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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0. 2018

양파의 걱정

2017년 3월 31일

저는 한국말로 강연 프레젠테이션 발표 이런 거 한 번도 안 해봤습니다. 그런데 어찌어찌하다 보니까 한국 가서 한꺼번에 한 여섯 개, 몇백 분 앞에 두고 말을 하게 됐습니다.     

망했다... 가 제 첫 생각이었는데 곧 망해버려랏... 으로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안 되죠. 사장님이 책 내주시느라고 고생했는데 그러면 안 되지. 그렇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이제는 업그레이드 된 버전입니다.     

망하면 어때 ㅡvㅡ     


쿨럭.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봤습니다. 테러 위협...은 없을 거 같고, 해봐야 제 사진 찍어서 메갈 돼지 굇수뇬 정도로 떠다닐까요? 아니면 일베에 합성 사진 뜰라나. 그래서 입장료를 받아야 됩니다! 성재기 씨 장례식에도 오백 원밖에 안 낸 애들이 설마 만 원 주고 강연 올리는 없잖아요.     


제가 한국말로 이런 거 안 해봤다, 안 이쁘다, 다이어트 실패했다 뭐 이렇게 아무리 약 쳐놔도 직접 보면 '어머 양파님 진짜 얼굴이 동글...' 할 거 다 알아요. 괜찮아 망하면 어때. 최소한 사기 셀카는 안 올렸으니 양심은 깨끗하...진 않구나. 어쨌든.     

애들 둘이 있고 신랑님까지 있으니 여차하면 얼굴 천재 아들로 교란시킨다는 작전...은 안 통할 거 같기도 하고.     

그다음으로 안 좋은 시나리오. 개그 했는데 아무도 안 웃음. 그다음. 개그 아닌데 다들 웃음.     

괜찮아. 망하면 어때. 망해도 안 죽어. 집에서 편하게 목욕하다가 미끄러져서 욕조에 머리 부딪히고 죽은 사람은 있어도 강연 망해서 죽은 사람은 없어. 아직까지는.     


내일 예약판매 시작됩니다. 제가요 책은 줄줄이 망해봐서 악평은 하나도 안 무서워요. 특히 이번 글은 페미니즘 주제인데 설마 일베발 악플보다 더 심한 평이 달리겠습니까. 누가 일베나 그 외 뫄뫄 커뮤 등에서 불태울 거 같다고도 하던데 아 뭐 돈 주고 산책이라면 쌩유베리마치. 탄 책은 환불 안 됩니다.     

강연이 문제지. ㅡ,.ㅡ     

괜찮아. 살다 보면 좀 거하게 망할 수도 있는 거지. 아무리 말 못해도 죽이기야 하겠어.     


ㅠㅠ     


헛소리 그만하고 저 자러 갈게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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