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12일
어제오늘 오페어 아가씨 인터뷰 잡으면서 문득 생각난 것. 얼마 전 BBC 켈리 교수 인터뷰의 내니 사건에서, 부인을 내니로 생각한 이들은 인종차별주의자인가 하는 이슈가 있었다. 나는 아주 비슷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이란 생각 들지 않았었다. 이 때문에 해명 글도 올리고 설명도 부탁해서 듣고 했었는데 -
오페어 구한다는 광고 올리고 24시간 이내에 약 80개에 가까운 신청 메일을 받았다(여름방학 전이라 신청인 엄청 많을 때다).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3국이 약 60%. 그다음은 독일, 스웨덴, 체코, 폴란드 등등. 대다수가 17~19세의 학생들로 여름 두세 달을 영국에 와서 영어 배우고 여행도 하려는 어린 학생들이다. 아주 간간히 유럽 바깥 친구들도 있다. 러시아와 남미가 주로 많은 것 같고 남아공 호주 미국 캐나다도 보인다.
인종 얘기 별 의미 없다만 (프랑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흑인/무슬림계 등등) 꼭 따지자면 90% 가 훌쩍 넘게 백인이다(심한 인종차별주의자라면 이태리, 스페인은 백인...은 아니다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번에는 조금 세심하게 보니 흑인이나 무슬림들은 프로파일 사진을 잘 올리지 않는다. 다른 사이트에 보면 유색인종 내니/베이비시터들은 좀 더 적극적이고 시급도 약간 낮다. 에어 비앤비도 그렇고 어디 가나 유색인종 차별은 확실히 있다.
내니를 구한다면 아마도 영국 내국인이겠고, 이 경우에도 백인이 많다. 무슬림 여성들에 대한 편견이 심해서이기도 하겠지.
어쨌든. 사람들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혹시나 해서 미국의 유색인종 내니를 찾아봤더니 뉴욕의 기자가 쓴 글이 뜬다. 일부러 유색인종 내니를 찾는 백인 부부들은 훨씬 더 하인처럼 막 대한다고. 놀이터에 가도 보면 유색인종 내니들이 금발 아이들을 돌봐주는 모습이 자주 보이고, 전직 내니의 딸로서 마음이 많이 아프다고 한다. 이걸 머리로는 알아도, 난 당장 내가 겪는 환경에서는 아이 돌봐주는 오페어들은 젊은 유럽 백인들이 대부분이었고 내니도 영국 백인이 많으니 이걸 본능적으로 인종차별로 결부 못 시킨 것. 공감 능력의 실패.
여성문제도 이와 비슷할까 생각한다. 읽어서 알고 들어서 알고 심각하다는 데에도 동의하지만,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본능적으로 확 와 닿지 않는 사람은 아무래도 매일같이 당하는 사람에게 비교할 수 없겠지. 나도 뉴욕에서 아이를 키웠다면, 그리고 피부 하얀 아이들을 돌보는 유색인종 내니들을 보고 그들이 어떤 험한 취급을 당하는지를 더 겪었더라면 반응이 많이 달랐을 거라 생각한다.
결론.
아무리 설명 듣고 해도 직접 겪는 것보다는 못합니다. 공감 능력도 개인차 있고 환경의 차도 큰 데, 다 내 마음 같을 수 없지만 그래도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고 배우면서 조금이라도 나아집니다.
덧.
좋은 분과 오늘 저녁 인터뷰 잡았음. 잘 되기를 흑. 교육학 석사까지 하신 스페인 분인데 어학연수 겸 해서 와 계시다고. 잘 보여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