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6일
상당히 오래 전 일이다.
평소에 글을 좋아했던 분인데 챗방에서 만났다.
이상해. 뭔가 이상해. 그 사람이 아닌 것 같아. 느낌이 달라.
물론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똑같은 느낌 받을 수 있는 거 안다. 깬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너 왜 그러냐 물어볼 수 있는 친한 사이 아니라서 그냥 거리만 두고 넘어갔다.
이상한 사람이라는 잣대는 쉽게 쓰지 않는 편이다. 나 자신이 그리 평범하지도 않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이상하게' 충분히 보일 수있다고 봐서 그렇다. (이상하다는 소리 자주 듣는 양파)
그래서 보통은 어? 이상하다 싶어도 네댓 번까지는 그냥 간다. 내 판단 미스일 수 있고, 첫인상 미스매치도 종종 있고, 나랑 성격 궁합이 안 맞아서 좀삐꺽할 수 있고, 그 사람이 안 좋은 날일 수 있고, 등등 다수.
그런데 그 숫자를 넘으면, 아 뭐 스트레스받아서까지 상대하냐. 관두자.. 로 가는데, 문제는 나이 들어서도 그럭저럭 관대한 편이고 내 쪽의 실수는 최소한으로 줄이려고 하다 보니까...
호구로 보는 사람도 있다.
미친짓 살짝 해봄 -> 양파 별 반응 없음 -> 좀 더 강도를 높여봄 -> 그래도 양파는 지 잘못이라고 생각함 -> 오호라 호구일세 본격적으로 찔러보자 -> 그래도 무반응. 좋게 좋게 넘어가려고 함 -> 아싸 호구 찾았다 달려보자 -> 끊어버림
여기에서 내가 끊어버릴 때는 순전히 내 쪽에서 이기적으로 결정한다. 난 처음부터 이 사람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내가 통제가 불가능한 부분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마지막에도 그 사람에게서 원하는 반응 받기를 포기하고, 내 행동에 대해서 이 사람이 뭐라 할지는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끊은 건데 뭘. 그 사람에게 어느 정도 연민이 있다면 설명이라도 하겠지만, 어차피 사람 인연 그리 대단하지 않은 사이면 말 한마디로도 어긋나고, 충고랍시고 오해랍시고 풀고 자시고 하는 것보다 그냥 지나가는 게 낫더라.
그 사람이 날 호구 취급하는 동안 당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내 쪽에서 언제나 끊을 수 있었으나 확실하지 않으니 받아들여보자 생각했건 거니까 그건 내 책임. 그리고 사실 세상에는 정상적인 사람이 대부분이다. 아니, 사회의 압력에 의해 정상적으로 보이려는 노력을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나이 들면 들수록 사람 패턴에 좀 더 익숙해지지만, 그만큼이나 또 예외도 더 만난다. 그래서 판단 내리기는 조심스럽지만, 끊고 나서 미련 가지거나, 이 사람 인간 만들겠다고 논쟁 벌이는 것도 의미 없더라.
편하게 편하게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