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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2. 2018

젊은 남자들의 강간, 여혐

2017년 5월 21일


남아공의 엄청나게 높은 범죄율과 그만큼이나 쇼킹하게 낮은 검거율은 곧 범죄자도 많고, 그런 범죄자들은 웬만하면 잡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아주 독특하게도 범죄 자백을 받아내기도 쉽고 범죄 저지른 사실을 그리 대단하게 생각 안 하는 이들도 많다. 아무래도 백인들보다는 흑인들 사회 얘기지만 어쨌든(덧1 아래 참조). 

강간당해서 경찰서에 갔는데 경찰관이 강간범이 누군지 아냐 물어보고, 면식범은 아니라고 대답하니까 "너도 모르는데 내가 어찌 잡냐" 대답했다는 도시 전설이, 슬프게도 진실에서 그리 멀지는 않다. 이런 나라라 "너 강간 해 봤냐" 물으면 의외로 순순하게 "응 해봤어"라 답하는 이들이 많아서(...) 왜 했는지, 몇 번 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물어본 인터뷰 기사가 떴다. 이렇게 강간범들이 솔직하고 진솔하게(...) 고백하는 케이스도 잘 없을 듯한데 어쨌든.     


왜 강간했냐는 질문의 대답이 거의가 "섹스 하고 싶은데 여자가 없어서", "마침 기회가 돼서", "좋아하는데 나를 안 좋아해줘서" 등등의 대답이 나온다. 아주 단순하다. 섹스는 하고 싶은데 좋아하는 여자가 날 안 좋아하거나, 어쩌다 보니 기회가 됐거나, 안 잡힐 것 같아서이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건 강간범들의 고백이 아니라 나는 강간 안 했다는 이들의 대답이다. "강간은 옳지 않은 것"이라 답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나 "진정한 남자는 비겁하게 강간을 하지 않는다" 혹은 "강간당하는 여자들은 좀 행실을 그렇게 하고 다닌다"라는 식의, 맨박스 혹은 여혐 발언이 많았다. 강간범이야 말할 것 없이 여성을 그저 성적 상대로 본 놈들이지만, 비강간범도 그리 다르지는 않았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남자들은 다 여혐이다 이런 말이 아니라, 강간범들이 활개 치고 다니는 사회는 기본적으로 여성을 향한 시선이 어떤가를 쉽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실제로 여기서 여성들을 인터뷰한다면 '여자가 조심하고 다니고 남자들한테 여지를 주지 말아야지'라는 식의 여혐 발언이 쏟아져 나올 거라 본다(기사 본문 여기 [1]).    




얼마 전에 '주거침입강간죄 혐의를 받고 있어요 ㅠㅠ'란 글을 봤다. 여친과 싸웠는데 먼저 화해하려고 여친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귀엽게 자고 있길래 관계를 가졌다, 그런데 여친은 주거침입강간죄로 신고하겠다고 하네요 어쩌죠.. 란 내용이었다. 네이버에서 주거침입강간으로 검색하면 이런 글이 심심찮게 나온다고 한다. 남아공만큼 강간에 대한 개념 상실은 아니지만, 원하지 않는 관계는 강간이라는 것, 사귀는 사이에서도 강간이 성립된다는 개념이 없는 거다. 그러니 저렇게 해맑게 상담글도 올리지(...). (관련 트윗 [2])     



     

내 페이지 구독자 중 1/3이 남자다. 연령대로 보면 18~24세 여성이 32% 로 제일 높고, 그 다음이 25~34세 여성 23%. 그 다음이 25~34세 남자 13%, 네 번째가 35~44세 남자이다. 35~44세 그룹은 남자가 여자보다 아주 조금 높다. 이 중에서 제일 낮은 퍼센티지는 18~24세 남성이다. 그냥 내 페이지 하나로만 보면, 페미니즘 이슈에 제일 관심 있는 인구는 10대 후반에서 20대 후반까지의 젊은 여성이고, 제일 관심 없는 인구는 18~24세 남성이다.     

최근에 본 블로그 글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거의 모든 연령층의 남녀가 성평등 촉진에 정부가 역할이 있다고 보는데, 그 비율이 제일 낮은 인구가 20대 남성이다. 30대 여성과 20대 남성의 격차는 무려 24.8%포인트. 고연령층에서도 성평등 문제는 정부가 좀 나서야 한다 인식하고 있는데 20대 남성만 제외다(블로그 글 여기 [3]). 한국 10대 남학생들의 여혐에 대한 이야기도 몇몇 들었는데, 30대 이상의 남자들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여성 성상품화 및 여혐 행태를 보인다. 이건 왜 그럴까? 실제로 10~20년 전 대학교보다 요즘의 남자 대학생들의 여혐이 훨씬 더 심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었다. 나의 제한된 경험으로도 그렇다. 어쩌면 내가 접하는 한국 남성들은 거의가 IT 쪽에 종사하는 사무직이라 그런지 모르겠으나, 성차별스러운 발언은 좀 할지언정 10대 고등학생, 20대 대학생들이 보이는 격렬한 여혐은, 최소한 겉으로는 표시 나지 않을 정도로 숨기는 사회화는 된 사람들이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한국의 젊은 남학생들의 문화는 왜 치안뿐만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그냥 폭망한 아프리카 수준에 도전하는 거지? 아직 취업 문제도 겪지 않았고 부양 문제도 없고, 군대야 수십 년 전부터 계속 가던 거고 한데. 물론 해외에도 여혐러는 있지만 소수의 포켓이지, 그 나이 또래 집단 전체의 문화까지는 아닌데, 한국이 그렇다. 정말 여아 낙태로 인한 성비 불균형 때문일까? 아니면 포르노? 한국보다 포르노에 훨씬 더 노출되는 나라 아이들도 이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10대 남학생들이 도대체 왜 김치녀, 맘충을 논하는지, 여성을 성상대로만 보는 시선에 쩔어있는지 거 참.     

그런데 이들이 나이가 들면 어떻게 될까? 이 여혐 문화에 찌든 이들은, 페미니즘에 제일 관심이 많은 20대 여성들과 어떻게 행복하게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할 수 있을까.     




남아공 강간 리포트는 정말 일독 권합니다. 남성의 성욕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강간에 대한 처벌이 없다시피 한 사회는 어떻게 되는지 아주 잘 보여줍니다. 왜 여자에게 조심하라는 말이 의미가 없는지, 남자 아이들에게 강간하지 말라 가르쳐야 하는지 깨닫게 됩니다. 



    

[1] 대박 소오름 남아공 강간범들 인터뷰

http://news.sky.com/story/shocking-attitudes-to-rape-in-south-africa-10433820


[2] 주거침입강간죄래요 힝

https://www.facebook.com/misogynyinkorea/photos/a.1109901752452443.1073741828.1109458042496814/1252949738147643/?type=1&theater


[3] 20대 젊은 남성들의 인식

 http://sovidence.tistory.com/900     


덧 

(1) 지적이 있어 더하자면 - 내가 지금까지 말해온 남아공에 고졸 유부녀로 살아온 경험은 주로 백인으로 이루어진 성장 환경과 노동환경이었다. 그러므로 '엥? 니가 살긴 좋았다며? 차별 안 받았다며??' 묻는다면, 역사적인 차별과 착취로 완벽하게 다른 두 사회가 공존해왔고, 여기서 말하는 환경은 착취당한 쪽이라 답한다는 게 저렇게 좀 볼썽 사납게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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