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2일
잡담.
토요일 아침에 다시 런던으로 돌아왔다. 엄마가 일주일 없었는데 집도 애들도 무안할 정도로 괜찮아 기뻤다 (...) 역시 난 존재감을 어지르기로 나타내는 인간. 어찌어찌한 이유로 오페어 아가씨가 두 분이 되었는데 첫 주에 내가 출장 가는 바람에 정신없을 줄 알았으나 의욕 넘치는 두 오페어 아가씨들에게 관심 집중 받은 아이들은 엄마가 와도 시큰둥. 야!
물론 나도 사무실 5분 거리 호텔에서 가사 하나 걱정 안하고 설거지할 일 없이 맘대로 먹고 다녔더니 살이 피둥피둥 찌고 일도 엄청 하고 왔다. 역시 싱글 라이프가 다르다는.
시애틀 있는 동안 동료와 함께 이번엔 진짜 정말 레알 시애틀로 옮길까 이야기를 약 오천 삼백 두 번째 하던 중에 얘기 듣던 동료가 지쳤는지 지나가던 내 보스를 불렀다. 양파가 시애틀에 옮기고 싶대요. 옮겨주세요. 그랬더니 보스는 그래?? 진짜로 옮긴다고?? 남편이 괜찮대??? 하더니 당장 옮기라는 식의 말을 했음.
저 이사 갈 거 같아요. L1 비자 2-3달 걸린대요. 헉.
근데 어쩌지 페이지 이름은 런던양파인데 역시 역마살 있는 사람은 닉넴에 지역 이름 넣으면 안 됨. 예전에 새퍼/ 요하네스버그 양파라고 했다가 이름 바꾼다는 게 런던양파. 그때는 런던에 뼈 묻을 줄 알았죠. 10년도 못 채우고 이민 가네 어쩌네 설치고 있을 줄이야. 이게 다 브렉시트 잘못임.
<딴소리> 자의식 과잉에는 양파 같은 닉네임이 좋다. 아무리 포털 뒤져도 양파...당근 있으면 카레! 양파즙의 효능을 오늘 발견해보세요! 이런 글만 죽 뜨고, 양파라는 닉넴 가진 사람 만 사천 오백 다섯 명이다. 이래서 뒤에서 누가 날 욕한다 하더라도, 조중동 정도에서 헤드라인으로 때리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딴소리>
이전에도 시애틀 출장 올 때마다 이사할까 많이 고민하다가 포기했는데 제일 큰 이유는 '귀찮아서'. 그냥 이사도 귀찮지만 나라 단위로 옮기는 건 서류 작업 외에도 정말 여러 가지로 불편하다. 그래서 남아공 떠나는 데에도 상당히 오래 걸렸다. 이번에는 진짜 정말 레알 옮길 거라고 큰소리치고 있으나 뭐 해봐야 알지.
그나저나 출장은 즐거워도 다녀오면 출장 경비 정리 작업이 있죠.
6월 말에 중국 출장 껴서 한국 가려고 했던 건 플덕 런칭 때문에 9월로 다시 미뤘다. 나이 한 살 먹을 때마다 비행기에서 잠들 수 있는 능력이 1%씩 하락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한 13분 잤다. 그 와중에 자랑할 것은 -
시애틀의 시택 공항에서 런던행 비행기는 S 터미널인데, 거기의 아주 안 좋은 Dungeness 뭐 어쩌고 식당에서 이번엔 아무것도 안 먹었다. 아무리 기억력 없다지만 내가 다섯 번은 속아도 여섯 번은 안 속는다. 여러분 시택 공항이시면 메인 터미널에서 밥 드세요. S 터미널 완전 구려요. 히스로 공항에서는 Yo Sushi 먹지 마세요. 음식도 구리고 서비스도 엉망이옵니다.
런던에 돌아와서 출근했더니 이 꾸무리한 날씨가 아주 반갑군요. 맛없는 점심도 반가울라나. 전 이제 점심 먹으러 갑니다.
덧:
시애틀이 클라우드 센트럴이 될 거라네요. 구글이 시애틀에 빌딩 짓고 있는데 뭐 대강 구글 클라우드 센터라고. 그러므로 제 계획은 제가 망하더라도 클라우드 엔지니어인 신랑 앵벌이 시켜서 먹고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