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일
아마 이것 역시 주변의 가치관에 영향받은 탓일 테지만 나는 부부 생활에서 섹스는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성관계를 무기로 휘두르는 행동은 관계 파탄의 지름길이라고 본다.
개개인이 원하는 사랑의 표현은 여러 가지가 있다는데 좀 오글거리지만 그래도 참고할 만한 웹사이트에서는 (http://www.5lovelanguages.com/) 사랑의 말, 나를 위해 해주는 행동, 나를 위한 선물, 같이 보내는 시간, 신체적인 접촉으로 나누더라. 나는 선물 주고받는 거 귀찮고 싫지만 내 파트너가 작은 선물을 좋아한다면, 내가 조금 더 배려해서 챙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수다 떠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내 파트너가 좋아한다면 나도 그렇게 사랑 표현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체적 접촉도 그렇다.
아내가 도란도란 얘기하는 거 좋아하나 "난 쓸데없는 수다 싫어"라면서 전혀 말 안 하는 남편, "난 생일 선물 같은 거 정말 바보 같다고 생각해"라면서 아무런 선물도 절대 안 챙기는 사람이 별로 듯이, 어차피 두 사람이 같이 있으면서 서로서로 조금씩 맞춰가는 건데 신체적 접촉을 주로 사랑의 표현으로 느끼는 이를 비하할 필요 없고, 선물 받고 싶거나 챙김 받고 싶은 걸 의존적이다 욕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다른 방법으로 드는데 뭐 어쩌겠소. 사랑하면 서로서로 좀 배려하면서 사는 거지.
그리고 난 한참 전 얘기지만 성매매도 찬성이었다. 두 성인이 만나서 합의하고 한다는데 내가 뭐라 할 수 있나..라는 입장이 기본이었고, 두 부부가 서로 합의한다면 서로 맞바람을 피든 쓰리섬을 하든 내 알 바 아니다...라고도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건 좀 비정규직 얘기와 비슷한데, 학교 다니는 학생은 풀타임 정규직보다 일주일에 몇 시간씩 일하는 비정규직이 훨 편할 수 있으니 비정규직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기는 것과 비슷함을 점점 깨닫게 되었다. '학생 알바 시나리오'는 극소수의, 쌍방에게 도움이 되는 케이스고 국가적인 비정규직 문제를 절대 대표할 수 없어서이다.
두 부부가 합의했다고 한다. 그것은 진정 합의인가? 남편이 부인에게 난 네가 성적으로 매력이 없으니 살 뺄 거 아니면 성매매 하겠다..라고 하면? 합법적인 성매매 시장은 과연 1:1 동등한 관계에서의 합의인가? 동의해주지 않은 이는 불이익을 겪지 않는다 장담할 수 있는가? 그 수많은 성노동자 여성들이 정말 정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가? 키스방 강간률 보면 절대 아니던데. 그리고 성은 어디서나 살 수 있다는 인식은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좀 더 미시적인 상황으로 돌아와서, 어린 아이를 양육하느라 전적으로 남편에게 금전적으로 의지하는 아내는, 남편이 피임을 거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육아와 가사로 지친 아내에게 관계를 요구하고, 그에 응하지 않았다고 금전적인 복수를 하는 남편은? 외도를 정당화 하는 남편은? '섹스 걱정 안 하려고 결혼했는데 너 지금 나보고 밖에서 풀라는 거냐 뭐냐'고 협박하는 남편은?
남자만 탓한다 싶은데, 해외 여성 사이트에서 자주 보는 상황이지만 성을 무기로 하는 여성도 많다. 네가 내 마음에 들지 않게 행동했으니 나는 네가 빌 때까지 상대해주지 않겠다...도 흔하다. 이런 행동으로 부인은 남편을 '섹스를 위해서 비굴해지는 동물'로 전락시킨다.
아래 글에서 정말 '와 이거 사람 아니네' 싶었던 부분, '섹스 걱정 안 하려고 결혼하지'는 - 결혼이란 걸, 아니 다른 한 사람과 평생 삶을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단지 '내 성욕 해결이 쉬워지니까'로 대치했다는 천박함이었다. 같이 사랑하자도 아니고, 완전한 일방통행이다. 나는 성욕 해소 고민이 귀찮고, 결혼함으로서 너한테 풀면 되니까 너는 그 상대이다 그런 시각.
원래 논지로 돌아가서. 사람이 사랑을 느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상대방이 신체적인 접촉에서 더 사랑을 느낀다면 배려 해줄 수도 있지라는 식의 글을 올렸다가 완전히 충격 먹고 사과문 장황하게 올렸던 이유가 -
https://www.facebook.com/bamboosmwu/posts/980828638681018
해외 여성지의 '오르가즘 이루는 법 열다섯 개' 등등의 기사에 익숙해진 이들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이것이 그리 드문 이야기가 아니며, 부부관계에서는 이보다도 더 심한 성적인 착취와 여자 후려치기가 이뤄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대략 절망했음. 그 이후에 성매매 업계에 대헤서도 좀 더 알게 되면서 성매매 반대로 돌아서기도 했다.
이론적으로, 아주 기본적으로 말하자면 부부 생활에서 섹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서 '부부 생활이 중요하다'라는 말은, 부부 둘을 칭하는 말인가 아니면 '남자의 성욕을 풀어주는 것은 여자의 도리다'라는 뜻인가? 이거 확실히 하지 않고서는 동문서답의 논의만 계속될 듯.
성매매에 대한 글 많이 도움이 되었어서 여기에도 링크:
성매매, 수요에 집중하다
https://www.facebook.com/curbdemand/posts/1705714353011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