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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28. 2018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2017년 5월 11일

오페어 아가씨가 6월 말 정도에 그만둔다고 노티를 줬다. 아니 또?? 라고 생각하고 보니까, 작년 9월에 시작했으니 10개월 꽉 채우는 셈이다. 오페어 아가씨들은 보통 20대 초반에 공부하다 잠깐 쉬거나 일거리 찾는 중에 영어 공부 겸 오는 분들이라 오래 있을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풀타임 내니 님 모시려면 가정 경제 파탄이..     

어쨌든. 새로 오페어 아가씨를 구해야 한다. 따지고 보면 아주 많은 일은 아니다. 일주일에 20시간 정도 일하는데, 아침에 애들 깨워서 옷 입히고 시리얼 주고 학교/유치원 보내고 (학교 걸어서 3분), 저녁 5시 반, 6시 정도에 픽업해서 일주일에 세 번 저녁 먹인다. 목욕도 일주일에 세 번. 낮에 공동 구역 정리하고 아이들 빨래도 맡아준다. 주말은 완전히 쉰다.     


하지만 이걸 내가 일하면서 같이 하려면 정상 직장은 불가능하다. 아침은 내가 하고 저녁은 신랑이 하거나 뭐 그런 식으로 할 수는 있겠으나 쉽지는 않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 빨래, 우리 청소, 집안 청소, 주말 육아와 살림, 주중에 장보고 저녁 두 번 등등은 우리 부부가 해야 한다. 밤에 애가 아파서 깨는 것도 당연히 부모 담당.     

오늘 아침에 새 오페어 아가씨 구한다고 여기저기 둘러보던 중에 유치원에서 전화가 왔다. 만두냥 열이 난다고 데리고 가란다.     


아침저녁 통학만 봐주는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가 집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언제 아플지 모른다. 그리고 아프면 며칠 간다. 오늘은 오페어 아가씨 연락이 안 되서 남편이 조퇴했다. 오페어 분에게 늘 스탠바이 하라고는 못하고, 혹시 집에 있으면 데리고 오면 좋다는 거라서 싫은 소리는 못 한다.     


나도 전업주부 파트너가 있다면 - 오페어 구하고 트레이닝 등등을 분기별로 신경 안 써도 되고, 유치원에서 전화 올 때마다 벌벌 떨지 않아도 되고, 다음 주에 애들 데리고 가야 하는 병원 약속만 세 군데인데 그때마다 조퇴하지 않아도 되고, 새벽에 깨서 한두 시간 봐주고 아침에 또 출근하지 않아도 되고, 냉장고에 뭐가 떨어졌는지 휴지 기저귀 세제 해열제 아직 있는지 머릿속으로 체크 안 해도 되고... 집안일 도맡아서 관리하는 파트너가 있다면, 그리고 난 퇴근해서 파트너가 시키는 일만 하면 된다면 이 모든 스트레스가 확 줄어들 텐데. 나도 아내가 있다면. '집에서 노는' 아내 말이지(노는?? 욕 나온다!!).  

   

늘 말했듯이 나 정도면 정말 편하게 애 키우는 거라 어디 가서 힘들다 말도 못한다. 오페어 아가씨가 있을 빈방이 있고, 그렇게 같이 생활할 오페어 아가씨들이 런던이라 많고, 입주 내니는 불가능해도 그 정도는 감당할 경제적 여력이 되고, 출퇴근 시간 조절 가능하고, 남편 역시 재택, 조퇴 그럭저럭 쉬운 직장이고, 주말에는 일 안 해도 된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하아.     




문재인 대통령님 당선을 축하드립니다.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정말 많은 변화가 직접적으로 느껴져서 반갑고 뉴스 보는 게 즐겁습니다.     


육아 살림 정말 쉽지 않습니다. 대통령님이 진정 페미니스트인지는, 최소한 저에게는 전혀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성들을 위한 여러 가지 공약하셔서 많이 감사했습니다. 민주당에서도 여성들 위한 정책 많이 발의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제 힘 있는 자리에 가셨으니 열심히 힘 써주시리라 믿고 응원하겠습니다.     


(직장이 멀다는 핑계로 남편 조퇴 시켜놓고 점심시간에 글 쓴 양파 냐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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