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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2. 2018

어딜 가나 엄마들은 참 힘들다

2017년 6월 8일

이전에 '김치 맘충 부인을 변호사인 나님이 물리쳐준다 그니까 돈뭉치 가지고 나한테 와' 글 썼던 분이 자기는 여성혐오성 글 쓴 거 아니라고, 전업주부 입장에서도 글 쓸 거라고 하더니 글 올라왔다. 읽었다.     


너 역시 그럴 줄 알았어 ㅋㅋㅋ     

주구장창 길게 썼지만 내용은 간단하다.     


- 부인 너님은 어차피 망했음. 약자임. 

- 남자들은 똑똑해서 현실감각 없고 맹한 당신이 당하기엔 부족할 거임. 

- 남자의 직장을 공격해야 함.     


어떻게 이렇게 하나하나 다 빻았는지, 참 이렇게 종합적으로 빻기도 쉽지 않은데. 어쨌든 


1) 전업주부 의뢰인을 위해서 일해 본 적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돈 많은 친정이 있는 부인이었고 

2) 기본적으로 남자가 더 똑똑하고 여자는 맹하다는 개념이 여전히 박혀있으며 

3) 전 글에서는 김치 맘충 여자 패자 얼씨구야 하며 넘치던 흥이 어째 남자 얘기 할 땐 없어졌고 

4) 이전 글에는 한 문단 건너 '그러므로 변호사 나님을 찾아오세요!' 홍보 하더니 이번에는 넣지도 않은 건 알겠다. 오지 말란 말이지.     


1) 번을 어떻게 아냐 하면, 남자 괴롭히는 방법이라고 내놓은 게 결국은 집에서 쫓아내는 거랑 직장 괴롭히는 거 밖에 없거든. 여성 사이트에서 올라오는 사연 중에 제일 가슴 먹먹하게 하는 것이 온갖 학대를 겪으면서도 경제적으로 묶여서, 남편이 감옥에 가면 당장 먹고 살 수가 없어서 참고 사는 여자들이다. 그런데 남자의 직장을 공격하라고? 요즘같이 취업 힘든 세상에서, 양육비 소스를 직접 공격하라고? 그래서 남편 직장 잘리면 누가 이득인데? '무조건 망신주고 들들 볶아서 잘리게 해!!' 이건 친정이 넉넉하거나 여자가 직장이 콘크리트 레벨로 탄탄할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게다가 남편이 이혼 이야기를 꺼내고 가출했다가 다시 들어오면 받아들여주는 아내가, 머리가 모자라서, 현실을 파악 못 해서 그런다고 넘겨짚고 헛다리 조언하는데.    

그 방법밖에 없는 여자도 있다. 일이 있는 여자라도 사실 그리 다르진 않다. 남편이 바람을 핀다 하면 부르르 떨며 당장 이혼장 내미는 거, 애 없을 땐 가능할지 모르겠다. 애 없을 땐 나도 뭘 그리 구질구질하게 붙잡고 사냐, 더러운데 이혼해주지 했었다. 하지만 나 역시 당장 내일 남편이 이혼장 내민다면 곧바로 전면투쟁에 나서기보다는 우선은 매달릴 거 확신한다. 잃을 게 없으면 겁도 없고, 잃을 게 생기면 사람이 구질구질해진다. 하지만 내가 조금 비참하고 구질구질해서 내 새끼 지킨다면 백번이라도 그렇게 한다. 잃을 게 없는 사람은 그런 나를 보고 한심하게 볼지 몰라도, 내 인생에 도움 안 되는 이들의 시선에 상처받는 것보다 내 인생 내 새끼들 건사하는 게 백배 더 중요하다.     

이걸 알고 이용하는 개새끼들 있다. 애들 위해서라면 정말 많이 참는 거 알고, 당장 밀어내면 곤란해지는 거 알고 그걸 최대한 저에게 유리하게 하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다. 직장 잃으면 안 되는 거 알고 마구 갈구는 상사도 널렸지 않은가. 당신 같으면 상관이 조금 싫은 소리 하면서 해고할 기색 보이면 당장 고소할 준비부터 하는가?     

이전 글에서는 '니가 깝쳐봤자 약자야, 돈 줄 끊으면 뒤질 것이'였고 이번 글에서는 '쯧쯧 너 약자구나 남자는 니가 쉽게 못 이겨' 이니 뭐 대강 일관성은 있다. 다른 점이라면 이전 글은 '앗싸 내가 이렇게 찰지게 패줬음 여러분도 패고 싶으면 나한테 돈 주고 부탁하셈' 이었다면 이번 글은 '흠흠 남자들이 똑똑해서 쉽지 않은 게임이니까 (아무말 훈수) 하시면 됩니다. 큰 기대 하지 마시고, 저한테 연락도 하지 마세요' 정도.     

에잇 지지. 눈 버렸다. 세수해야지.     


+ 얼마 전에 유방암 연구에 엄청난 기여를 한 미국의 교수의 이야기를 들었다. 번역해주신 분이 있어서 올린다. 어딜 가나 참 엄마들은 힘들게 산다.     


https://www.facebook.com/changhee.lee.357/posts/10211725944078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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