이 얼마인지도 공개하셨던데, 난 이런 얘기 들을 때 부끄러운 감정 먼저 앞선다. '돈 되는 거 해야지 왜 안 되는 거 해놓고 불평이야'라는 식의 댓글이 많았다는데, 나는 바로 내가 내 자신에게 그런 말 하면서 빠져나갔다. 

책 한 권 내면 인세 이백 전후로 받는다. 정말 초창기에 300 정도 받았는데 요즘에는 훨씬 더 열악하더라. 책 한 권 쓰는 데 시간 많이 걸린다. 그때 내가 시급을 계산해보니까 시간당 몇백 원이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세상에게 돈 내놓으라 하는 건 힘든 일이란 걸 난그때 배웠다. 그보다는 번역은 시간이 훨씬 덜 걸리고, 남을 대신해서 남의 글을 쓰면 돈을 더 받았다. 프로그래밍은 훨씬 더 많이 받았다. 난 프로그래밍에 공부, 글쓰기만큼은 관심 없었지만 그럭저럭 잘 했고, 앞으로도 잘 풀릴 것 같아서 그쪽으로 갔다. 책은 내는 대로 줄줄이 망했다(...). 내가 낸 책 중에서 재판 된 거는 아마 전문대 교과서 집필 시절 낸 영어책 - 그 학교 전용 프로그래밍 교과서 몇 권 - 밖에 없을 거다 냐핫(피눈물 흐르고 있음). 그나마 번역 일도 직장일이 빡세지면서 관뒀다.     


10대부터, 그리고 20대 내내 나는 글을 썼고 그건 돈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난 요즘에 글 잘 쓴다 못 쓴다 얘기 들어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 누구는 좋다 누구는 나쁘다 하겠지만 어쨌든 난 시장성은 없는 사람이었고, 생계유지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난 그냥 다른 분야로 샜다. 포기하고 내뺐다. 버틸 배짱도 자신감도 없었고 마침 돈벌이가 쉬운 쪽으로 내빼는 게 가능했다. 그래서 지금은 내가 정말 즐겁게 쓸 수 있는 글, 시장성 고려 하나도 안 하고, 입금 수익 걱정 하나도 안 하고 이렇게 내 맘대로 글 쓰는 신선놀음을 하고 있다. 이건 글쓰기가 생업이 아닌 자의 사치고 교만이다. 글로 판단 받는 게 생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까 둔감할 수 있다는 것, 아주 잘 알고 있다. 누군가 내 글을 비난한다고 해서 나는 사과할 필요가 없고, 태도가 어떻게 하는 데에 신경 쓸 필요도 없다.     

(본론) -> 이봐 이봐. 서론이 이렇게 길어도 된다니. 진짜 지 맘대로 쓴다. 쿨럭.     

글을 오래 쓰면서 배운 것. 나는 상품이다. 내가 돈을 벌고 아니고를 떠나서, 나는 인터넷에 넘치는 콘텐츠 중 모래알 하나일 뿐이다. 나를 꾸준히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단편적으로 내 글 하나 두개만 마주치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그런 그들에게 나라는 사람이 정말 누구인지는 의미가 없다. 그저 글 하나로 그들과 잠깐 접점이 생겼을 뿐이다. 나에게 그들의 의견이 별 의미가 없듯이, 그들에게도 나라는 사람은 별 의미가 없다. 오랜 블로그 활동으로 친해진 사람들에게 빼고는 의미 없는 글쓰기를 하다가, 갑자기 목표와 방향이 생긴 게 페미니즘 관련 글쓰기 시작하면서. 그저 내 만족을 위한, 나와 친한 사람들을 위한 글이 아닌, 나 자신은 아무 상관없는, 글로만 여러 사람에게 닿는 방식으로 변해갔다. 훨씬 더 소모성 콘텐츠가 된 셈이다. 뭐, 이왕 그렇게 된 거 계속 가보자고 결심했다.     


그렇다면 제일 의미 없고 시간 아까운 짓이 자기변명이다. 철저한 소모품으로 '양파'라는 작가는 별 의미가 없고, 그가 생산해내는 콘텐츠만 의미가 있어서이다. 말투가 왜 이렇냐 욕하는 것, 얘 원래 그랬냐, 실망했다 등등은,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콘텐츠의 영향력을 갉아먹는다면 고려하겠으나 내 기분이 상해서, 혹은 나에 대해 실망했다는 소수의 사람들을 돌려세우기 위한 변명을 하는 건 비효율적이다. 나는 이런 사람인데 니가 오해한 거고 어쩌고. 어차피 글은 협상이다. 나는 내가 쓰고 싶은,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읽는 사람은 그중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글을 소비한다. 나의 목적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여혐 관련 글 몇 개라도 전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나에게 가장 편한 방법으로 하는 것. 길게 보면 나한테 편하고 쉬운 게 제일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니까.     

그냥 내 모습으로 사는 게 제일 힘 덜 들고 편하다. 내 방식대로 살면서 최대한 전략적으로 메시지는 퍼뜨리고, 몇몇의 지적에 변명하는 에너지 낭비는 하지 않고, 내 방식대로 길게 가는 것. 그게 목적.     


그러므로 -     

"원래 말투가 그랬어?" -> 그런 날도 있고 아닌 날도 있고. 

"이 사람 꼬인 사람이네" -> 그렇게 보일 수도 있고. 

"실망했습니다" -> 뭐 당신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고. 인연이 여기까지인가 보죠. 좋은 하루 되세요. 멀리 안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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