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Jun 04. 2018

BBC 내니 이슈에 대해 나름의 정리

2017년 3월 12일

BBC 내니 이슈로 답답하셨던 분들께 다시 한번 부탁 

(부탁하고 여러 설명 받아서 정리됐어요!! 감사드립니다. :D 정리 내용은 글 아래에)     




자주 말했지만 소설 잘 못 읽고 영화도 잘 못 보는 1인인데 행간을 읽는 걸 잘 못해서 그런다. 분석 안 하면 모른다. 그래서 뭔가 내가 빠뜨린 거 있다 싶을 땐 집요하게 물어본다. 글로도 정리해보고, 댓글도 다 훑어본다. 이해 갈 때까지(...). 내가 이렇게 온갖 게시판을 십 년 넘게 들입다 팠다. 그래도 빵꾸 난 부분 있다.     


이번 BBC 내니 일이 그렇다. 아참, 내가 이해 간다는 말은 동의한다는 말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기제는 파악했다' 정도다. 그런 의미에서 왜 내니라고 부른 것이 그렇게 기분 나쁜지를 이해를 못했다. 내 반응을 제일 분석하기 쉬우니까 그것부터 하면 - 


-  나에게 내니는 비하적인 단어가 아니고, 고용인이라고 해서 고용주가 갑인 것도 아니고-  

-  확률적으로 단일 인종의 가족이 많으니까, 인종이 다르거나 나이차이가 많이 나면 내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봤고 

-  사실 내 주위에서 온갖 인종 세팅으로 엄마와 내니/오페어들을 보았고 

-  우리 집에서는 계속 입주한 분이 계셔서, 남편이 화상 통화 할 때 비쳤다면, 나이 차이가 있으니까 오페어로 볼 수 있었을 것이고, 집에서 같이 산다고 해서 꼭 가족이 아닐 가능성 높고 

-  그 외의 뉘앙스는 읽지 못했다     


하지만 불쾌감을 느낀 사람들은 곧바로 확 느꼈는데 난 이런저런 설명을 들어도 완벽하게 잡히지 않아서 이리저리 찾아봤다. (보충 설명 환영해요!)     

그러는 과정에서 몇 개 더 더해진 내용 - 


- '백인 교수' 옆에 있는 '허름한 차림의 아시아 여자'가 부인일 수는 없다, 고용인이다고 (인종차별적인) 생각해서 댓글 쓴 사람들     

-> 요건 내가 완전히 놓쳤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난 BBC에서 섭외한 사람이라고 뭐 대단한 전문가라고 생각 안했고 (영국 좀 살았다고 BBC 까기에 동참 ㅡㅡ?), 집에서 화상통화하면서 양복 차려입은 것도 좀 웃겼다. 어차피 영국이라면 인문계 대학 강사랑 내니 혹은 초등학교 선생님 수입만 보면 그리 차이 안 날듯. 이건 이공계로서 아카데미아에 별 조예나 관심이 없어서 더욱 더 '사회 계급의 차'로 안 봤을지도. 어쩌면 좀 더 차별적인 것 -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이라서 편하니까 섭외한 거겠지 생각? 그런 사람이 그래도 BBC와 얘기한다고 양복 입고 화상 통화하다가 애기들 난입한 건 나도 시간대 때문에 화상통화 하다가 자주 겪어서 그냥 웃겼다. 엄마가 얼른 들어와서 애들 데리고 나가는 게 동작이 너무 빨라서 놀라긴 했다. 난 그냥 애들 내 무릎에 앉혀놓고 인사시키고 계속하겠지만, BBC 생방은 또 다르겠지. 그런 의미에서 나는 두 사람간의 사회적 계급의 차이를 인종으로 결정해버리는 경향을 못 봤다. 계급이 있다고 생각조차를 안 했음. 주위에 좀 성격 특이한 이공계 애들이 부인은 선생님, 내니 등인 케이스를 꽤 봐서 더 그런지도.     


- '백인'이라는 뉘앙스가 다름     

-> 요것도 좀. 미국에서는 주류와 비주류라는 느낌이 확실한 것 같았다. 주류인 백인, 그리고 거기에 못 끼는 이민자 그런? 거기에 비해 런던은 주류라고 할 만한 영국인이 최소한 IT에는 그리 많지 않고, 내 보스도 인도인-중국인-중국인-인도인 뭐 이런 식. 백인이라고 해서 주류고, 다른 인종을 무시하고, 그런 것보다는 서로서로 사이좋게 다 무시. 인도계는 동구권 싫어서 브렉시트 투표하고, 중국계 중 한 명은 브렉시트를 해야 비 EU 이민이 쉬워진다고 브렉시트 투표하고, 영국인들 몇몇은 동구권 싫어하고, 사우스 켄징턴 사는 사람들은 프랑스인 욕하다가 러시아 이민자들 욕하고 뭐 등등. 그래서 '백인 교수와 아시아 여자'라고 할 때의 뉘앙스를 놓쳤다. 나에게 그 조합은 루마니아 + 중국일 수도 있고, 러시아 백인 남자 + 프랑스계 베트남인일 수도 있고 하니까, 그저 '자기와 다른 그룹은 차별하기 마련' 정도로 생각했다.     

-> 미국에서는 좀 더 '주류 백인'에 의한 차별이 있다는 지적은 자주 봐왔고, 그런 케이스도 자주 읽고 했지만 역시 본능적으로 와 닿는 정도는 아니었나 보다. '뭘 니네가 피부색 가지고 차별씩이나 -_-' 가 기본이고, 그런 이상한 애들 좀 있긴 하지만 보통 사람은 안 그러지 않나'라는 안일한 인식.     




'주류 백인'들이 '아시아계'를 쉽게 무시한다는 현상이 있고, 이번의 반응이 딱! 그 수준을 드러냈다는 것, 엄마라고 말해도 끝까지 내니 타령하면서 자기 합리화한다는 게 문제였는데 그걸 저는(주류 백인은 별로 없고, 백인이라는 것보다는 그저 국적이나 문화로 서로 무시하는 환경에 살다 보니) 놓친 것 같다가 지금까지 결론입니다.     

정리에 대한 조언 부탁드립니다! 답답하신 분들께 미리 사과드립니다 (...) 설명충은 설명을 먹고 삽니다.     




저 더 설명 받아서 이젠 이해 갔어요!!!     

한국에서, 같은 집에 사는 여자, 아이를 챙겨 나오는 여자가 엄마일 가능성은 엄청나게 높고, 내니일 가능성은 낮죠.     

그런데 '인종'이 다르다는 이유로, '갑을 관계'의 내니로 보고 (내니라는 단어 자체의 느낌도 좀 비하가 있고), 백인 남성을 섬기는 아시아계 여성...이라는 느낌이 와서 그렇군요. 엄마일 가능성이 훨씬 더 높은데 억지로 '내니'로 우기는 게 정말 인종차별적인 언사로 보이죠. 

    

그에 비해 저는 '같은 집에 산다고 해서 꼭 엄마일 가능성'이 그렇게 절대적으로 높지 않다고 생각한 거고요. 실제로 하우스 쉐어 자주 했고 런던에서 한 집에 여럿이 나눠 사는 거 흔하고, 지금도 계속 입주 분 계시고, 하루 종일 아이들을 맡아주시는 분들이 여러분 (여러 국적)이라서 다른 사람이 아이를 챙긴다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고, 당장 낮에도 제 아들을 돌보는 수많은 사람은 인종이 다른 오페어, 선생님, 방과 후 케어 센터, 베이비시터 등등 많으셔서 '엄마가 아닐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쳤고, 그래서 그걸 폄하 발언으로 안 봤고요. 그 외의 인종 간 뉘앙스는 놓쳐서 그렇게 반응이 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니라니! 인종차별!' 미스터리의 전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