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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2. 2018

원더우먼 감상 소감

2017년 6월 8일

시차적응 완전 실패로 그 날 새벽 두시 반에 깼던 터라 저녁 되니까 몽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자고 끝까지 봤으니 재밌었다는 말!     

원더우먼이 과연 페미니즘 영화인가 아닌가로만 판단하자면 -     


페미니즘 영화로 볼 수 있는 요소 


- 어쨌든 여성 원톱 슈퍼 히어로 블록버스터 영화에 여성 감독. 내 진짜 2017년에 이런 거 가지고 우와우와 하는 거 참 서글프다만 뭐 어쨌든. 

- 갤 가돗 당연히 섹시하고 이쁘지만 관음적인 카메라 시선이 훨씬 적다. 카메라 샷 중에서 어깨 엄청 넓어 보이고 다리가 늘씬하기보다는 강인해 보이는 샷, 정말 여신 같은 각도가 많아서 좋았다. 여리여리하게 보이는, 얇은 어깨와 하늘거리는 허리 강조가 아닌 그 미묘한 차이. 카메라 시선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확실히 보일 거라 믿는다. 

- 아마존 전사들의 전쟁신 정말 좋았다. 원더우먼 한 명 말고 다른 강한 전사 여자들도 (초반부만이지만) 많이 나와서 급 행복. 다양한 연령과 (조금은 덜 다양한 인종의) 강한 여성들이 이렇게 당당하고도 아름답게 나오는 다른 영화가 있었나 생각해 봐도 여왕 등등의 왕족 세팅 빼고는 잘 모르겠다. 그룹샷은 확실히 기억 안 난다. 가냘픈 미모, 화려한 미모, 섹시/청순한 미모 등등은 신물 나게 많이 보이지만 팜므파탈의 섹시함/공주스러움/ 보호본능 불러일으킴 전혀 없는 강인함, 그러면서 강인함을 무식하게 힘만 센 캐리커처로 만들지 않은 시나리오는 흔하지 않다. 

- 여기서 꼰대 나이 뽀록나는데 - 내 세대의 사람들 중에서 프린세스 브라이드는 컬트 영화다. 여기서 나왔던 프린세스 버터컵이 제네럴 안티오페가 되었음 ㅠ.ㅠ 아 정말 감개무량. 오래 살다 보니 이렇게 변하는구나. 

- 남자들의 팀에서 홍일점이긴 하나 '예쁜 악세사리'는 절대로 아니다. 남자 캐릭터들이 꼭 필요한 세팅도 아니었다. 

- 자신이 믿어온 가치관에 대해서 남주와 부딪히는 부분에서 맨스플레인 혹은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남자가 가르친다는 세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 현존하는 남주 중심의 서사를 뒤집어서 우리가 늘 접하는 클리셰가 어떤지 보여준다. 이건 좀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더 갈 수 있었는데. 자세한 내용은 아래에. 

    

좀 아닌 듯한 점 


- 크리스 파인 역을 보자. 남자 히어로에서 보조 여성 캐릭에게 이 정도로 중요도를 주고 제대로 된 캐릭으로 만드는 거 잘 본 적 없다. 본드 걸/ 스파이더맨의 MJ 와는 아예 차원이 다른 배역이다. 고스트 버스터즈의 헴즈워스 역이 좀 더 전통적인 여자 역에 가깝다. 그리고 같은 팀 멤버들도 다 남자다. 잘생기지 않고 잘나지 않은, 개성 넘치는 보조 캐릭터들이 다 남자인데 예쁘지 않고 잘나지 않은 여성들이 이 정도의 비중 배역을 주루룩 맡는 경우는 무척 드물다. 차라리 아마존 섬에서 다른 아마존들을 몇 데리고 같이 활동했으면 얼마나 멋있었을까 했다. 

- 강인한 여성 전사 역이고, 보통 보이는 슈퍼 모델보다야 확실히 등빨과 근육 있지만 어쨌든 아직도 사회에서 예쁘다고 정의하는 백인 여자다. 개인적인 취향이라면 가슴을 좀 덜 강조하고 전투복이 좀 덜 섹시했어도 될 거 같으나 그건 그냥 개인 의견이고, 원더우먼 오리지널 디자인이 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거라 생각. 

- 이게 사실 제일 걸리는데 - 로맨스 클리셰를 그대로 가지고 왔다. 순진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처녀,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세상을 알려주는 남자. 어디서 읽었는데 한국 드라마에서도 시공간을 초월하는 남주는 어리바리한 경우가 별로 없으나 (별그대, 도깨비), 여주가 그렇다면 (푸른 바다의 전설) 천재거나 초능력을 가졌더라도 어리바리한 세팅이 많다. 이건 남자 잘못이라기보다, 어쨌든 잘난 남주와 그런 남주에게 조금이라도 기댈 수 있는 여주를 선호하는 취향이 크다는 거 안다. (아니 뭐 저도 그런 클리셰 좋아합니다. 싫다는 게 아니라, 페미니즘 영화라고 하자면 조금 걸린다는 거죠). 좀 뒤틀리긴 했지만 메이크오버 신도 있었다. 물론 재밌게 봤다 (...)

- 원더우먼 외에 다른 여자 역은 망했다. 비서역의 여자도 너무 스테레오타입 따라가고, 홍일점의 느낌이 너무 강했다.     


그리고 페미니즘과는 전혀 상관없는 몇 가지 


- 앞부분이 좀 유치한 것 같아 괴롭다가 크리스 파인이 나타나면서 훨 나아졌다. 남조가 아닌 남주라고 위에서 좀 투덜거린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크리스 파인 연기가 영화 살렸다고 생각. 

- 악당이 좀 약하지 않나? 

- 갤 가돗 정말 키 크고 멋있더라. 크리스 파인 진정 잘생겼고. 

- 갤 가돗 이스라엘 출신 시오니스트라고 욕 많던데, 그 지역 분쟁 아는 사람에게는 원더우먼이 전쟁의 참혹함에 분노하는 부분이 좀 많이 거슬릴지도 모른다고 생각. 

- 아마존들의 고향 어디서 찍었는지 모르겠으나 죽기 전에 꼭 보고 싶다고 생각. 

- 크게 대박 나서 속편은 아마존들이 단체로 세상에 나가서 특수 부대 같은 걸로 활동하는 속편 나왔음 좋겠다. 잘생긴 남자 조연도 막 그룹으로 나오면 미러링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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