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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4. 2018

기독교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더 행사할까?

2017년 7월 28일

기독교 남자가 여자에게 폭력을 더 행사한다?     

...라는 글이 보였다[1]. 개신교를 믿지만 교회를 충실하게는 다니지 않는 호주 남자들 얘기란다. 그런데 이건 (호주? 남아공? 미국? 대략 영어권?)에서 오래 산 사람이라면 경험했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인데 - 종교적인 이들은 좀 더 보수적이라는 인상이 있다. 그리고 좀 더 보수적이란 의미는 혼전 순결 강조에서 낙태 반대, 이혼 반대, 동성애 반대, 여성의 억압 등등 여러 가지를 보통 포함한다. 이건 나 혼자만의 편견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부정적인 보수 이미지'는 백인들이 더 강했다. 미국 백인들 사이에서 교회에 꾸준히 나가는 이들의 비율은 훨 낮은 대신 흑인들은 좀 더 교회 다니는 퍼센티지가 높다고 알고 있었는데 찾아보니 맞네.[2] 그러니까 흑인이 교회에 다닌다고 하면 별 생각 안 하는데, 백인이 교회에 열심히 다닌다고 하면 '헉 보수적인 사람?? 좀 이상한 사람??' 으로 볼 수 있다는 건... 아무래도 이것 역시 편견이겠지. 주류 미디어가 주로 그리 종교적이지 않은 도시 거주 (공화당 보다는 민주당 쪽) 백인들이다 보니까, 뉴스 등에서 종교적인 백인들을 까는 분위기를 내가 좀 더 접해서 그렇겠지.     


어쨌든.     

글을 더 읽어보자. (호주?) 통계로 보면 개신교 남자의 가정폭력이 더 흔하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꼭 교회를 다녀서는 아니다. 전 세계적인 통계를 보면[3] 남성에 의한 통제, 특히나 여성의 행동 관련한 남성의 권력이 큰 곳에서 가정폭력이 더 흔하다는 좀 뻔한 얘기가 나온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페미니즘의 진전으로 여성 상대 폭력은 나쁜 것으로 인식이 바뀌었고, 여자는 남자에게 복종해야 하고 안 하면 맞아도 된다는 식의 가르침은 많이 없어졌다. 여자는 옷을 이렇게 입어야 한다, 이렇게 행동해야 한다는 식의 통제도 훨씬 줄었다. 그렇지만 종교적인 배경에서는 아직 남아있는 곳이 많고, 그런 곳에서 신실하게 교회 생활하는 남자들 말고 대강대강 지한테 유리한 것만 취하는 남자들이 '아내는 남편에게 복종해야 한다' 이딴 것만 쏙쏙 빼먹으며 가정폭력을 정당화하는 남자가 많다.. 뭐 그 정도.     


한국 내에서 개신교 남자들의 가정폭력 퍼센티지가 더 높냐고 하면, 자료는 찾지 못했지만 난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이유 중의 하나는 한국에서는 여성을 억압하고 무시하려면 꼭 성경 뒤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뭐 몇천 년 꾸준히 수입 종교 도움 없이도 여혐 잘 해 왔는데 뭣하러. 미국 여혐러는 "성경에서 아내는 남편을 따르라 했다!" 해야 할 때, 한국 사람들은 "여자랑 남자랑 같냐! 이게 어디?" 도 쉽게 통했거든.     

글에서는 종교 집단 내에서 가정폭력을 방관하고, 오히려 여자에게 불평하지 말라 조언하는 분위기를 논하는데 아 뭐 한국도 그리 다르진 않은..;; 그 정도 남자면 감사하고 살아라, 맞을 짓을 했으니 맞았겠지 등등의 조언 상당히 흔하니까.     


결론. 

종교든 전통이든, 내 이익을 위해 타인을 억압할 수 있는 프레임을 주면 쌩유베리마치하고 써먹는 사람들 꼭 있다. 종교에서는 교회가, 전통에서는 사회 전체가 오히려 억압받는 사람을 더 꾹꾹 누르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해도 되니까 하는 거고, 무슨 변명거리라도 던져주면 넙죽넙죽 받아먹는다.     

(그래도 글 읽다 보니 욕 나오는구려. 언어폭력 당하거나 얻어맞아도 교회에 도움 청하기 전에 좀 참아봐라 등의 조언이 있었다고. 미국의 목사 한 명 역시 부인으로서 남편의 학대를 참고 이겨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육체적인 폭행을 당해도 이혼의 근거는 안 된다 등의 발언을 했다고. "그래도 남편의 화를 돋우면 안 되고 점잖아야 한다". "(벧전 2:18-19) 하인 (한국 버전에서는 '사환')들아 범사에 두려워함으로 주인들에게 순종하되 선하고 관용하는 자들에게만 아니라 또한 까다로운 자들에게도 그리하라 부당하게 고난을 받아도 하나님을 생각함으로 슬픔을 참으면 이는 2)아름다우나" 아 혈압 올라.)     


또 사족. 

한글 성경:     

(엡 5:22-25) ○아내들이여 자기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주께 하듯 하라 이는 남편이 아내의 머리 됨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 됨과 같음이니 그가 바로 몸의 구주시니라 그러므로 교회가 그리스도에게 하듯 아내들도 범사에 자기 남편에게 복종할지니라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그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주심 같이 하라     


남편에게 복종하기를 신에게 하듯 하고, 대신 남편은 사랑해줘라. 흠. 반대는 안 되나요. 내가 사랑해줄게. 넌 나한테 완전 복종해.




[1] 원글

https://medium.com/abc-news-australia/submit-to-your-husbands-women-told-to-endure-domestic-violence-in-the-name-of-god-b0f96f4386b4


[2] 흑인들의 교인 퍼센티지가 훨 높음 

http://www.pewforum.org/2009/01/30/a-religious-portrait-of-african-americans/


[3] http://www.thelancet.com/journals/langlo/article/PIIS2214-109X%2815%2900013-3/fullte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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