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May 26. 2018

아무리 성공한 여성이라도 고깃덩어리 취급을 받는다

2017년 6월 28일

우버의 CEO는 결국 사퇴하고 나갔다. 성희롱, 성차별적인 문화가 유일한 이유는 아니지만, 수잔 파울러의 고발 글이 없었다면 이 정도까지는 오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우버는 어쨌든 회사고, 거지 같든 어떻든 인사과가 있다. 상관에게 성희롱 성추행을 당했다면, 웬만한 회사라면 인사과에서 처리를 한다(안 하면 우버 꼴이 난다).     


하지만 벤처 캐피탈 쪽은 다르다. 사업가들이 투자자들을 찾는 시장이다. 투자자가 몇 백, 몇 천만 달러를 쥐고 투자해줄까 말까 하는 상황은 그야말로 갑과 을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한 사업가를 보자. 칼텍 출신이고 구글과 마소에서 엔지니어링 매니저로 경력을 쌓으면서 상도 많이 받은 사람이다. 유명한 스타트업에서 CTO도 맡았다. 특허 33개를 가지고 있다. 이 사람은 자신의 회사에 투자할 벤처 캐피탈을 찾고 있었다.     

한 유명 펀드의 투자가는 이 사람을 보면서 생각했다. "오 아시아계 여자군. 잘 수 있나 찔러봐야지."     

다른 사업가를 보자. 이 사람은 기계학습을 이용한 스타트업을 구상하고 크게 성공적인 회사를 일궈냈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비교될 정도로 대단한 성공 스토리다. 이 사람은 스탠포드 학부에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출신이다. 졸업 후에도 스타트업을 차리기 전 여러 회사에서 주요 자리를 거쳤다. 스티치 픽스 CEO 얘기다.     

한 유명 펀드의 투자가는 이 사람을 보면서 생각했다. "오. 이쁘장한 여자다. 잘 수 있나 찔러봐야지."     

최근 여섯 명의 여성이 이 투자가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사업가로서 투자가를 늘 찾는 입장이라면 을일 수밖에 없고, 잘못 엮이면 망한다는 소문나서 좋을 것 하나도 없다. 이 사람의 행실 역시 벤처 캐피탈 쪽에서는 아주 흔하다고 한다. 그렇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말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칼텍 출신이고 해도, 아무리 똑똑하고 공대 나오고 좋은 직장에서 일하고 경력 쌓고 좋은 스타트업 아이디어 내도, 결국 '예쁘장한 여자, 건드려볼 만한 여자' 고깃덩이로 취급받는다는 것. 여기서 거절하면 투자는 없을 것이고, 받아들이면 성상납이 된다.   

  

스탠포드-하버드를 거친 CEO도 몇 년 전 그에게 성희롱/성추행을 경험하고 컴플레인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잘리지 않았고, 여섯 명의 여성이, 그중에 셋은 실명 걸고 한꺼번에 고발해서야 이슈화가 되고 결국 그만두었다. 그래 봐야 먹고 살 길 없어지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 가해자 걱정 안 해줘도 된다. 아, 그리고 이번에 고발한 여자들 중 실명 깐 셋은 다 동양계 여자다.     


이런 얘기 나가면 곧바로 오버 감정이입해주는 분들이 나온다. 여자들이 먼저 작업을 걸었겠지. 돈 있어 보이니까 그랬겠지. 투자가 무산되니까 열 받아서 딴죽 거는 거겠지. 꽃뱀이겠지. 아 못생기고 돼진데 저런 여자를 누가 좋아한다고. 자의식 과잉 아냐?     

여자가 아니었다면, 저 정도 스펙으로도 섹스할 수 있는 고깃덩어리 취급은 받지 않았을 것이고, 거절할 수도 받아들일 수도 없는 제안 따위 받지 않았을 것이고, 컴플레인하고 나서 꽃뱀 소리 안 들었겠지. 첫 번째 사람은 7년 동안 그 투자가 시끼 잡아 죽이려고 벼르고 있었다는데, 이것 역시 여자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시간 낭비할 필요 없었겠지.     

자. 다시 말해봐. 여자로 얼마나 편하게 살고 있는지, 다시 말해봐.

매거진의 이전글 성매매에 대한 의견을 묻는 분이 있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