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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1. 2018

아래 체크리스트 보고 별 헛소리가 다 나와서 ㅋㅋ

2017년 5월 14일

그 리스트는 이게 정말 하기 힘든 건데... 리스트가 아니다. 제대로 시동도 안 걸었다. 독자분들 고려해서 최대한 짧게, 그리고 여러 가지 가정환경과 상황이 있을 테니 공통분모만 찾자 해서 만든 게 저거고, 아이 나이에 따라서 또 엄청 많이 달라진다. (그리고 시댁 친정일, 경조사는 하나도 안 넣었...)     


아이 분유 종류, 가격, 몇 개월에 몇 번 통 사야 하는지를 애 엄마는 모를 리가 없다. 아이가 바깥에 나갈 때 무엇을 챙겨야 할지 역시. 젖 먹는 아이라면 한 번에 얼마 정도 먹는지, 하루에 얼마 먹는 게 정상인지, 몇 시간마다 먹여야 하는지, 모유 유축기는 얼마 정도 하는지, 유축 몇 분해야 하고 유축한 우유는 어떻게 저장해야 하고 어떻게 해동해야 하는지 유축하는 엄마로서는 모를 수가 없다. 

그런데 또 그 시절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다른 걱정이 생긴다. 보행기를 사야 할까? 아이 발달에 좋은가 안 좋은가? 어느 회사 것이 좋은가? 아기띠는 아이에게 좋은가 안 좋은가? 아이 목욕제품은? 어린아이들 머리 위에 노랗게 딱지 앉는 것은 떼야 하나 그냥 둬야 하나? 아이가 빨리 안 뒤집으면 그건 문제 있는 건가? 아이가 울면 무조건 안아서 달래야 하나? 아이가 열이 나면 우선 해열제부터 주고 볼까 아니면 의사한테 먼저 가볼까? 이유식에 절대로 넣지 말아야 하는 재료는? 유아용 교육 브랜드는 뭐가 있고 뭐가 좋다고 소문났는가? ... 정도가 첫돌까지.     


지금 3돌, 6돌 된 아이 둘 엄마로서 아는 건 또 다르다. 난 벌써 큰애 학군 걱정하고 있다. 지금 Year 3인데, 웬만한 집들은 year 4면 과외 시작한단다. 고등학교 좋은 곳에 들어가는 시험을 11살에 치는데 우리 아들은 이제 곧 7살 되니까 내년 8/9세부터 준비 시작하는 애들과 경쟁한다는 말이다. 근처의 좋은 Grammar 스쿨 괜찮은 곳 이름 웬만한 거 다 꿰고 있고 경쟁률이랑 입학 규정까지 안다. 난 극성 부모에 끼지도 않는데도 그렇다. 아이 과외 활동 뭐가 있는지 알아보고, 선생님 구하고, 시간 정해서 오는 날에 오페어 아가씨와 조절하고, 입금하고, 정말 징그럽게도 자주 돌아오는 1주일짜리 짧은 방학 하프텀에 어디 보낼지 계속 알아보고 예악하고 입금하고.     

하루아침에 이런 건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된다. 유치원에서 아이가 온도가 몇 도면 전화하고 퇴원시키는지, 그리고 그렇게 한 번 퇴원 되면 며칠 동안 못 돌아가는지 난 안다. 알 수밖에 없다. 일하는 게 전화 와서 얘 데리고 가라고 하는 게 흔하니까. 그러다 보니 규정집 달달 외우게 되고, 진짜 정말 38.5도라고?? 지금 당장 오라고?? 하게 되니까. 그리고 아무리 남편한테 전화하라 그래도 꼭 나한테 오니까. 예방 접종 이런 것도, 나 참 기억력 없는데도 기억 안 할 수가 없다. 가야 하니까. 그리고 받고 나면 아프기도 하니까.

     

아이가 작년 겨울에 어떤 코트를 주로 입었는지 모르고 어디에 뒀는지 모른다면, 그 옷을 사지도 않았을 거다. 옷 하나 사는 게 그냥 카드 띡 긁고 끝나는 게 아니라 뭐가 부족한지 알아서 시간 내서 가게 나가서(혹은 인터넷 뒤져서) 재질 뭔지 가격 대비 어떤지 애들 친구들은 뭐 입고 다니는지 지금 있는 옷이랑 겹치는 건 아닌지 조금이라도 따져서 해야 한다. 그리고 애들 옷장과 신발장엔 그렇게 아주 조금이라도 생각해서 산 물건들이 한 가득이다. 그거 일이다. 귀찮지만 계절마다 계속해야 하는 일이다. 누구는 즐겁게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일이다. 기억하는 것도 일이고 알아보는 것도 일이고 택배 받는 것도 일이고 받아서 포장 버리는 것도 일. 

주방에 있는 아이템 하나하나 누가 다 생각해서 샀을 거다. 간단할 수도 있지. 하지만 어쨌든 장을 보러 가서 샀고, 요리도 누가 재료 다듬어서 만들었다. 빨래에는 발이 없으므로 직접 해야 하고 꺼내야 하고 개야 하고 다시 정리해서 넣어야 한다. 이걸 또 무한정 반복해야 한다. 일주일에 빨래 한 번만 돌리면 뭐 그깟것 할 수 있는데, 하루에 한 번씩 돌려야 하게 되면 좀 달라진다.

     

쓰레기통 얘기가 많던데 이건 내가 깔끔해서가 절대 아니다. 나 상당히 더럽게 사는 여자다. 하지만 애들이 자기 먹기 싫은 거 몰래 쓰레기통에 버리기도 하고, 나도 요리를 훨씬 더 많이 하다 보니 봉지에 구멍이 나거나 하면 음식이 아래로 샌다 (한국에는 음식물 찌꺼기를 따로 버린다니 이게 덜 할 수도 있겠다). 몇 주 지나면 냄새난다. 뚜껑에 음식이 눌어붙어 있다. 안 닦을 수가 없다. 이불 역시, 내가 깔끔 떠느라 빠는 것보다, 애가 토했는데 그럼 안 빨 건가? 오줌 쌌는데 안 빨 건가? 음식을 비벼놨는데... (울기 시작하는 양파)    

 

결론. 

저거 다 알면 훌륭해요 짝짝 아니거든요. 분노에 넘쳐서 아이템 100개 리스트 만들면 가독성 떨어지니 최소한으로 줄이고, 아이들 나잇대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고 해서 아주 정말 기본적인 것만 짧게 모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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